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희망은 특권
[시민기자의 눈] 희망은 특권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19.04.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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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홍경석 시민기자] 얼마 전 실로 뜻 깊은 모임이 있었다. 서울 D대학교에서 필자가 곧 발간하는 저서의 출판사 작가들 모임이었다. 설레는 맘을 애써 다잡으며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명불허전의 유명 작가님들 특강은 새삼 더 좋은 글을 쓰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여졌다.

필자가 발간하게 되는 저서는 그동안 첩첩산중과 가시밭길을 점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그마치 무려 수백 군데도 넘는 출판사로부터 냉대를 받은 뒤에야 비로소 낙점을 받은 때문이다. 거듭되는 무관심에 포기(抛棄)의 유혹이 자꾸만 찾아와 꼬드겼다.

하지만 1년 이상 써온 글이 아까워서 차마 그럴 순 없었다. 힘든 야근을 하면서 치열하게 쓴 글은 난산(難産)의 옥동자였기 때문이었다. 뿐이던가, 한 줄의 문장을 위해 수십 권의 책을 읽어야 했고, 한 줄의 사례 인용을 위해선 많은 신문을 동원해야 했다.

따라서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라는 명언 아닌 명언이 새삼스러웠다. 문득 ‘포기하고 싶어질 때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떠오른다.

20년 동안 평론가들로부터 “너저분한 잡동사니만 쓴다”고 비판 받았던 작가의 이름은 ‘도스토예프스키’다. “이 정도 솜씨로는 작가가 될 수 없다” 고 핀잔 받던 한 무명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노인과 바다>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똑같다. 그건 바로 불굴의 투지와 열정으로 결코 포기를 몰랐다는 것이다. 수백 번 원고를 보냈어도 함흥차사인 출판사들에 지쳐 낙심천만(落心千萬)할 때마다 필자보다 더한 고통을 겪었던 문인, 아니 ‘위인’들의 지난날을 떠올렸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200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책을 발간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무명작가의 경우, 출판사에서 출간의 동의를 받는다는 건 무수리가 임금의 간택을 받는 것보다도 어렵다. 그 난관을 겨우 뚫고 다시금 재간(再刊)의 기쁨과 희열을 맛보게 되었다.

더욱이 작가 모임까지 기획하여 더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는 ‘지혜의 화수분’ 토양까지 제공하는 출판사는 정말이지 너무도 감사했다. 당연히 강물 같은 고마움이 출렁거렸다. 올해 필자의 목표는 죽어도(!) 세 권의 저서를 발간하는 것이다.

이미 초안은 다 마련되었다. 가감첨삭(加減添削)과 더불어 시류에 맞게 윤색과 교정만 보면 된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힘은 목표가 있어야 생긴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신이 내게 소원을 묻는다면 나는 부나 권력을 달라고 청하지 않겠다. 대신 식지 않는 뜨거운 열정과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영원히 늙지 않는 생생한 눈을 달라고 애원하겠다. 기쁨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지만 희망은 시드는 법이 없으니까”라고 했다.

맞다. 희망은 살아있는 자의 특권이다. 이와 함께 긴요한 것은 또한 인연(因緣)이다. 사람은 누구와 어울리느냐에 따라 인생까지 달라진다. 필자는 작가들 모임의 날에서 그 사실을 명료하게 깨달았다.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치열하게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자화자찬(自畵自讚)일지 몰라도 포기를 몰랐기에 필자 또한 저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서울로 가기 전 대전역에서 KTX를 기다렸다. 저만치서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순간 ‘책 읽는 사람이 먼저 도착한다’는 나름의 좌우명이 그 열차의 앞을 가로막았다.

포기하지 않길 정말 잘했다! 거개의 직장인들은 일요일이면 쉰다. 그러나 앞으로 서점은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필자의 책을 팔아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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