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눈물만 흐릅니다. 우리의 자화상이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해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미안합니다.
어른이 어른스럽지 못해 미안합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지 못해 미안합니다.
좋은 세상 만들겠다고 툭하면 거짓말을 해서 미안합니다.
무조건 어른들 말만 믿으라고 해서 미안합니다.
너무나도 늦게 “사랑한다”라고 말해 미안합니다.
“우리 아들, 딸 뭐 좋아하니?” 더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세계 10대 강국’이라며 자만심에 빠져 미안합니다.
‘성공신화’에 도취돼 정작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려 미안합니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지 못해 미안합니다.
“돈이면 다 된다” 탐욕에 눈이 멀어 미안합니다.
정의를 바로세우지 못해 미안합니다.
‘잘못’임을 알고도 당장 내일이 아니라고 그냥 지나쳐서 미안합니다.
올바름을 실천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깨어있지 못해 미안합니다.
무능한 정부와 지도자를 미리 알아보지 못해 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밝히기보다 덮는데 급급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소수와 약자를 무시하고 강자를 따른 것을 반성합니다.
근본원인에 대한 차분한 진단은 없이 항상 졸속으로 대책을 만든 것을 반성합니다.
금방 끓었다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을 반성합니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무사안일주의를 반성합니다.
사람을 돈으로 보는 천민의식을 반성합니다.
변화하는데 인색했던 나태함을 반성합니다.
부정부패에 눈감은 비겁함을 반성합니다.
잘못된 권력의 힘에 굴복한 나약함을 반성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출세하라고 내몬 것을 반성합니다.
거짓으로 남을 현혹시킨 것을 반성합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한 이기주의를 반성합니다.
벌써 당신들을 잊어가고 있는 얄팍함을 반성합니다.
무엇보다 이제야 반성하는 것을 반성합니다.
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4월 16일을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