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태안 만대항에서 충청을 보다
[노트북을 열며] 태안 만대항에서 충청을 보다
혁신도시 지정 갈수록 난망…양승조 충남지사, 품에 탈당계라도 지니고 다니길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9.07.21 17: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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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만대항에 가면 충청이 처한 현실과 직면하게 된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다리 하나 놓고 못 놓고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충남 태안 만대항에 가면 충청이 처한 현실과 직면하게 된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다리 하나 놓고 못 놓고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태안=김갑수 기자]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 만대항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21일이었다. 군청에서 약 31km쯤 떨어진 곳인데 구불구불 왕복 2차선 길은 만만치 않았다. 마을회관에 서 있는 비석(가다가다 만다…)을 보고 만대항이라 이름 붙여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만대항은 가로림만을 사이에 두고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와 손에 잡힐 듯이 마주하고 있다. 충남도는 민선6기부터 이곳에 약 2km 구간의 해상교량(2000억 원) 놓으려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전임 지사는 “임기 내 가시화”를 약속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분위기다.

그나마 2019년도 정부예산으로 기초조사용역비 1억 원을 확보했다지만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2021~2030년)과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2021~2021년)에 반영시키지 못할 경우 최소 10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다가다 만다”는 태안 만대항…충청이 처한 현실과 마찬가지

이 일대 주민들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를 두고 약 70여km를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모두 연결되지 않은 지역은 전국에서 태안과 경남 의령 2곳뿐이라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지난 3월 경남 사천에서 전남 여수까지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웬만한 섬은 모두 다리로 연결돼 있는 것을 보고 부러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다.

만대항에서 충청이 처한 현실과 직면하게 되는 이유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다리 하나 놓고 못 놓고의 문제만은 아니다.

충남도는 민선6기부터 이곳에 약 2km 구간의 해상교량(2000억 원) 놓으려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전임 지사는 “임기 내 가시화”를 약속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분위기다. (자료사진: 태안군 제공)
충남도는 민선6기부터 이곳에 약 2km 구간의 해상교량(2000억 원) 놓으려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전임 지사는 “임기 내 가시화”를 약속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분위기다. (자료사진: 태안군 제공)

정부는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을 발표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이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1월 29일자 <전북일보> 기고를 통해 “우리의 노력은 불가능해보이던 벽을 허물었습니다. 도민의 힘찬 기세로 이제 전북은 절망의 산업시대를 끝내고 전북 자존의 시대로 전진할 것입니다. 갯벌만 상상되는 새만금에 세계를 향한 활주로가 뻗어가고 새만금의 바람은 전북의 비상을 이끌 것입니다”라며 자축했다.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사저널>에 따르면 새만금 국제공항은 사업비만 약 8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직선거리로 불과 10km 거리에 군산공항이 있고, 광주공항은 물론 무안공항과도 멀지 않아 경제성 논란과 함께 ‘표심 달래기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8000억 새만금 국제공항 예타 면제로 '탄력'…500억 서산민항은 '난관'

공군의 기존 활주로를 이용하면 되는 까닭에 사업비가 500억 원 정도밖에 안 드는 서산민항 사업의 경우 경제적 타당성(BC 1.32)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제주공항 포화를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된, 사업비 수조원 규모의 영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충남(내포신도시)과 대전의 혁신도시 지정 지연 문제도 충청인의 복장을 터지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곧바로 당론 채택이 가능할 것처럼 언급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요즘 잠잠한 분위기다.

공군의 기존 활주로를 이용하면 되는 까닭에 사업비가 500억 원 정도밖에 안 드는 서산민항 사업의 경우 경제적 타당성(BC 1.32)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제주공항 포화를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자료사진: 서산시 제공)
공군의 기존 활주로를 이용하면 되는 까닭에 사업비가 500억 원 정도밖에 안 드는 서산민항 사업의 경우 경제적 타당성(BC 1.32)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제주공항 포화를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자료사진: 서산시 제공)

게다가 전남지사를 지낸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대정부질문 답변과정에서 “타 지방이나 중앙에서 볼 때 ‘세종시도 결국 충청권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대전에 정부 제2청사가 있다”며 혁신도시 지정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 의견을 피력한 상태다.

“정부 제2청사는 물론 세종시까지 챙겼으니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 같은 기류는 17일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처리가 무산된 것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달 27일 가진 취임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혁신도시 지정이 이렇게까지 힘들 거라고 예상을 못했다”며 “우군보다 적군이 많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우군은 누구고, 적군은 누군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대충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양승조 충남지사, 탈당계 낼 각오로 혁신도시 지정 관철시켜야

정치권에서는 혁신도시 지정이 차기 총선 이전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 원안 사수 투쟁 당시와 달리 피아가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 즉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그다지 협조적이지도,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오히려 상황을 꼬이게 만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충청인의 입장에서는 ‘투쟁의 대상’이 모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거나 포기할 순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양 지사의 스탠스다.

그런 면에서 기자는 양 지사가 품에 탈당계라도 지니고 다녔으면 한다. 실제로 탈당계를 내라, 마라 할 일은 아니겠지만, 그런 심정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설득 또는 압박해 달라는 얘기다.

국토균형발전의 또 다른 정의는 ‘특정 지역이 정치·경제적으로 과소 대변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지금 충청권은 극도로 과소 대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가로림만에 해상교량이 놓이거나 서산에 민항이 뜨는 날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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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노루 2019-09-30 16:58:01
충청도 특히 서산 태안은 정치적이나 지역 개발 사업이나 소외받고 있다는건 누구나 알고있다.
호남쪽이나 남해를 보면 섬과 섬사이에 연육교가 연결이 안된곳이 별로 없을만큼 다리를 놓았다.
가로림에 다리는 그쪽에 비하면 손톱만큼 정도인데도 개발을 미루는것은 충청도가 밉고 싫어서 일테고
물론 정치력에서 딸리고 등등 참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신수자 2019-08-21 21:59:17
충남 정치인 여러분, 수도권에서 가까운 충남태안 살려서 부흥시켜야 합니다. 그럴려면 다리도 건설하고 고속도로도 뚫려야 합니다. 변화를 해야 합니다. 전진하고 또 전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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