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타는 한의사… “봉사는 찾아서 배우고, 나누는 것”
스키 타는 한의사… “봉사는 찾아서 배우고, 나누는 것”
스키선수들의 ‘팀닥터’ 자처 안정조 노스트한의원 원장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4.07.18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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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대전에 스키선수 한의사가 있다. 한의대 시절 선·후배들과 결성한 스키부가 대학스키연맹에 등록되고, 본인이 한의사 되면서 ‘스키 타는 한의사’가 된 것이다. 취미로, 순수한 아마추어로 시작한 스키부 활동이 선수 등록으로, 또 자연스레 후배들과 스키 선수들을 위한 의료 봉사로까지 이어졌다.

대전 서구 갈마동 ‘노스트 한의원’ 안정조(44·사진) 원장의 이야기다. 안 원장은 1991년 대전대학교 한의대에 입학, 본과 1학년 때인 1994년 한의대 스키부 결성을 주도했다. 대학스키연맹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 덕에 2년 후엔 대학스키연맹에 정식 회원으로 등록이 됐다.

그는 스키 선수 출신답게(?) 현재 대전시스키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대학스키연맹에서는 의무 이사로 선수들을 위해 봉사했다. 대학연맹 대회 때나 전국체전 등이 열리면 며칠씩 시간을 내 선수들을 돌보고, 평상시에도 한의원을 찾는 선수들의 의무 상담을 외면하지 않는다.

안 원장은 “어려서부터 스키에 관심이 많았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선수들을 위해 봉사하게 됐고,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라며 “선수들의 몸 상태를 돌보고 치료해주면서 한의학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진다. ‘봉사’가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겸손을 보였다.

“한의대생들로만 구성된 스키부가 당시 큰 인기를 얻었어요. 대회에 출전하면 다른 대학 선수들이 찾아와 진맥과 응급처치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지요. 진맥을 봐준다는 미명하에 여학생들의 손목을 잡아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하하하…”

안 원장의 말대로 대전대학교 한의대 스키부는 당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다른 대학 선수들로부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그 덕에 연맹 선수들과 쉽게 친해지기도 했다.

안 원장의 20여년 의료봉사의 시초이기도 했다. 한의대생들의 스키부가 얼마나 유지되겠냐며 의구심을 보였던 대학연맹 회원들 사이에서 오히려 구심점 역할을 한 셈이다.

또 학생신분이었던 탓에 공식 의료행위를 하지는 못했지만, 스키장에서의 안전사고 및 선수들의 부상에 대한 응급조치를 비롯해 사전 준비운동과 예열·몸 상태 점검 등 사고 예방에 보이지 않는 큰 도움을 얻었다. 비시즌에도 이른바 ‘몸만들기’와 기술적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간혹 자신이 당한 부상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대회에 출전했다가, 아예 선수생명이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린 최소한 그런 사고는 방지할 수 있었죠. 실제 다른 대학 선수가 발목이 아프다고 찾아왔는데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더군요. 증상을 잘 설명해주고 포기를 시킨 적이 있어요. 큰 부상으로 번질 뻔 했었죠.”

대학시절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안 원장은 “별다르게 생각나는 것이 없다”면서도 “한의대생 스키선수로서 사고 예방 등에 큰 도움을 얻었다”는 말은 잊지 않았다.

“한의대생으로 한의학에 대한 학문적 접근보다는 스포츠 증후군 등에 대한 임상을 풍부하게 경험한 셈이죠. 특히 무릎과 발목·인대·허리 쪽 특정질환에 대해서는 많이 배우게 됐어요. 지금도 후배들은 물론, 대전시 스키협회 선수들이 꾸준히 한의원에 찾아옵니다.” 안 원장은 대학스키연맹과 대전시 스키협회의 ‘팀 닥터’가 된 셈이다.

“의료 봉사라는 게 상당히 조심스럽더라고요. 한의원 수익과 연결시켜보는 시각이 많아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일단 제가 좋아하는 운동이고, 또 제가 많이 배워요. 배운 부분은 또 다른 봉사를 통해 공유를 하는 것이지요.” 그는 자신의 의료봉사를 봉사보다는 ‘사회적 공유’란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안 원장은 스키협회 의료봉사에 이어 코레일 사이클 선수단과도 협약을 맺고 의무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스키와 사이클·크로스컨트리 등은 하체를 주로 사용하는 운동이라 연계성이 많아요. 말씀드린 대로 스키선수들을 돌보며 배운 경험과 지식을 대전지역 사이클 선수들을 위해 함께 공유하고 싶은 것이지요.”

안 원장의 의료봉사는 스키와 관련된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방학 때면 선·후배들과 농촌과 도서지역으로 떠나는 의료봉사를 잊지 않았고, 졸업 후 대전대 한방병원에 근무하던 때에도 농협 등과 연계해 실시하는 농촌지역 의료봉사에 앞장섰다. 지역 노인대학과 경로당·동사무소 등을 찾아 강의와 건강 상담을 수시로 진행했고, 지역 대학들의 무료 건강 상담 요구도 빼놓지 않았다.

“농촌지역 봉사는 병원차원에서 하는 것이라 개인적으로 내세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기 일 마치기에도 빠듯한 일정에 봉사활동까지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죠. 제 원칙은 늘 하나입니다. 한의사로서 봉사는 베푸는 게 아니고 배우는 것이라는 원칙이죠. 배운 지식은 다른 사람을 위해 활용됩니다.”

학회 차원의 해외 의료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일본 40여명 한의학자들과 일명 ‘한중일동양의학회’를 만들고 아시아지역 낙후국가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안 원장은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해 의료교류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봉사는 스스로 찾아 배우는 것입니다. 대학연맹 의무이사를 맡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의료봉사를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배움은 혼자만의 전유물이 아니죠.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커지는 것이지요.” 봉사에 대한 안 원장의 철학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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