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편지-역사발전의 두 시각
염홍철의 아침편지-역사발전의 두 시각
  • 염홍철
  • 승인 2014.05.19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22번째 월요일 아침편지를 띄웁니다.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을 쓴 존 폴 플린토프는 아래와 같은 설득력 있는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2009년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기념해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청중들에게 연설을 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를 위해 거의 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 특별한 역사적 이벤트에서 공적을 차지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었다.
사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사이의 장애물이 무너지게 된 것은 수많은 평범한 베를린 시민들이 아주 작은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역사 발전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상이한 시각이기도 합니다.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유명한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역사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갖고 미래를 향해 직면한 시련을 이겨나가는 창조적 소수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어 간다.”고 했고, 같은 맥락에서 영국의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도 “세계의 역사는 위대한 인물의 전기”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류(?) 이론에 반해 톨스토이는 그의 작품 <전쟁과 평화>에서 이른바 ‘위대한 인물론’을 부정하였습니다. 그는 위대한 인물들은 시대 흐름을 이용할 뿐이지 그 흐름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역사관이었습니다. 독일의 비스마르크도 톨스토이와 같은 역사관을 가져 “정치인은 대세를 만들지 못한다. 만들어진 대세를 이용할 뿐이다.”라고 말했으며 로버트 케네디도 “역사의 흐름을 바꿀 만큼 위대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바꿀 수는 있다. 인간의 역사는 사소한 일들을 바꾸는 수없이 많은 용기와 믿음에 의해 이루어져 간다.”고 했습니다.

각기 다른 역사관은 서로 보완적일 수 있으나 위대한 인물 주도의 역사관이 최근에 와서 점차 퇴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일상 속의 작고 단순한 변화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습니다. 작은 변화가 쌓이고 쌓여서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베를린 장벽도 플린토프의 지적대로 주민들이 무너뜨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소의 경비병들이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도왔고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실천한 아주 작은 행동이 여기저기서 수시로 모이고 모여 정치인들로 하여금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키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결단이라기보다는 떠밀려서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작고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는 커다란 효과를 가져 온다는 카오스 이론이나, 나비 한 마리가 저 멀리 어느 나라에서 파닥거린 날개 짓이 다른 나라에 폭풍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행정이나 기업경영에서 변화와 혁신이 강조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갖는 것은 사실이나 사회전반적인 변화를 위한 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일은 국민 모두의 일상에서 출발해야 됩니다. 우리 사회의 변화는 공무원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기업, 교육, 종교, 언론 등 여러 분야에서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사회 여러 곳에서 불합리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러면 먼저 정부가, 또는 국회가 정책화를 통해 시정하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 이전에 일단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악덕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국민들은 그것을 규제하고 처벌하기 위한 정책과 법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합니다. 당연히 이행해야 하지요. 그러나 그것을 인지한 개개인이 먼저 그 회사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더 빨리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정부는 뒤늦게라도 그런 제도를 만들 것입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인 레베카 솔닛의 경구를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희망이란 소파에 앉아서 당첨되기만을 꿈꾸며 손에 꽉 쥐고 있는 복권이 아니다. 희망이란 문을 깨부수는 도끼이다. 희망은 행동을 필요로 한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우리 국민 개개인이 먼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늘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이었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걸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말을 배우며 사세

============================================================================

조병화(1921~2003) 시인은 경기도 안성 태생입니다. 경성사범학교와 일본의 동경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했습니다. 1949년, ‘버리고 싶은 유산’으로 등단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세계시인회의 계관시인, 경희대학교와 인하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시집으로는 <버리고 싶은 유산>, <사랑이 가기 전에>, <남남>, <공존의 이유> 등 다수가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