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지역 프로축구팀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무궁화축구단)과 대전시티즌(시티즌)이 지난 16·17일 각각 올해 첫 홈경기를 가졌다.
축구 시즌을 기다려온 축구팬과 시민의 발걸음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뭇 달랐다.
먼저 무궁화축구단은 지난해 12월 말 아산시-경찰대학-무궁화축구단 간 1년 간 한시적 운영연장 협약을 체결하면서 잔류의경 14명과 이적‧임대 영입 선수 21명 모두 35명으로 2019년 시즌을 맞았다.
오는 8월 말까지 일반 선수 3명을 추가 영입해 38명의 선수단을 구성한 뒤, 9월부터 12월까지 일반선수 24명으로 축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무궁화축구단의 미래는 올해 역시 밝지 않다.
아산시의회가 지난해 2019년도 본예산 심의에서 시가 요청한 19억5000만 원 중 14억5000만 원을 삭감한 5억 원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프로팀 산하 유소년팀의 피해를 막고 해체 수순에 필요한 직원 운영비만 책정한 상황. 무궁화축구단은 시즌권 판매와 후원사 추가 영업, 보조금 추가 확보를 통해 삭감된 예산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건은 다음달 8일 개회하는 시의회 임시회에서 추경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시는 삭감된 예산 14억5000만 원에 대한 추경예산안 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팬들이 할 수 있는 건 응원뿐이다. 16일 이순신종합운동장에는 유료관중 4504명이 찾았고, 경기 내내 웃음꽃을 피우며 “함께 가자 아산”을 외쳤다.
반면 시티즌의 경우 드리운 암운이 좀처럼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방만 경영‧에이전트 유착 의혹과 같은 구설수에 올랐던 김호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또한 최근 선수 부정선발 의혹과 관련해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이다.
경찰은 김 전 대표이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선수 선발 평가에 참여한 코치를 형사 입건, 고종수 감독을 비롯 나머지 4명의 평가위원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더불어 A사무국장은 회계 규정을 어겨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해 서포터즈와 일반 팬으로 구성된 대전시티즌 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는 시티즌의 개혁을 촉구하며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보이콧은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경기장에는 유료관중 4370명이 찾았지만 팀을 응원하는 목소리보다 팀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경기장 곳곳에 “구단주님, 대전 팬들은 대화를 원합니다”, “신뢰를 잃으면 팬을 잃는다”, “부끄럼은 왜 우리 몫?”, “거의 다 왔어, 조금만 기다려”, “봄이 오면 함께해”와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린 것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정추위는 금주 내 성명서를 발표하고 ▲팬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기만으로 일관한 시티즌의 공식적인 사과 ▲낙하산 사장 임명 방지 ▲구단주는 팀 이름만 빼고 전부 개혁 촉구 ▲시티즌과 팬의 원활한 소통을 도울 비영리 단체 구성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6.13 지방선거 후보자 시절 “당선이 된다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무엇보다 시민구단인 만큼 대전 시민과 팬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검증 과정을 거치겠다”고 약속했다.
무궁화축구단과 시티즌의 구단주인 오세현 아산시장과 허태정 대전시장은 경기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오 시장은 “시즌 내내 아산시민들에게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선물하는 무궁화축구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허 시장은 “골 없는 축구경기가 이렇게 재미나도 되는 거냐. 우리는 함께 소리치고 함께 환호했다”는 소회를 남겼다.
두 지자체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묻고 싶다.
“즐거우셨나요? 그런데 팬들에게 봄은 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