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행복학교, 정말 행복할까요?
[노트북을 열며] 행복학교, 정말 행복할까요?
특수학교 님비 현상… 지역 주민들 인식개선 시급
  • 정민지 기자
  • 승인 2019.10.22 13: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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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어우 당연히 싫죠. 집값 떨어지고 동네 분위기 흐리고, 우리 애한테 피해까지 갈 것 같아요!”

‘현재 사는 동네에 특수학교가 지어진다면?’이란 질문에 대한 한 학부모의 대답이다.

우리 애, 우리 아이.

우리 아이가 일반학교에서 교육권을 보장 받으며 별 탈 없이 학교생활을 시작할 동안, 또 다른 우리 아이는 특수학교가 부족해 기본적인 교육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밖에 보이지 않는, ‘우리 집값’밖에 보이지 않는 몇몇의 차갑고 아린 시선은 의무교육시설을 기피시설로 인식한 채 보이지 않는 폭력인 차별을 행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대전 북부지역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 문제와 기존 특수학교의 과밀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립 특수학교 ‘행복학교’(가칭)가 착공됐다.

옛 신탄진 용정초 부지에 설립되는 행복학교는 2021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구불구불한 대청호 드라이브 코스를 지나며 행복학교 부지를 찾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기분 전환할 겸 휴식할 겸 찾는 이 드라이브 코스는, 행복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겐 익숙한 등굣길이 될 것이다.

누군가에겐 가볍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어느 다른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그동안 꼭 필요했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이와 함께 장애아동들에게 꼭 필요한 특수교육시설이 누군가에겐 기피시설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에 답답한 심정까지 느껴졌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청로 232 신탄진용정초등학교용호분교에 위치한 행복학교(가칭) 부지 / 사진=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대전 대덕구 대청로 232 신탄진용정초등학교용호분교에 위치한 행복학교(가칭) 부지 / 사진=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Not In My Backyard(우리 집 뒷마당엔 안 돼!)”

흔히들 쓰레기 소각장과 하수처리장, 화장장 등의 시설물을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이 장애인 시설에도, 교육이 행해지는 특수교육 시설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특수교육지원센터가 대전 동구 홍도동에 지어졌다. 일부 주민과 상인들은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지어지기도 전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센터가 지어질 곳에 ‘특수교육지원센터 설립 반대’의 의견을 담은 현수막을 걸면서.

주민과 상인들이 현수막까지 내걸며 반대한 그 이유는 “혐오시설인 줄 알았다”, “집값 떨어질 것 같다”였다.

이런 사례는 비단 대전뿐이 아니다.

앞서 서울 강서구에선 2013년부터 서진학교란 특수학교의 설립이 추진됐으나,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거센 탓에 설립이 늦어졌다. 2017년엔 대화와 소통을 위한 주민설명회가 열렸지만, 주민들의 여전한 반대와 야유에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까지 꿇으며 호소하는 일이 있었다.

강서구 주민들의 반대 이유도 같았다. “집값이 떨어지고 동네의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는 이유였다.

이에 교육부는 2017년 4월, 실제로 특수학교가 인근지역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책 연구를 추진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특수학교 인접지역에서 가격이 오른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발표가 났다.

이는 전국 특수학교 167개교를 대상으로 인접(1㎞이내)/비인접(1~2㎞이내) 지역의 객관적 비교 조건을 갖춘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통계치를 추출해 공시지가 등 10개 항목에 대한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다.

이런 결과에도 많은 지역의 주민들은 근거 없는 편견과 우려를 지우지 않고 있다.

특수학교, 우리 모두의 아이를 위한 교육시설이 대체 왜 혐오시설 및 기피시설이 돼야 하는 것일까?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인프라 확충도 시급한 실정이지만, 우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또한 시급해 보인다.

지역과 그 동네의 이미지는 시설 하나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2021년 3월 개교 예정인 행복학교 조감도.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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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 2019-10-22 17:44:23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보다 성숙한 사회가 되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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