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인]밤엔 헛개즙아저씨, 낮엔 의식치유사
[굿모닝충청인]밤엔 헛개즙아저씨, 낮엔 의식치유사
대전 둔산동 ‘헛개즙 아저씨’ 박태윤 씨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4.10.02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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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해가 산 뒤로 지나가면 어둑어둑한 땅거미가 세상을 뒤덮는다. 이 시간이 되면 태양 대신 하나둘씩 네온싸인 불빛이 세상을 비추기 시작한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도 건물 2,3층에 달려있는 화려한 네온싸인의 불빛이 하늘과 땅을 비추고 있다. 그런데 8시 이후에는 작지만 특이한(?) 불빛이 사람 몸에서 움직이고 있어 대중들의 눈길을 끈다.

"과거 간경화 앓다가 헛개즙으로 완치
효능은 잘 알지만 마신 사람은 없어서 틈새 시장 진출
틈틈이 익힌 의식 치유, 마음의 상처도 치료하는 사람 되고파"

이 사람을 보고 있으면 몸에서 불빛이 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으며, ‘금산 헛개즙’, ‘간경화’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일을 하기에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일까?
둔산동 등 번화가에서 박태윤(57‧사진) 씨는 저녁 8시부터 술집이나 식당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헛개즙을 팔고 있다.

몸에 붙인 네온사인 때문인지, 특이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박 씨는 둔산동을 돌아다닌 지 1달밖에 안됐지만, 벌써 ‘헛개즙 아저씨’라고 불린다.

그의 특이함은 여기까지가 아니다. 그는 대덕구 법동 등에서 상담소를 차려 ‘의식 치유’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은 ‘치료’처럼 병을 없애는 것이 아닌 ‘치유’라는 단어처럼 마음의 병을 진단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헛개즙에 대해선 재미난 발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의식 치유에 대해선 진지한 생각에 가득 찬 박 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간경화와 의식치유, 어깨에 헛개즙을 메고 다닌 이유
박 씨는 밤 8시부터 자정까지 둔산동 거리를 돌아다닌다. 그의 등에는 두 개의 플라스틱 관으로 만들어진 헛개즙 통이 메어져있으며, 박 씨는 한 잔에 2000원을 받고 사람들에게 판매 중이다.
그가 처음 헛개즙을 판매하러 나선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간접적인 이유는 과거 병력과 현재의 일이다.

박 씨는 “과거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간경화에 걸려 죽다 살아났다. 헛개즙으로 인해 내가 앓았던 병을 다른 사람들이 안 겪었으면 한다”며 “또 내가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듣는데, 문득 생각이 든 것이 과연 ‘내가 하기 싫은 거는 안하면서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업을 틈새시장을 공략하려고 시작했다. 박 씨는 헛개즙이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졌지만, 정작 이것을 마신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 관에 연결된 통으로 생맥주를 주듯이 어디서든 사람들에게 햇개즙을 판매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큰 어려움은 없지만, 간혹 잡상인 취급을 받으면 내 자신이 창피해지기도 해요. 하지만 한 달쯤 해보니깐 창피하다, 즉 쪽팔린다는 말을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쪽이 팔리면 기운이 나고 안 팔리면 반댑니다. 창피하다는 것은 잠깐의 생각이죠”

간경화 큰 병, 이로 인해 관심 갖게 된 의식 치유
박 씨의 명함에는 헛개즙에 관련한 단어가 없다. 그의 본래의 직업은 의식 치유사. ‘몸‧마음영 그리고 사이 치유공간’이라는 상담소를 운영하는 박 씨는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있다.
그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본사에서 20년 가까이 일을 했다. 그러던 그가 간경화로 지방에서 근무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대전에서 근무를 할 당시, 기공을 하는 스님과 같이 일을했다. 기공은 몸 안에 흐르는 ‘기’라는 생체 에너지의 흐름을 부드럽고 원활하게 하는 중국의 전통 자기치유 체계를 뜻한다.

박 씨는 “당시 간경화로 인해 심하게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기공으로 이를 치료하지 않을 까라는 생각으로 그 스님과 함께 했다”며 “그 때부터 의식이나 심리 정신세계에 푹빠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후 기공, 오라소마(색채 치료) 등 수많은 심리 치료 및 의식 치유 등을 공부했다. 그리고 그는 둔산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혼상담과 관련된 일을 했다.

“변호사 사무실은 본의 아니게 이혼으로 결론이 나는 쪽에 가닥이 많이 잡혀있는데, 이에 대한 방향이 아닌, 얘기를 듣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대부분 상담을 하는 쪽은 아내인데, 여자 자신이 힘 있는 존재라는 의식을 깨닫게 하면서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박 씨는 이렇게 위기에 처한 가정들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죽도록 싸우라’고 강조한다. 대부분 부부들이 이혼의 위기에 처해질까 두려워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 채 싸우기를 싫어한다. 단순한 싸움이 아닌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면 공감을 넘어선 ‘공명’(共鳴)이 일어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헛개즙 판매는 재미나게 의식 치유는 진전성 있게
박 씨의 꿈은 자신이 하고 있는 헛개즙 판매가 활성화되고 의식치유로 인해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가 현재 입고 다니는 옷을 카우보이 복장으로 변경, 헛개즙 관에 맺어진 주사기를 권총으로 바꾸는 등 박 씨는 좀 더 이벤트적인 요소를 강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는 둔상동의 ‘카우보이 아저씨’라고 불릴 꿈에 부풀어 차있다.

또 의식치유는 진심을 담으려고 한다. 현재 상담소는 수익이 잘 안 되는 직종으로 손꼽히는데, 박 씨는 마음의 본질을 통해 상대방의 진정성을 파악하고, 내담자(피상담자)가 좀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상담은 감정을 타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마음의 본질을 잘 파악해야한다. 심리치료처럼 한두 시간 시간을 정해지지 않고 상담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사실 내 상황은 어렵다. 하지만 내담자가 상담료를 내고 나에게 찾아오는 것은 그 사람이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진정성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겠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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