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미취학 아동 위한 안전 장치 시급하다
[노트북을 열며] 미취학 아동 위한 안전 장치 시급하다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9.03.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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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시민들의 걱정을 샀던 대전 미응소 아동 실종 사건이 반전의 결말을 가져오며 일단락됐다.

올해 초등학생이 되어야 할 A군은 2살이던 지난 2013년 베트남으로 간 뒤 6년 동안 행방이 묘연했고, 대전시교육청과 대전경찰은 지난 1월 중순부터 A군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경찰은 50여 일의 탐문수사 끝에 지난달 21일 대전 동구 일원에서 A군 행방의 결정적인 단서인 아버지를 찾아냈다.

하지만 조사 결과 그는 '아이를 호적에 올려주고 베트남으로 데려다주면 300만 원을 주겠다'는 한 브로커의 제안을 받고 친자가 아닌 A군을 호적에 올린 것 뿐, 아이는 진짜 한국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론을 맺어가고 있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 국적(한국인의 호적에 올라가 있기 때문)인 아동의 행방이 무려 6년 동안 묘연했고,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 일명 '원영이 사건'을 떠올려보자.

지난 2016년 1월 7일, 예비 초등생이었던 신원영 군은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에 나타나지 않았다. 원영이의 친부는 일주일 뒤인 14일 '아이의 성장이 늦고 곧 이사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입학 유예를 신청했다.

하지만 원영이는 예비 소집일 한 달여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고, 뒤늦게 친부와 계모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었음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계모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영이게 락스를 퍼붓는 등 끔찍한 학대를 저질렀고, 급기야 2월 1일에는 알몸인 원영이에게 찬물을 퍼부은 뒤 방치했다. 20시간 동안 추위에 떨던 원영이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친부와 계모는 원영의 시신을 이불에 말아 세탁실에 방치했고, 부패가 심하자 같은달 12일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부모의 끔찍한 학대와 유기 사실에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던 국민들은 원영이가 다니던 아동 센터조차 아이의 사망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에서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원영이와 대전 미응소 아동 모두 초등학교 예비 소집이 아니었다면 어디에 있는지, 살아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아이가 초등학교 취학대상이 되면 시교육청이 예비소집 등의 방법으로 아이들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아직 취학대상이 아닌 아이까지 확인할 여력은 물론, 근거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만 7세 미만의 아동의 소재를 파악하려면 지자체나 정부에서 국민 전수조사를 시행하는 것 외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일일이 집을 찾아다닐 수 있는 인력도 없다.

여러 이유로 미취학 아동들에 대한 안전 관리는 사실상 없는 셈이고, 그 결과로 원영이와 같은 피해 아동이 발생한다. 양육은 매우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면 제3자가 관여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할 권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아이의 눈에 어른들, 나아가 국가가 어떻게 보일까.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안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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