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아베에게 배우라
[노트북을 열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아베에게 배우라
노동 적대적인 한국정치 vs 노동계 ‘꾀는’ 아베 내각
  • 지유석
  • 승인 2019.07.05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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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노동계를 향해 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출처 = 자유한국당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노동계를 향해 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출처 = 자유한국당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노동계를 향해 작심 발언을 했다. 아래 인용할 대목은 노동계를 향한 선전포고 처럼 들린다. 

"더 이상 우리 경제가 노조에 발목 잡혀선 안 됩니다. 각종 개혁과제가 노조에 의해 무산되어서도 안 됩니다. 강성노조가 아닌 책임노조, 귀족노조가 아닌 권익노조가 되도록 자유한국당이 반드시 노동개혁을 이끌겠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내놓은 노동개혁안은 ▲ '노조의 사회적 책임법' 입법 ▲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추진 ▲ 새로운 산업 환경과 근로 형태에 맞는 '노동자유계약법' 등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 같은 구상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에게는 마음껏 일할 자유를, 우리 산업에는 유연한 노동 시장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가 속한 보수 자유한국당은 노동계에 적대적이다.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노동계에 우호적이지 않지만, 한국당은 노조를 탄압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현대 한국정치에서도 공화당·민정당· 한나라당·새누리당 등 한국당의 전신은 집권세력으로 군림하면서 노조 억압에 남다른(?) 공을 들여왔다. 한국당의 DNA를 감안해 볼 때,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실로 반노동적이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발언 시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를 향해 막말을 쏟아내던 바로 그 시점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는 파업 중이었다. 

일각에서는 학교·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을 폄하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시험도 치르지 않았으면서 공무원 대우를 요구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파업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는 일방적인 매도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단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고, 9급 공무원의 64% 수준에 불과한 소득을 현실화해 달라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자신을 서울의 한 초등학교 비정규직 직원이라고 소개한 이는 <미디어오늘> 7월 3일자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되물었다.

"시험을 보라고요? 시험을 보고 들어오라고요? 이 나라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대우를 받고, 신분과 급여 대우 보장을 받는 나라입니까. 시험에 탈락한 사람, 시험을 치르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차별받고 2등 국민, 3등 국민으로 살아야 합니까."
 
다행히 여론은 학교·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특히 파업으로 직접 영향을 받을 학생·학부모들은 '불편해도 괜찮다'며 파업을 격려하고 나섰다. 

적어도 정치인, 특히 제1야당 원내대표라면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자 파업을 폄하하기에 앞서 학교와 공공부문이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상황이 과연 옳은지 고민하고, 고민의 결과를 민의의 장에서 자신 있게 선언해야 한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서 이 같은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한국당 DNA에 면면히 흐르는 노조탄압 망령만 재확인시켰다. 또 하나,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은 귀를 의심스럽게 만든다. 

밉지만, 배울 건 배우자 

대체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고, 이에 관련법으로 처벌이 가해진다. 대체근로 시 사용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9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나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고 따라서 이 같은 법리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의 입에서 불법을 합법으로 개정하겠다는 말이 나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웃 일본은 노동에 유난히 적대적인 한국 정치에 훌륭한 참고 사례다. 아베 내각이 극우 성향을 띠지만 노동계엔 우호적이다. 시사주간지 <시사iN> 2019년 2월 19일자 보도 중 일부를 옮긴다. 

"우파인 자민당이 친노동 정책을 편다. 시노다 도루 교수에 따르면 극우 세력이라고 알려진 아베 정권이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이다. '아베 정권은 경영자들에게 임금을 인상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 임금평준화 역시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 처지에서 싫어할 이유가 없다.' 

노조를 배척하는 것도 아니다. 간담회 도중 시노다 교수는 “한국 보수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노조를 심하게 탄압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포섭하려는 노력은 없었나?”라고 물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아베 정권은 야당을 지원하는 노조를 흔들기는 하지만 절대 탄압하지는 않는다. ‘꾀는’ 데에 가깝다.'"

만약 보수 야당, 아니 우리나라 정치 세력 누구라도 노동계에 유화적이고 전향적이었다면 노동계는 이들의 우군이 돼 있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노조는 자민당에게 표를 주니까 말이다. 

부디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은 일본 자민당 사례를 잘 참고하기 바란다. 한국 때리기에 급급한 아베 내각의 행태가 밉지만, 배울 건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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