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전쟁...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소리없는 전쟁...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로드스쿨과 함께하는 아시아 5개국 배나여행 - 캄보디아
  • 강용운
  • 승인 2012.07.1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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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도 견줄 만큼 거대한 톤레삽 호수는 우기에는 생선을 건기에는 곡물을 제공하는 거대한 식량창고 역할을 하며 위대한 문명 ‘앙코르’를 꽃피웠다. 캄보디아 북동쪽태국과 인접한 지역인 씨엠리업은 앙코르 왕조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천년 왕국이 살아 숨 쉬는 고도이다.

대평원을 이루는 인도차이나반도의 중앙은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태국 간의 끝없는 격전의 장이었다. 9~15세기 그 중원의 주인은 캄보디아인의 조상인 앙코르왕조였다. 풍부한 식량자원은 나라를 부강하게 했으며 그 부를 힌두사원을 축조하며 뽐냈다. 반경 30여 km에 수 십 개의 사원과 왕궁 등 고대 건축물이 흩어져 있으니 그 규모면에서 그 위세를 감히 짐작하기가 힘들 정도다.

그 많은 유적들 중 대표적인 몇 곳을 소개한다. 우선 크메르 건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앙코르와트. 앙코르왕조의 절정기였던 12세기에 수리야바르만 2세가 건축한 것이다. 힌두교 비슈누 신에게 헌정된 사원이지만 처음 건축될 때 사원이었는지 왕궁이었는지 그 용도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건축기간만도 총 30년. 그리고 앙코르유적의 모든 사원 중 유일하게 출입구가 서쪽을 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비슈누 신이 서쪽을 상징하는 신이기 때문이다. 총 3층인 거대한 사원의 구조와 설계는 당시 사람들의 우주관을 표현한 것이다. 3층에 65m 높이로 솟아 있는 중앙탑과 주변 네 개의 탑은 세상의 중심인 메루산에 있는 다섯 봉우리를 상징한다.

메루산은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으로 실제 높이는 해발5000여m로 8000m를 넘나드는 최고봉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메루산이 세상에서 가장높은 산이라 믿다. 그 정상에는 시바신이 거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외벽은 세상을 둘러싼 산맥을, 사원을 감싸고 있는 해자는 우주의 바다를 상징한다. 내부는 위층으로 올라갈 수록 좁아지지만 기본적으로 십자형에 회랑이 있는 동일한 구조가 반복된다. 마지막 3층의 중앙 사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무척 좁고 가파른데, 신에게 가는 여정의 험난함을 상징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승려와 왕만이 오를 수 있었다는 이 계단을 반쯤 엎드리다시피 오르노라면 저 높은 곳에 있을 신에 대한 두려움과 엄숙함이 저절로 생기는 듯하다.

앙코르와트의 그 거대한 규모와는 달리 사람이 거주하거나 이용하기에는 매우 불합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힌두 또는 불교의 기초 단위인 108을 기본 모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 자체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앙코르와트 앞 마당에는두 개의 연못이 있는데 일출과 함께 북쪽의 연못에 비친 앙코르와트 모습은 빼놓을 수 없는 절경으로 해가 뜨지않은 새벽길을 재촉하게 하는 필수 여행코스다.

아름다운 외관과 완벽한 구조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볼 거리는 사면의 회랑을 가득 메운 부조벽화이다. 힌두신화인 랑카의 전투와 우유 젓기는 당시 국왕인 수리야바르만 2세와 교차시켜 신격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옥에 떨어져 갖은 형벌을 받는 장면은 마치 사진을 보고 있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여자를 상대로 한 형벌이 많은 것을 보면 이때도 여자들에게 쏟아지는 수난은 가혹했던 것 같다. 이런 위대한 부족벽화가 가능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앙코르왕조 때는 문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맹률이 높았던 중세 유럽에서 미술이 발달한 것과 같은 이치라면 불편해할 분들이 있으려나?

왕코르와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앙코르와트는 비슈누에게 헌정된 사원답게 수천의 비슈누 부조벽화가 있다. 그런데 짓궂게도 치마를 걷어낸 나체의 비슈누가 있다. 찾기 쉽지 않지만 유심히 둘러본다면 운 좋게 눈에 뜨일지도 모르겠다. 힌트를 준다면 3층 회랑을 유심히 둘러보시길….

앙코르유적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기도 한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 장소였던 타 프롬 사원은 스펑나무와 보리수의 뿌리가 수 백년 동안 사원을 휘감아 하늘로 뻗어 기괴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나마도 파괴를 막기 위해 나무를 죽일지도 모른다하니 인간과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보시려는 분이라면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이곳 타 프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두 개. 자야브라만 7세가 어머니를 잃은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는 통곡의 방이 있다. 신기하게도 밖에서는 그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데 직접 확인해보면 재밌을 듯. 그리고 나무뿌리 사이로 숨겨진 압살라 부조가 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시길….

앙코르 왕조의 마지막 영광의 불꽃을 태운 자야바르만 7세는 잃었던 앙코르의 수도를 되찾고 인구 100만이 거주하는 대도시를 건설한다. 바로 그것이 앙코르 톰이다. ‘톰’은 앙코르어로 거대함을 뜻한다. 높이 7-8m의 성벽과 거대한 해자로 둘러싸인 앙코르톰은 분명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만반의 대비를 하기 위한건축이다. 많은 다툼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아직도 자동차로 이동이 가능한 도로와 십만 명은 족히 사열하고도 남을 거대한 테라스와 광장은 지금의 표현대로 한다면 분명 ‘메가시티’의 위용을 자랑했을 것이다. 테라스에서 승리의 길인 동쪽을 향해 왕이 된 기분으로 내려다보면 그 웅장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힌두 사원인 다른 유적과는 달리 앙코르 톰 중앙에 위치한 바이욘은 커다란 수 백의 부처 얼굴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불교로 백성들의 뜻을 모아 기울어가는 앙코르왕국의 재건을 꿈꾸었던 자야바르만의 몸부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앙코르와트 회랑의 부조벽화 처럼 바이욘의 회랑에도 부족벽화가 사면 가득 펼쳐지고 있는데 종교적 색깔보다는 김홍도의 민화를 보는 것같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생생히 엿볼수 있다.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앙코르 유적에도 결정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석조 건물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아치가 없다는 것이다. 돌을 켜켜이 쌓는 조적방식은 그 하중을 분산하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탓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허공이 중심을 향해 서서히 무너지는 현상을 피할 수가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중을기둥으로 전달하는 아치가 필요한데 앙코르인들에겐 이기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앙코르의 거대한석조 건축물은 서서히 지면을 향해 내려앉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복원에 힘쓰고 있다. 도굴과 파손으로 앙코르유적을 훼손한 중요한 당사자가 세계 열강임을 감안한다면 병주고 약주는 격이 아닐 수 없다.

해가 바뀔수록 앙코르유적의 신음소리는 커져가고 있다. 밀려오는 관광객을 마다할 수 없는 캄보디아의 가난한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소리없는 전쟁’으로 인한 국토의 황폐화 그리고 크메르루즈의 집권으로 인한 킬링필드와 대기근은 1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베트남의 침공으로 인한 크메르루즈와 괴리정부의 오랜 내전 그리고 오랜 전쟁동안 매설된 지뢰로 팔과 다리 또는 목숨을 잃는 수 많은사람들. 아직도 캄보디아는 슬픔과 고통 속에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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