주말에 집안에서 할 일 없이 뒹구는 건 나 자신이 용납할 수 없다! 혹시 모르니 카메라와 취재수첩 챙기는 건 필수. 어두컴컴한 주차장에서 하루를 날 줄 알고 있었을 애마를 몰아 무작정 밖을 나섰다.
앞치마를 두른 편안한 인상의 사장님의 권유대로 메뉴는 연잎정식과 우엉솥밥정식으로 결정. 넓게 트인 창문 밖으로 초록의 봄기운을 감상하며 들고온 카메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있으려니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 그런데 이거 뭔가 색다르다’.
오이지를 곁들여 아삭아삭 감미로운 감자샐러드는 물론이고 우엉의 향을 그대로 살린 조림, 김가루와 깨소금, 기름 한 방울이 양념의 전부인 것 같은 올방게묵에, 푸릇푸릇 숨도 아직 죽지 않은 연근샐러드와 어울린 소스가 자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입에 옮겨놓은 것 같다.
‘아~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친구는 우엉솥밥을 선택했는데, 다진 파와 고추를 곁들인 양념간장을 아주 조금만 넣고 비벼먹으니 간이 딱 맞는다. 파프리카와 우엉, 그리고 대추에서 달콤한 맛이 배어나 간을 따로 안해도 맛이 있다. 우엉 때문인지 아래에 깔린 밥이 더 찰지고 담백한 것 같다. 아삭아삭 식감이 살아있는 우엉의 상큼한 맛과 은은하고 깊은 향이 코끝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진다.
녹두를 맷돌에 갈고 체로 거른 후 가라앉은 앙금을 모아서 쑨 청포묵에 김, 미나리, 오색 고명을 얹은 청포묵밥은 친구와 나눠먹으려고 따로 시켜 보았는데 야들야들하고 탱글탱글한 청포묵의 식감에 파릇파릇한 자연을 머금은 듯 새롭다. 미용, 해독,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하니 배가 불러도 서로 많이 먹으려고 숟가락 혈투가 벌어졌다. 간이 좀 싱거워서 된장국물을 조금 넣어보았는데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다.
어떻게 이런 색다른 맛이 나올 수 있지? 궁금한 건 못 참는다! 마침 바쁜 시간도 지난 것 같다.몇 마디 건네보니 ‘엄마의 식탁’은 원래 동학사 박정자삼거리 인근에 있었는데 2년 전 좀 더 풍광이 좋은 곳을 찾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단다. 그러고 보니 얼핏 들어본 듯도 하고.
“따로 비법은 없어요.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할 뿐이죠. 전문적으로 식당을 한지는 10년이 채 안됐지만 전에 식당을 다니다 보니 음식을 만들어내는 데 급급해서 오히려 맛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주인 임정례 씨가 선택한 것이 바로 ‘절염음식’. 모든 식재료는 그 자체로 염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간만 더해도 식감이 그대로 살아난다고. 그래서 마늘과 생강 같은 자극적인 재료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간혹 사찰음식 아니냐고 물어오는 손님들도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라고.
마늘종버섯볶음, 감자샐러드, 유부버섯볶음, 취나물, 버섯비지무침 등 모든 음식은 각기 재료를 따로 볶아 마지막에 합쳐 조리한다고 하니 재료 본연의 맛과 향, 질감을 살리려고 하는 주인의 음식에 고집과 정성이 지극하다.
“음식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고유의 맛을 내기도 하고 사라지고도 하거든요. 쌀 한 톨 한 톨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조리하면 재료 속에 머금은 본래의 맛이 살아나고 먹는 사람들도 즐거워지는 거예요. 선식이 뭐 따로 있나요?”주인 아주머니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농산물과 천연재료를 이용한 갖가지 웰빙 자연식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이 곳. 이번 주말엔 가족과 애인과 함께 엄마의 마음과 정성이 듬뿍 담긴 ‘엄마의 식탁’에 들려보길 강력 추천.
▲주소 : 충남 공주시 반포면 봉곡리 501번지(박정자삼거리→공주방향 5㎞ 마티터널 전)▲예약 문의 : ☎041-881-8212 (매월 셋째주 일요일 휴무)▲메뉴 : 연잎영양밥정식 1만5000원. 우엉솥밥정식 1만5000원. 청포묵정식 2만원. 게장정식 2만원. 떡갈비정식 2만원. 연잎영양밥·우엉솥밥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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