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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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절 어려운 5.18 폄훼.... 왜곡·날조 용납 않도록 사회 분위기 바꿔야
  • 지유석
  • 승인 2019.02.15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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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폄훼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뒤로 미뤄졌다. 이러자 두 의원은 이번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나섰다. Ⓒ JTBC
5.18폄훼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뒤로 미뤄졌다. 이러자 두 의원은 이번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나섰다. Ⓒ JTBC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민주화운동' 망언 파동이 꼬리짜르기로 수습되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14일 이종명 의원을 제명하고,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는 당 규정을 들어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기로 확정했다. 

징계를 면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면죄부라도 받은 듯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순례 의원은 "살려 달라. 자유 우파의 가치를 지키는 겸손하고 절제된 용어로 앞장서는 여전사가 되겠다"고 외쳤다. 

김진태 의원도 스스로를 “행동하는 우파”로 규정하고 “만약 당대표가 되지 않으면 김진태, 당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저를 지켜주셔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망언으로 크나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음에도, 두 의원은 오히려 논란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소비하는 셈이다.

그런데 꼬리자르기 여부와 별개로, 이번 망언 파동은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적잖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는 판단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미 내려진 상태다. 5.18 당시 북한군이 침투했다는 주장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법적 판단이 존재한다. 

심지어 전두환 씨 조차 2016년 6월호 <신동아> 인터뷰에서 ‘5·18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침투와 관련된 정보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혀(모른다)”고 답했었다. 

그럼에도 5.18 북한군 개입설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아무리 '팩트폭행'을 가해도 소용없다. 문제는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이 앞으로도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12일자 칼럼을 통해 "고통스러운 건 그들이 사라져도 ‘5·18 부정하기’는 그치지 않으리란 것이다. 별로 닮지도 않은 얼굴 몇 개를 앞세워 ‘북한군 5·18 개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출몰할 것"이라고 적었다. 

권 위원은 더 나아가 "5·18은 예고편일 뿐이다. 10년, 20년 뒤엔 세월호 참사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국회에 등장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5.18 폄훼에 특효약은 없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들의 주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일본의 대표적 혐한단체인 '재특회'를 탐사 취재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의 조언은 훌륭한 참고사례라고 본다. 

야스다 고이치는 재특회의 준동을 막을 특효약은 없다고 단언했다. 대신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재특회 현상을 차단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세력은 어디든 있다. 히틀러를 신봉하며 자신을 스스로 비주류 역사학자라고 칭한 영국인 데이빗 어빙은 홀로코스트가 날조됐다는 주장을 거리낌 없이 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나서 자신이 당한 일을 증언해도 어빙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확하지 않은 기억을 파고들어 허점을 찾아낸 뒤 생존자를 모욕했다. 

어디 그뿐인가? 일제 강점기 성노예 피해를 당한 할머니들이 생존하고, 위안부의 존재를 입증할 기록이 속속 발견됐거나 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책임을 져야 할 일본 정부는 줄곧 모르쇠다. 

이 와중에 한일 양국의 극우세력은 피해 할머니를 욕보이는 발언으로 2차 가해를 자행했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이 사회적 파장에도 아랑곳없이 5.18 폄훼를 일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아무리 사실을 들이댄들, 소용없다. 그보다 야스다 고이치 씨의 지적대로, 사실(내지 역사) 왜곡과 이를 일삼는 세력들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주장이든 가능하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은 존재한다. 지구는 둥글고,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으며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피식민지 여성을 성노예로 삼았다. 그리고 북한군은 5.18광주에 개입하지 않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존재는 전두환 씨다. 

우리 사회 공동체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에 대한 부정과 왜곡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바로 지금 사실 왜곡을 용납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체계가 재구축되지 않으면 비슷한 논란은 어느 시점에서 고개를 들 것이라고 감히 전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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