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지방자치와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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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의회 사태 최선의 해법은 '자정'…'지방의회 무용론' 확산 막아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9.08.26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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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의회는 지금 지방자치 퇴행을 초래한 공적이 될지, 아니면 전화위복의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지 기로에 서 있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공주시의회는 지금 지방자치의 퇴행을 초래한 공적이 될지, 아니면 전화위복의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지 기로에 서 있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공주=김갑수 기자] 2005년 전후 아니었나 싶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전 대통령)가 충남 아산시청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박 대표가 도착하기 전 같은 당 소속 일부 시의원들 사이에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대화가 오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미혼인 박 대표를 겨냥해 ‘아○○○’라는 일본어 표현까지 써 가며 자기들끼리 히죽댔던 것이다. 한창 혈기왕성한 때였던지라 이를 메인 기사로 올렸고, 이로 인해 아산시의회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한동안 냉랭했다.

14년 전의 일이 떠오른 이유는 8일 공주시의회에서 벌어진 폭력적인 자해소동 때문이다.

2005년 아산시의회 성희롱 막말…14년 후 공주시의회 자해소동

지난해 진행된 2019년도 본예산 심사에서 삭감된 모 중학교 태권도부 예산 2500만 원 중 약 930만 원이 제210회 임시회 기간에 상정된 2회 추경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산 집행에 문제가 있어 삭감한 것을 왜 되살렸느냐?’는 것인데, 공주시는 공주교육지원청과 충남교육청의 감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경찰로부터 해당 태권도부 코치의 비위 의혹에 대한 정식적인 통보나 자료제출 등의 요구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주시는 특히 “태권도부 학생들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예산 반영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문제 삼은 의원이 유리를 깨고 자해소동을 벌이는 모습이 19일 뉴스를 통해 전국에 전해졌고, 2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대변인까지 나서 “조직폭력배를 떠올리게 하는 엽기적인 폭력행위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공주시의회 박병수 의장은 곧바로 사과성명을 발표했고, 김정섭 시장 역시 정례브리핑 중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문제는 이번 일이 그동안 전국에서 벌어진 일부 의원들의 일탈 행위와 겹쳐지며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예천군의회 가이드 폭행 사건 등과 맞물려서 말이다.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 넘어 무용론까지…개선책 서둘러야

심지어는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안 될 일이다. 자치분권시대에 걸맞게 중앙정부의 사무와 권한이 지방으로 대폭 이양될 예정이고,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역시 점차 6대 4로까지 조정될 거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에 대한 개선 및 보완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치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꼽혔던 적도 있지만, 그나마 이를 통해 최소한의 검증이라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지는 불가피해 보인다.

대신 정당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 마련을 서둘렀으면 한다. 예를 들어 기초의원이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차기 총선 공천 과정에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또는 원외 지역‧당협위원장에게 일종의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법을 도입하면 어떨까?

지방의원의 전문성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토호(土豪)를 중심으로 구성된 지방의회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지방분권 개헌 또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통해 중앙의 권한과 재정이 지방으로 이양된다는 점을 전제로, 지방의원의 의정비를 현실화 할 필요도 있다. 각종 이권개입의 유혹을 당당히 뿌리칠 수 있도록 말이다.

지방자치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일이다.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 지방의회에 대거 진입, 실력을 기른 뒤 중앙정치무대에 진출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정당의 책임성 강화 필요…공주시의회, 지방자치 역사에 오점으로 남지 말길

국회의원이 ‘호랑이’를 키울 리 없겠지만, 이런 선순환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지방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도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앞서 소개한, 15년 전 일부 아산시의회 의원들의 불미스러운 언행 관련 기사에 대해 격려가 아닌 핀잔을 준 사람은 뜻밖에도 원로 기자들이었다.

얽히고설킨 지역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지방자치의 퇴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방의회(지방의원)에 대한 언론의 비판기능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이것만으로 지방의회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거라 보진 않는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이를 지키지 않거나 악용한다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최선의 해결책은 공주시의회의 자정노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역시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실질적인 자치분권 시대를 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일이 유야무야 마무리되길 바라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공주시의회는 지금 지방자치의 퇴행을 초래한 공적이 될지, 아니면 전화위복의 단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지 기로에 서 있다.

지방자치의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선택은 부디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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