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아산 축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노트북을 열며] 아산 축구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9.09.08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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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아산 시민이 '아산의 축구는 계속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지난 1일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아산의 축구는 계속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지난 3월 시작된 K리그2(프로축구 2부리그)가 어느덧 10경기만 남겨뒀다.

K리그2 소속 10개팀은 상위 4개팀만 주어지는 1부리그 승격 기회를 얻기 위해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충남 유일의 프로축구팀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이하 아산)은 현재 5위다.

물론 아산은 올해 의경과 일반 선수가 혼합된 특수한 수급 체제라 올해 성적과 상관없이 1부리그로 올라갈 수 없다.

그러나 아산 시민과 팬 소원은 1부리그 승격이 아니다. 내년에도 아산 경기를 보고 싶어 한다.

지난 1일 아산 경기가 열린 이순신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유료관중은 5131명. 아이부터 노인까지, 친구·연인·가족 단위 관중은 양쪽 골대 뒤를 빼고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지난달 26일에도 무려 4077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월요일 오후 8시에 열린 경기치고는 엄청난 관중 동원 능력이다.

아산 축구 열기는 1부리그에 있는 수원삼성, 전북현대 못지않다.

아산은 2018년 대비 관중 수가 약 45% 늘었다. 평균 유료관중도 1885명에서 2900여 명으로 증가했다.

황인범, 주세종 같은 의경 신분의 스타 선수가 팀을 떠났는데도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오히려 늘고 있다. 현재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수는 오세훈 뿐이다. 그런데도 경기가 열리는 날은 이순신종합운동장에 주차 공간이 없을 정도다.

지난 1일 아산과 부천의 K리그2 경기가 열린 이순신종합운동장.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지난 1일 아산과 부천의 K리그2 경기가 열린 이순신종합운동장.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궁금했다. 아산 축구 열기 원인은 뭘까. 아산 사무국은 시민들이 팀과 일반 선수를 대하는 생각이 ‘우리 팀’, ‘우리 선수’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실제 경기가 끝나면 수백 명의 팬이 선수 출입구 앞에서 선수를 기다리고 선수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며 추억을 남긴다.

31만이 사는 작은 도시지만, 이제는 아산을 ‘축구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날 경기장 동쪽(E석) 좌석에 걸린 현수막을 떠오르면 마음이 아팠다.

“우리들의 뜨거운 역사, 아산의 축구는 우리가 지켜야할 우리들의 문화입니다”, “시장님! 아산 유소년의 꿈을 지켜주세요. U-18선수들은 시장님을 믿습니다. 축구 명문도시 아산FC 창단!”, “아산의 문화, 아산의 자랑, 기쁨인 아산의 축구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충남도지사님, 아산시장님, 시민구단 창단을 도와주세요”, “시장님! 우리는 아산에서 계속 축구하고 싶어요!”

시민과 팬, 아산 유소년 학부모의 간절한 소망과 처절한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다.

아산은 이달 30일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참가 의향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시민구단 전환·재창단이 어렵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예산 등의 이유로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무국과 팬들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아산 사무국은 아산 축구를 지키기 위해 충남도와 아산시를 잇따라 방문, 지원을 건의했다. 팬들의 시민구단 창단 지지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필자는 아산의 축구는 내년에도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아산 시민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하면 “즐길 게 없는 도시에 3년 전부터 축구팀이 있어 행복하다”는 답이 오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동쪽 스탠드(E석)에 걸려 있는 현수막.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지난 1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동쪽 스탠드(E석)에 걸려 있는 현수막.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아산시는 약 20억 원을 투입한 3일간 진행된 성웅 이순신축제에 32만 명이 아산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반면 아산에 투입된 시 보조금은 1년에 19억5000만 원. 후원사 지원을 포함해도 약 30억 원 정도로 축구단을 운영했다.

시는 대전시티즌 처럼 다른 시민구단 사례를 보면 높은 시 보조금 의존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아산은 이미 관중 동원 능력과 시장을 확보했다. 일반 선수도 29명을 영입했다. 창단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무국도 도와 시 보조금, 후원사 지원을 합쳐 1년에 약 60억 원 정도면 팀을 운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마저도 해마다 도·시 보조금을 약 1억 원씩 줄이겠다고 단언했다.

이름 알려진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지역 선수를 키워 아산의 자랑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3년 전 경찰축구단을 떠나보낸 안산시가 시민구단을 만들어 적은 예산으로 시민 행복을 책임지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일 필자를 만난 한 여자 고등학생은 내년에 남자친구와 경기장에 오고 싶다고 밝혔다.

한 가족 단위 관중은 “‘미운우리새끼’, ‘개그콘서트’ 같은 주말 예능 프로그램보다 아산 축구가 더 재밌다”며 “내년에도 경기장에서 아산 경기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산 축구가 계속돼야 할 이유다. 아산시 의지만 있다면 이들의 소원을 지켜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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