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근시안 행정에 세종 공공시설 증축은 '필수'?
[노트북을 열며] 근시안 행정에 세종 공공시설 증축은 '필수'?
  • 신상두 기자
  • 승인 2018.12.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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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두 세종시 본부장
신상두 세종시 본부장

[굿모닝충청 신상두 기자] 세종 신도심 개발 초기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던 교실 부족사태가 최근 재발했다.

첫마을 초등학교 졸업생들을 인근 한솔중에서 다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

내년 현황을 보면, 한솔중 1학년 정원이 200명인데 지원예상 학생은 302명이다. 102명의 졸업생은 한솔중 대신 2·3근거리 중학교로 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까지는 봐줄만 한데, 10명 정도는 타 생활권 중학교로의 ‘원거리’ 진학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행인 것은 얼마전, 학부모들과 일부 시의원들의 노력·교육청의 전향적인 정책변화 등에 힘입어 한솔중 증축이 확정됐다는 정도다.

학교증축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정상이다. 왜냐하면, 증축을 위해 공간을 미리 확보해놓지 않은 경우 ‘억지증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공사로 인한 수업권 침해 등이 이어져, 학교현장에선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종에서의 학교 증축은 ‘일상적인’일이 됐다. 피치 못할 상황에서야 해야 될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

개교후 증축사례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2013년에는 도담초와 도담중이 24학급에서 42학급으로 늘렸고, 2014년에는 아름초·연양초·나래초가 각각 24학급을 48학급으로 증설했다.  

아울러, 양지초(24->42학급)와 아름중(30->48학급)·아름고(24->48학급)도 증축으로 교실부족을 메꿨다.

2015년에는 설계변경을 통한 학급수 늘리기가 이뤄졌다.

가락·온빛·고운초가 24학급에서 36학급으로, 종촌초는 30학급에서 42학급으로 늘렸다. 이밖에, 두루중과 종촌중·종촌고도 학급수 확대를 진행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기형적인 증축·증설이 이뤄지고 있을까. 

‘원죄’는 학생유발률 예측실패다. 2007년 행복도시건설청은 학교설립계획을 수립하면서 첫마을 세대당 학생유발률을 0.17명(초)·0.105명(중)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유발률을 바탕으로 건설청은 소생활권별로 초 2·중 1·고 1곳의 학교를 설립했다. 특히, 미래형 선진교육 인프라를 구축한다며 ‘획일적’으로 24학급 규모에 맞췄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세대수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학교사이즈를 구성하지 않은 것이다. 

학생유발률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초등은 0.346명이었고 중등은 0.255명으로 예측치의 2배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해당 학교는 특별교실을 일반교실로 돌리거나 학급내 정원을 늘리는 등 ‘콩나물시루’로 변신해야만 했다. 이 같은 과대학급 사태는 1~2생활권의 상당수 학교에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학생유발률 예측실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계적인 학교신축이 이뤄졌기 때문에 앞선 시행착오를 살펴 개선도 가능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한번 정해진 것을 잘 바꾸지 않는 공무원조직의 ‘고집’이 작용한 때문이다. 

근시안 행정으로 예산낭비를 부른 경우도 있다.

세종시청사는 2015년 완공된 새건물이다. 그런데, 최근 세종시는 청사별관을 짓기 위한 용역을 실시중이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행정수요에 맞게 직원이 늘다보니, 사무공간이 비좁아진 탓이다. 환경녹지국과 경제국은 시청 인근의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3년앞도 내다보지 않은 예산투입에 ‘나눠 짓기’가 이어지고 있다.

세종은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아파트 입주시기가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인구 증가시기도 예측가능하다.

하지만, 예산당국(국책사업이다 보니 기재부)은 시청사 설계당시의 인구만을 반영해 청사규모를 결정했다. 어찌보면 공간부족 현상을 예상하고도 밀어부친 꼴이다.

지금 당장의 예산을 아끼기 위해 작게 지어놓고, 나중에 별관을 짓는 이중적인 일을 벌이는 셈이다.

별관을 짓거나 증축을 위해서는 설계비 등이 추가되고, 부수적인 업무도 감수해야한다. 당연히 예산액은 한번에 짓는 것보다 커진다. 이는 가까운 장래도 살피지 않은 ‘고지식 행정’의 전형이다.

현실에 ‘지나치게’ 충실한 예는 또 있다.

세종아트센터 신축이 그것인데, 그 규모가 어중되다. 대극장은 1,071석 규모로 인구 설계당시 인구(30만명) 수준에 맞춘 느낌이다. 향후 70~80만명의 인구를 감당하는 ‘행정수도’치고는 인색한 사이즈다.

인근 대전예술의 전당이 1,546석의 아트홀과 643석의 앙상블홀로 꾸며진 점을 감안하면 꽤나 소박하다. 학교증축과 시청사 별관신축 사례를 보면, 세종아트센터의 앞날도 ‘감히’ 예측할 수 있다.

아트센터가 완공될 때 쯤, 공연장 증축·신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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