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통합교복, 차별 앞에 선 학생…마음 무겁다”
안희정 “통합교복, 차별 앞에 선 학생…마음 무겁다”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소규모 학교 학생들 얘기 털어놔…학생들 “촌놈 놀림 받아”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4.11.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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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충남지사. 참고사진.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소규모 학교 통합교복 정책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통합 교복 정책이 자칫 학생들의 출신과 지역에 근거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의 걱정은 지난 4일 자신의 SNS 계정에서 나왔다. 그는 이곳에 전날 천안상록리조트에서 열린 ‘2014 충남 청소년 미래컨퍼런스’에 참석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안 지사는 “충남교육청이 소규모 학교의 교복 디자인을 통일, 값도 싸고 디자인 맵시도 더 사린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라며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한 여자친구가 ‘통합교복을 바꿨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그냥 한 학교 아이구나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면 단위 촌놈들이라고...지나갈 때마다 놀린다. 촌 것이라고...’”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가 곧 울 것처럼 슬픈 얼굴이 되었다. 내 마음도 갑자기 슬퍼졌다”며 “그래서 큰소리로 역성을 들어 말했다. ‘그래? 촌이 어때서? 그냥 그렇게 너도 무시해버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위로와 함께, 어린 시절 ‘도시 것’들이 우리 동네 친척집에 놀러오면, ‘네가 서울 것이냐’며 치기 어린 맞짱 대결을 벌인 얘기 등으로 그 아이의 기분을 좀 풀어주고 싶었지만, 영 시원치 않았다”며 “통합교복을 입음으로써 교복자체로 소규모 학교임이 나타나고 그것이 놀림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그 녀석의 현실은 현실인 이상,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식의 대답만으로는 내가 들어도 시원치 않았다”고 반성했다.

안 지사는 이후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에 관한 질문을 던졌지만, 아이들은 통합 교복보단 학교별 교복으로 입는 것으로 선호했다.

그는 “통합 교복이 출신과 지역에 근거한 차별의 표식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아이를 그런 차별 앞에 서게 만들어 자주, 때때로 그런 무례함을 당하게 만든다는 현실”이라며 “마음을 더 키운다면 그깟 일이야 넘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학교별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소규모 학교라는 집단적 표식이 되는 통합교복에 대해, 돌아오는 차안에서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며 심경을 고백했다.

이 글을 본 한 네티즌은 “통합교복만의 독특함을 없애고 기존 타 학교 교복 중 가장 보편화도는 기존의 디자인을 선택해 입게 하면 티가 나지 않을 것 같다”며 밝혔다.

다른 네티즌은 “전국의 교복 통일화가 어렵다면 충남도 단위의 모든 학교의 교복이 같을 수 없는가”라며 의견을 제시하는 등 여러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안 지사의 글 전문

소규모 학교 통합교복 정책

도 교육청이 소규모 학교의 교복 디자인을 통일해서 값도 싸고 디자인 맵시도 더 살린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제 저녁.
도내 곳곳의 고1,2 학년들이 모여서 1박2일의 청소년 토론 모임을 하는 자리였다. 180여 명의 남녀 고교생들과 도지사와의 대화시간에 초청받아 갔던 자리다.

한 여자친구가 말했다.

"통합교복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 ...? 왜요?"
"예전에는요. 그냥 00학교 아이구나! 했는데요..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이 면 단위 촌놈들이라고.. 지나갈 때마다 놀려요... 촌 것이라고.."

아이가 곧 울것처럼 슬픈 얼굴이 되었다. 내 마음도 갑자기 슬퍼졌다.
그래서 큰소리로 역성을 들어 말했다.

"그래? ... 촌이 어때서..? 헐~~ 어쩔~~? 그냥 그렇게 너도 무시해버려!"

이런 저런 말로 위로와 함께... 어린 시절 '도시 것'들이 우리 동네 친척집에 놀러오면.. 네가 '서울 것'이냐 하며 치기 어린 맞짱대결을 벌인 이야기 등등으로 그 아이의 기분을 좀 풀어주고 싶었지만... 영 시원치가 않았다.
통합교복을 입음으로써 교복자체로 소규모 학교임이 나타나고 그것이 놀림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그 녀석의 현실은 현실인 이상...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식의 대답만으로는 내가 들어도 시원치가 않았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물었다.
"무슨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냥 옛날처럼 학교별로 입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디자인도 학교별로 살리면서 값도 싸게 하는 방법은 없을지.. 나도 고민해서 교육감님과 상의해볼게요..."

통합교복이 출신과 지역에 근거한 차별의 표식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그 아이를 그런 차별앞에 서게 만들어 자주, 때때로 그런 무례함을 당하게 만든다는 현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마음을 더 키운다면 그깟일이야 넘길 수 있다고도 말 할 수 있지만 학교별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소규모 학교라는 집단적 표식이되는 통합교복에 대해...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자리에까지...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

마음의 심지는 심지대로 키우더라도
차별과 편견을 불러오는 현실은 현실대로 풀어줘야 할텐데...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요?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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