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②] 33만 아산시민의 외침 “함께 가자, 아산!”
[커버스토리 ②] 33만 아산시민의 외침 “함께 가자, 아산!”
아산무궁화축구단 존폐 위기 - 지속돼야 할 축구 르네상스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8.11.01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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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이름을 애타게 불러본 적이 있는가?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의 홈경기장인 이순신종합운동장에는 경기가 열릴 때 마다 평균 2000여 명이 찾는다. 성별, 나이 구분 없이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 된 마음으로 ‘아산’을 외치고 있다.

군경팀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무궁화축구단이 2년 만에 인구 33만 도시 아산에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무려 3만5212명(19경기). 특히 첫 경기에는 7933명이 찾았다. 유료관중비율은 68%로 2부리그 중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러시아월드컵 독일과의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의 골을 도운 주세종 선수와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한 황인범 선수가 무궁화축구단 소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중 수는 더욱 증가했다.

지난 8월 FA컵 8강에서는 이동국, 김민재, 이용 등 국가대표 선수가 속한 1부리그 우승팀 전북현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쾌거도 달성했다.

주목할 점은 평일 오후에 펼쳐진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4348명이 경기장을 찾은 것. 

무궁화축구단은 지난 10월 27일, 2부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프로축구 35년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축구에 관심이 없었던 아산 시민들이 경기장을 꾸준히 찾은 이유는 좋은 성적과 활발한 지역사회공헌 활동이 한몫했다.
이렇게 무궁화축구단은 아산에 정착한 지 2년 만에 33만 도시에 축구 르네상스를 여는 발판을 마련했다.

문서 한 장에 산산 조각 되나?
아산에서 정기적으로 수천 명이 모이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던 무궁화축구단의 미래는 문서 한 장에 모든 것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당초 무궁화축구단은 2023년 의무경찰제도를 폐지한다는 정부 방침에 근거해 단계적인 축소와 폐지를 예상했다. 이에 맞춰 오는 2020년 시민구단 전환을 구상했다.

실제로 향후 시민구단 창단을 대비해 유소년 팀을 준비하는 등 미래 투자에도 나섰다.

무궁화축구단 관계자는 “지난 9월 17명을 더 받아 내년 시즌을 31명으로 리그에 참가하려 했다”며 “내년 중순 23명을 수급 받는다면 2020년 시즌 종료 후 해당 선수 전역과 함께 팀을 해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선수 수급 중단 소식이 알려졌다. 팬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무궁화축구단 존속지지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경기장에는 “축구팬도 국민! 국민을 외면하는 경찰에겐 미래란 없다”, “우리 유소년 축구선수들이 갈 곳이 없어요”라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여기에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도 지난 10월 12일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예기간을 달라”며 “점진적 단계를 밞아 해체하는 것이 맞다. 심사숙고 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현 사태를 해결할 만한 대안은 한 달 가까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연맹은 다양한 방법으로 경찰청을 설득하고 있으나 별다른 진척이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아산시는 충남도에 도민구단 전환을 건의했지만 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협약이 위반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연맹과 아산시, 경찰대가 체결한 협약에 따르면 ‘정책 변경 등으로 인해 협약을 이행할 수 없을 시 사전에 3자 회의를 통해 합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청은 이를 지키지 않고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문서 한 장을 통해 선수 수급 중단을 통보한 셈이다.

그리고 경찰청은 축구계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선수 선발 중단 결정을 고수하며 뚜렷한 해결책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당초 3자간 협의를 거쳐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했어야 했다. 물론 정부의 정책대로 2023년 폐지라는 큰 틀의 전제를 깔아놓고 말이다.

무궁화축구단의 리그 참가가 불가능해진다면 주세종, 이명주 선수 등 국가대표 출신들도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며, 특히 유소년 클럽도 연쇄 해체돼 그들의 진로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번 사태를 보는 한 축구팬은 이렇게 말한다. “이 또한 결국 을(乙)에 대한 일방적 폭력”이라고.

결국 경찰청의 결정에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자 꿈과 희망, 자부심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아산시민들에게 2018년은 무궁화축구단 우승이라는 쾌거보다는 잔인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로 남을 것이다.
이들은 지금도 외치고 있다.

“함께 가자 아산”

2016년
9월 :  ‘아산시 연고 프로축구단 지원조례’ 제정
10월 : 아산프로축구단 운영법인 설립(대표이사 박성관) 및 프로축구단 창단(구단주 아산시장)

2017년
1월 : 아산시-경찰대학-한국프로축구연맹 3자 간 운영협약 체결
3월~현재 : K리그2(2부리그) 참가
5월 :  정부 ‘2023년 의무경찰 완전 폐지’ 정책 발표
        구단 측 “의경 폐지 동의. 2020년 경찰 축구단 해체 후 시민 구단 전환”

2018년
9월 14일 : 경찰대학 “예체능 특기부서 선수선발 계획 없음”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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