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라떼는 말이야" 꼰대들에게 고합니다
[노트북을 열며] "라떼는 말이야" 꼰대들에게 고합니다
  • 최수지 기자
  • 승인 2019.07.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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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지 기자
최수지 기자

[굿모닝충청 최수지 기자] “라떼는 말이야”

요즘 온라인상에선 기성세대의 ‘나 때는 말이야’를 유쾌하게 비꼰, “라떼는 말이야”가 유행하고 있다.

이른바 ‘꼰대’들의 입버릇과 같은 ‘나 때는 말이야’가 최근 불법의 경계에 자리 잡은 모양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사내 ▲지위·관계 등의 우위 이용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 ▲신체적‧정신적 고통 등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는 규제대상이 돼버렸다.

회식, 흡연 강요뿐만이 아닌 심지어 꼰대들의 갑질도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될 가능성이 열렸다.

법 시행에 강압적 조직문화가 달갑지 않은 2030 직장인들은 두 손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취재를 위해 만난 직장인 A(33) 씨는 “회식 때 잔을 비우지 않으면,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몸 상태가 안 좋아도, 부장과 함께하는 술 자리면 토 할 때까지 마셔야 했다”며 “법 시행 덕분인지 몰라도 최근 회식이 많이 줄어들었다. 점차 사내 문화가 바뀌어 갈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장인 B(27) 씨는 “퇴근 후 업무지시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사가 있다. 그에게 당연할지 모르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것은 욕설이었다”며 “퇴근 이후 연락이, ‘저녁먹자’, ‘술 한 잔 하자’란 말이 왜 괴롭힘인지 이제는 알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 시행이 2030 직장인들에게 합법적인 꼰대 탈출의 기회를 부여해 준 셈이다.

반면 상사·선배들은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운 모양이다.

23년 차 직장인 C(52) 씨는 “법 시행으로 업무지시도, 농담도 '갑질'이 되지 않을까 걱정돼 후배 ‘눈치보기’ 바쁘다. 우리 때의 ‘룰’에 맞추란 소린 아니지만, 어느 정도 소통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극단적으로 법 시행이 관행의 폐지, 위계질서의 해체로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통계로도 우리의 ‘괴롭힘’에 대한 인식차이는 분명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진행한 직장인 괴롭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민감도가 높았다.

20대는 직장 내 괴롭힘 유형 30개 문항 중 20.7개를 괴롭힘이라고 응답했다. 뒤이어 30대는 17.5개, 40대는 12.7개를, 50대 이상에서는 10개 미만을 선택했다.

20대와 50~60대의 응답 문항 차이는 무려 2배 이상이다.

물론 한편으론 선배들의 씁쓸함을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느끼는 '꼰대짓'을 참고 버텨야 함이 당연하던 시절이 그들에겐 있었다. 

나이 지긋한 선배는 "나도 '꼰대'가 되버린 것 같다. 젊었을 때 그렇게 싫어하던 모습을 보게된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좋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따끔한 충고·조언이, 후배에겐 '듣기 싫은 소리'로 들릴까 우려하는 선배의 자조적인 목소리엔,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기성세대의 "까라면 까" 문화는 젊은 세대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됐다. 서로의 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그때의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고통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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