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는 아침] 꽃은 시들어 어디로 가는가
[詩읽는 아침] 꽃은 시들어 어디로 가는가
  • 김영수
  • 승인 2014.11.18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은 시들어 어디로 가는가
권애숙 作

우리가 날마다 쏟아낸 이야기처럼
질겅질겅 씹다 뱉어 버린 소문처럼
꽃은 시들어 어디로 가는가
계절도 없이 말라붙은 꽃은
그림자도 없이 꺾인 꽃은
철 지난 현수막처럼
이제 말이 없다
앞섶을 여미지도 못한다
곧게 가리마를 넘기지도 못한다
꾸부정한 삭신
조금씩 키를 낮추고
지하도 계단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후렴처럼 짧은 옛이야기
때 낀 손톱을 다지고 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꽃은
소각장에 갈 수 없는 꽃은

▲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굿모닝충청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대한민국의 젊은 꽃들이 골병드는 대학수능시험 주간입니다. 부모들은 혹시나 내 자식이 줄 서기 경쟁에 뒤쳐질까 봐, 가다가 쓰러지는 자식을 그까짓 것 참지 못하느냐고 인내라는 당근과 채찍으로, 쓰러진 원인을 찾는 것은 뒤로 미루고 일으키고 잡아당겨 뛰게 만들었으니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상처가 두덕두덕 덧붙여져서 오랫동안 치유를 해야만 우리네 실정입니다.

그렇다고 명문대학엘 들어간들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디 제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직장을 찾기가 그렇게 쉬운가요? 마지못해 밥벌이 할 자리를 그나마 찾기도 힘든 오늘 날 말입니다.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인생이 무엇인가, 하고 감성에 젖어야 할 젊은이들에겐 그런 여유도 없을뿐더러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급하게 삶을 재촉하는 환경들이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지치게 합니다. 야속한 줄을 알면서도 우리의 빗장을 걸어 잠글 수 없는 각박한 세상에 견마지로(犬馬之勞)의 채찍은 쉼 없이 내려쳐 옵니다.

“내가 주사기를 건네줄 때 우리 시선이 아주 잠깐 마주쳤어요. 그 순간 오빠가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그때 오빠는 냉철하고도 완고한 의지로 진찰대에 누워 있는 이 살찐 땀투성이의 남자. 사람들이 모두 고문과 살인과 국민에 대한 잔인한 억압의 책임자라고 짐작하는 그 사람을 그냥 죽게 내버려 두고 싶은 욕망과 싸우고 있었어요. 그건 너무나 쉬운 일이었죠. 믿을 수 없을 만큼 쉬운! 몇 초 동안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충분했으니까요! 그냥 손을 놓기만 하면 됐어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인간 백정이라고 불리는 포르투갈 비밀경찰 총수가 병원 문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병원으로 데리고 들어와 막 치료를 하려던 순간을 간호사이자 누이동생이 의사인 당시의 오빠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파스칼 메르시아의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한 대목입니다. 죽어 없어져야 할 악마를 살렸다고 이웃들은 의사에게 침을 뱉습니다. 그때 의사는 “나는 의사다”라고 외치지만, 평생 반역자라는 자괴감에 몸부림칩니다.

“그를 죽게 그냥 내버려 두었다면 내 기분은 지금 어떨까? 사람들이 나에게 침을 뱉는 대신 치명적인 나의 방임을 칭송했더라면? 분노를 뿜어내는 실망 대신 느긋한 안도의 숨소리가 골목에서 들렸더라면? 난 분명 악몽을 꿀 정도로 시달렸을 것이다. 이유가 뭘까? 내가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어서? 아니면 그를 죽게 내버려 두는 냉혹한 행위는 내가 나 자신에게 낯설어짐을 의미했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의 나도 그저 우연의 산물일 뿐이 아닌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선택권이 없다 싶이한, 힘들고 지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정답을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으면서, 객관식 문항 어느 항을 답으로 제출할지언정, 우리는 자신을 점검하고 살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타고 가는 열차는 목적지가 어디이며, 내 의지대로 기차를 멈출 수 없지만, 간혹 주위의 풍경을 둘러볼 수 있는 속도로 달리도록 요청할 수는 없는지, 그리고 동승한 낯선 얼굴들의 승객들이 누군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여행의 목적인지 대화를 나눌 여유는 있을는지, 무임승차라고 떠밀려 가지는 않는지 하고, 따져보는 생각 없는 인생의 여정이 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