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인] “우리 기사로 청년들이 고심에 빠졌으면…”
[굿모닝충청인] “우리 기사로 청년들이 고심에 빠졌으면…”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4.09.04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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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하루에도 수백 개, 아니 수천 개 이상의 뉴스와 정보들이 인터넷에 떠돈다. 컴퓨터 앞에 앉지 않아도, 손가락에 침을 묻혀 신문을 넘기지 않아도, 이제는 손 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얻는다.

수없이 많은 정보를 간단하게 얻는 시대가 왔다. 뉴스는 우리 일상에 가깝게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아 혼란스럽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파다하다.
보슈(BOSHU)는 이런 사람들, 정확히 말해 청년들을 위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잡지다. 충청도 사투리를 빌려 ‘보라’의 뜻인 보슈는 약 35 페이지의 지면을 통해 청년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자 지난 3월 첫 창간호를 시작으로 2번의 간행물이 나왔다.

보슈의 제작진 역시 청년이다. 22살부터 30살까지 구성된 14명의 제작진들은 ‘복합문화공간 벌집’(이하 벌집)에서 생각할 거리를 찾고 있다. 일주일 대부분을 벌집에 머물러 마치 따로 존재하는 ‘별(別)’ 집 같다는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청년들을 위해 시작
비영리 잡지인 보슈는 대전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좋은마을만들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고 있다. 현재 대학가 근처 카페, 헌혈의 집 등 160여 곳에 잡지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며, 분기별로 제작되고 있다.
양희빈(30) 디자인 팀장 등 5명은 지난해 12월부터 보슈 제작을 꿈꿨다. 취지는 보슈를 통해 청춘들이 자신만의 주관을 세우는 것.

양 팀장은 “넘쳐나는 정보의 호수 속에 청년들이 필터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그들이 우리의 기사를 통해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창간을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양 팀장 등은 보슈를 함께 제작할 동료를 모집하기 시작했고, 14명의 팀원이 벌집에 모였다. 학생‧창업준비생‧개인사업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에디터팀‧디자인팀‧포토팀‧홍보팀 등에 각각 소속됐다.
업무별로 팀원들은 나눠졌지만, 기획을 할 때에는 같은 책상에 앉는다. 분야를 나누지 않고 팀원들의 협업으로 보슈의 지면은 채워지고 있다.
이예지(26) 디자인 팀원은 “서울에서 디자인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 두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보슈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금은 개인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청년들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기사…“생각은 그들이 해야”
그렇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기사, 즉 청년들이 생각할 거리를 만드는 기사는 무엇일까? 보슈는 청년들에게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슈는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등 양쪽의 입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생각은 청년들에게 맡긴다.

권언효(25) 에디터 팀원은 “지방선거, 세월호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한 가지 관점이 아니라 여러 가지 관점으로 기사를 작성한다”며 “우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지, 정답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매주 월요일에 진행되는 회의는 최소 5시간이 걸린다. 특히 정치 같은 민감한 사안일 경우,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벌집의 형광등은 새벽까지 켜져 있다. 오죽하면 밤늦게 먹은 야식으로 살이 쪘다고 열정 넘치는(?) 볼멘소리를 하는 팀원도 있다.

또 보슈는 청년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다룬다. 특히 기획물 중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운 것은 성(性) 관련 기사. 제작진들은 정치와 마찬가지로 고심 속에 기사를 작성한다.
양 팀장은 “취지는 젊은 청년들의 건강한 성생활 등을 공유하고 싶어 만들기 시작했다”며 “피임, 성병 등에 대해 다루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접근하면 가벼울 수도 있고, 어렵게 접근하면 무거워 보일 수 도 있어 균형을 추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보슈는 ‘앉은뱅이’ 기사가 아닌 직접 발로 뛰는 기사를 추구한다. 특히, 지난 5월 발간된 2호의 ‘대전 청년 인포그래픽’이라는 통계 기사는 그들의 땀으로 작성됐다.
한대철(25) 홍보팀장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통계청 등을 이용했지만, 없는 것들은 직접 발로 뛰면서 사람들을 만나 물어봤다”며 “표본만 약 1500명이어서 설문조사에만 6주가 넘게 걸렸고, 초여름이라 셔츠가 항상 젖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잡지는 그들에겐 무엇보다도 소중하지만, 처음 배포할 당시 몇몇 카페 주인들의 냉랭한 반응으로 팀원들의 마음에는 상처가 남았다.

“오늘도 뛰었으니, 내일도 뛰어야죠”
한 팀장은 “배포를 처음 해본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카페 등 배포할 대상의 목록을 다 정리해, 일일이 찾아갔다”며 “카페 주인 등이 좋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잡상인 취급도 받아 자존심의 상처가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구아영(25) 홍보팀원은 “기사를 SNS에 업데이트하거나 오프라인 이벤트 등으로 독자들과 만날 때 알아봐 주는 경우가 있다”며 “또 학생들이 먼저 연락이 와 ‘보슈를 보내달라’고 하기도 하며, 카페 주인들이 ‘손님들 중 보슈 보러온 사람들도 있다’고 할 때 마음의 상처가 아물었다”고 고백했다.

팀원들은 앞으로 보슈가 대전의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그들은 ‘객관’적인 보슈를 통해 청년들이 자신만의 ‘주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슈의 하얀 지면을 고심 속에 채우고 있다.

이들은 “보슈는 지역을 토대로 제작되는 청년 잡지라 매력적이면서도 희귀하다”며 “이런 보슈가 앞으로 잡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슈 TV’ 등 다양한 매체로 발전했으면 하고, 이를 통해 청년들이 소통하는 통로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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