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르냐… 질문 받지 않는 사회에 살고 싶어요”
“왜 다르냐… 질문 받지 않는 사회에 살고 싶어요”
[굿모닝충청人] 문화예술인들 보금자리 지원 서은덕 산호여인숙 주인
  • 배다솜 기자
  • 승인 2014.05.16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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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 쳇바퀴 돌 듯 빡빡하게 흘러가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1%의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같이 1%를 찾는 습성을 가진 사람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주인공은 대전 원도심 대흥동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산호여인숙’의 주인장 서은덕(34) 씨다. 서 씨는 대흥동립만세를 추진하는 이들과 함께 오래된(?) 산호여인숙을 예술인들의 쉼터이자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비를 털어 대전 동구 대동에 ‘대동 작은집’을 마련해 텍스트 기반 작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이곳에 100인이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과 감상문을 기증해 만드는 ‘100인의 도서관’을 꾸미고 찾는 이들과 공감을 나눌 생각이다.

서 씨가 추구하는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인생, 다양한 이들과 함께 숨 쉬는 인생을 사는 법을 들어봤다.

쉼터부터 복합문화공간까지 ‘산호여인숙’
산호여인숙은 이미 다수 언론에도 소개된 대전의 유명 관광지이자 원도심 활성화 주역의 본거지이다. 1층은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전시와 공연부터 작가들의 창작공간이 되기도 하며, 2층은 예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다.

대흥동립만세 축제를 만드는 마음이 맞는 예술인들은 지난 2011년, 마음이 맞는 지인 몇 몇과 ‘예술인들이 쉬었다 가고, 함께 의견을 공유하며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에 따라 산호여인숙을 새롭게 단장했다.

새롭게 단장된 산호여인숙은 열려 있는 숙박 공간이자, 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시와 공연은 물론이고 묵고 있는 게스트들과 대흥동 예술인들이 다양한 행사를 함께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밀양과 함께하는 오후 2시’라는 산호 프로젝트로 매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소등 후 밀양에 보내는 목도리를 짜기도 했다. 소등을 한 이유는 전기가 얼마나 멀리서 오는지를 알고, 또 전기의 소중함을 알자는 취지. 이밖에 전시·공연을 위해 산호여인숙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는 언제나 게스트와 주인, 관람객이 모두 함께한다. 이들은 만나고 머물고, 헤어지는 과정에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한 ‘활동가’의 인생
서 씨는 자신을 ‘지하세계의 마당발’이라 칭했다. 24살부터 각종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위해, 더 좋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했다는 귀띔이다.

그는 “이렇게 활동하게 된 데에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자라오면서 보고 들은 것이 이런 활동이었다”며 “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가 봉사활동에 자주 가셨고, 갈 때마다 어린 나를 떼놓고 가실 수 없어 항상 데리고 가셨다. 봉사와 더 좋고 올바른 것을 위한 활동이 어느 순간 당연한 것이 됐다”고 회상했다. 서 씨는 건강하고 깨끗한 사회를 위해서 시민사회단체에 10년간 몸담았지만, 결국 조직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홀로 활동가로서의 길을 열었다.

이런 그에게 대흥동에서 예술인들은 그와 함께 꿈을 나누기에 안성맞춤 동반자로 다가왔다. 개성이 강하고 서로의 주관이 뚜렷하며 추구하는 바가 확실한 ‘좋은 친구들’을 만난 서 씨. 그는 ‘산호’만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더 넓고 더 좋은 세상으로 문호를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을 보태고 있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살 수 있어요”
“돈 없이 왜 또 그렇게 판을 벌리냐구요? 하고 싶은 거, 나한테 맞는 거 하고 살면 신기하게도 굶어죽진 않아요. 다 먹고살게 되더라고요(웃음)”

서 씨는 최근 산호여인숙에 이어 대전 동구 대동에 ‘대동 작은집’이라는, 텍스트 기반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만들었다. 대동 작은집은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대동 하늘공원 바로 아래 위치했다. 1층은 문학 작가 등 텍스트 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2층에는 ‘100인의 도서관’이라는 취지의 ‘똑똑 도서관’을 꾸렸다.

똑똑 도서관은 서 씨와 작가들이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짧은 감상문과 함께 기증, ‘100인이 감명 받은 책을 소개하는 도서관을 만들자’라는 취지로 만들었다.

아무리 자본에 얽매이지 않는 서 씨지만,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돈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터.

그러나 그는 “평소 산호여인숙으로 먹고 사는데 힘들지 않은 정도 벌었지만, 판을 벌리다 보니 여기저기 돈이 많이 들어가 힘들었다. 하지만 세상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며 “성수기가 아닌데도 손님이 많이 와서 대동 작은집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신기하게도 세상은 생긴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 같다”며 “하고 싶은 거 한다고 꼭 힘들거나 못 살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우리도 있어, 넌 잘못된 게 아니야”
“열심히 일하고 쉴 틈 없이 사는 사람을 틀렸다고 생각하면서 ‘쉬면서 살아’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들도 저마다의 꿈과 목표를 갖고 그렇게 살아가는 거겠죠. 단, 그들이 우리에게, 우리가 그들에게 ‘넌 왜 그래?’라고 질문하지 않는 사회가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 씨는 자신과 달리 빡빡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쉬어라’, ‘내려 놔’ 등의 이야기를 건네는 것은 폭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와 다르다고 나같이 해보라고 하거나 지적하는 것은 언어를 통한 폭력”이라며 “나는 나같이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있어. 너도 그래도 돼. 잘못된 게 아니야’라고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자신같이 사는 사람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서 씨다.

아직 30대의 열정을 가진 서 씨, 그는 지금 시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일지는 모르나, 서 씨는 또 다른 실험을 위해 오늘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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