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늘어나는 학교폭력, 그리고…
[노트북을 열며] 늘어나는 학교폭력, 그리고…
충남 도내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저연령화…‘주먹’ 대신 ‘언어’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9.09.02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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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충남교육청/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자료 제공=충남교육청/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 도내 학교는 여전히 위험하다. 학교폭력 때문이다.

충남교육청은 지난 27일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4월 한 달간 실시된 이번 조사에는 도내 학생 15만8805명(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이 설문에 응답했다.

이 중 2%(3215명)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1.5%(2526명)보다 0.5%p 증가한 수치다.

피해 응답률이 늘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학교폭력의 저연령화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가 가장 피해 응답률이 높다.

초등학교는 지난해 3.2%(1780명)에서 1.2%p 증가한 4.4%(2414명)로 나타났다. 특히 4학년 중 7%가 학교폭력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학교폭력 피해 나이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위험한 신호다.

그런데도 도 교육청은 “예방 교육 강화로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또 초등학교 4학년 응답자가 높아진 이유에 대해 “쉬운 용어 사용과 학교폭력 유형 설명 같은 초등용 문항을 적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확한 원인 파악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다.

학교폭력 피해 유형도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조사 결과 언어폭력이 53.9%로 가장 빈번했다. ▲따돌림(38.4%) ▲사이버 폭력(15.4%) ▲스토킹(13.1%) ▲신체폭력(13%) ▲금품갈취(10%)가 뒤를 이었다.

학생 언어습관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폭력이 신체폭력에서 따돌림이나 사이버폭력 같은 정서적 폭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문득 지난달 서산에 있는 계곡에서 만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폭언,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그것이 언어폭력이란 인식조차 없는 것 같았다.

이처럼 요즘 학생은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스마트폰을 통해 폭력물을 쉽게 접하고 잘못된 언어습관을 배우고 있다.

사이버 폭력 문제도 심각하다. 단체 채팅방이 대표적이다.

A: “얘들아, B 재수 없지 않냐? 남친(남자친구) 있으면서 왜 내 남친한테 작업거냐? 아 미안, 이 방에 B있었네?^^.”

B님이 채팅방을 나갔습니다.

A: “미안~너가 채팅방에 없는 줄 알았어^^. 그렇다고 나가냐?”

단체 채팅방에서 여려 명이 노골적으로 한 사람을 비난하고 이를 견디다 못해 대화방을 나가면 다시 초대하면서 괴롭힌다.

사이버폭력 폭력은 대부분 언어폭력과 동반한다. 피해 학생은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고통을 받고 있다.

학교 밖에서도 집요하게 학교폭력이 일어난다는 것도 예전과 다른 심각한 문제다.

피해 사실이 알려진 후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고통을 받는 것은 없어야 한다. 특히 가해 학생 부모의 경우 학교폭력을 친구 사이 장난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도 있다.

피해 사실을 가족이나 선생님 등에 알렸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이 79.9%로 나타났다.

또 80%(복수응답)은 학교폭력을 목격할 경우(복수응답) “학교 선생님이나 학교폭력 신고함에 알리겠다”고 답했다.

가해 학생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68%가 피해자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공감했고, 78.1%는 앞으로 학교폭력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도 교육청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학교폭력 유형과 전년도 비교 통계가 과연 교육 현장에 도움이 될까에 대해 의문이다. 예방 교육을 늘리겠다는 대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피해 학생의 치유 방법과 늘고 있는 정서적 폭력에 대한 에방 대책이 필요하다.

친구를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니라 사람을 무시하거나 잘못된 언어습관도 학교폭력으로 인식할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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