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김소연 폭로’… 선배 박범계의 ‘갑분싸’
[노트북을 열며] ‘김소연 폭로’… 선배 박범계의 ‘갑분싸’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8.10.09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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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왼쪽) 국회의원과 김소연 대전시의원
박범계(왼쪽) 국회의원과 김소연 대전시의원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늘 그럴 것”이라는 증거 없는 확신으로 나돌던 선거판 ‘검은 돈 거래’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선거판 검은 거래는, 당사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아니고서는 웬만해서는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져 왔다.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가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주고받는 것에 대한 대가, 그 대가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달콤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선거판에서는 포기할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밝혀지는 순간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될 뿐만 아니라, 누군가는 법적인 책임까지 져야 한다.

김소연(더불어민주당, 서구6) 대전시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지난 지방선거 기간 중 한 자원봉사자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요구받았다는 폭로성 고백이 ‘용기 있는 고백’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김 의원은 30대의 초선이다. 이 고백을 결심하기까지 번민의 시간이 많았을 것이다. 자신이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까지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심이다. ‘나는 거절했고, 당당히 민심을 얻어 당선됐으니…’ 이런 식의 단순히 치기어린 ‘고자질’은 아닌 듯하다.

자신을 정치판에 ‘캐스팅’한 박범계(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이 짊어질 부담도 적지 않아 보인다.

김 의원은 박 의원까지 언급하지 않았다. 존경의 대상이자, 자신의 롤 모델이라며 추켜세웠고, 선거판에서 돈 문제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해 준 본받을 만한 선배임을 강조했을 뿐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김 의원의 당선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당사자다. 입장이 난감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을 직접 발굴, 물심양면 지원해 당선까지 일궈냈다. 특히 불법 선거자금 요구자로 지목된 인물은 자신의 비서관 출신이다. 이 사태가 일어난 곳은 자신의 지역구다. 넓게는 당시 시당위원장으로서의 관리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의원은 당권에까지 도전했던 인물이다. 민주당 집권 전후로 중앙무대에서 이름값을 높이면서 법무부장관 후보 명단에도 거론됐었다.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감이 커졌음을 뜻한다. 그 책임감이란 단순히 법적인 옳고 그름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당의 입장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도 눈치가 보인다.

이해찬 당 대표도 윤리특위를 통해 직권조사를 지시했다. 이례적이다. 당 내부의 허물을 치유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여지지만, 어찌 보면 당 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는 뜻의 신조어)에 대한 책임을 철저하게 묻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이 박 의원으로서는 불편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조직적인 작업’이 아니다 하더라도, 적어도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지역 정치권도 태풍에 휩싸였다. 각 정당마다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이 잇따랐다. 시민사회단체 등도 김 의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기성 정치권의 반성과 개혁을 촉구했다.

선관위가 직접 나서 폭로에 언급된 당사자들을 조사했고, 8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제 검찰이 진실을 규명해야 할 차례다.

진실은 사법 당국이 밝혀내면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나면 안 된다. 정치브로커들을 척결하고, 불법적 정치자금을 혁신하는 계기가 돼야한다.

이번 사태로 요구되는 신뢰받는 정치 혁신의 책임은 기성 정치세력에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반성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과감한 정치 적폐 청산의 기회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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