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눈] 분신 경비원의 명복을 빌며
[시민기자 눈] 분신 경비원의 명복을 빌며
  • 홍경석
  • 승인 2014.12.0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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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석 수필가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경비원이 골프를 친다? 그야말로 지나가던 개도 웃을 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봉인지라 고육지책으로 투잡까지 하는 경비원이 뭔 돈과 여유까지 있다고 감히(!) 골프를 즐긴단 말인가?

따라서 이는 하로동선(夏爐冬扇), 그러니까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격(格)이나 철에 맞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에 다름 아닌 셈이다. 헌데 오해는 마시라! 이는 지인의 사무실에 갔다가 그가 취미로 하는 골프연습기에서 잠시 폼만 잡았던 것이니까.

여하튼 이담에 나도 팔자가 펴서 골프까지 즐길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다른 나라는 안 살아봐서 모르겠으되 어쨌든 골프란 먹고살만한 사람들이나 즐기는 스포츠라는 건 분명하다.
라운딩 한 번 하는 데만도 기십 만 원이나 든다는 건 이 같은 주장의 뚜렷한 방증일 터다. 오래전 주유소 소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주유소의 사장님은 골프 마니아였는데 따라서 그 사장님은 툭하면 그렇게 골프장으로 달려가기 일쑤였다.

"돈좀 있다고 그래서 평일에도
골프까지 즐길 수 있다고 해서 없는 사람들을
특히나 경비원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허투루 보면 안된다"

주말과 휴일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남들은 모두 일하는 평일에도 말이다. 따라서 그런 사장님을 보자면 솔직히 많이 부러웠다. 남자가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솔직히 폼나게 살다 죽는 것이 멋진 삶이니까.
그래야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님도 “허허! 녀석 크고 굵게 살다 왔구나~”라며 파안대소하실 게 아니겠는가?
최근 입주민들의 폭언에 시달리다 근무하던 아파트 단지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했던 50대 경비원 이 모 씨가 끝내 숨졌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러자 동병상련에 가슴이 먹먹했다. 오늘 아침엔 전 직원이 계룡산으로 단합대회를 갔다. 하지만 나는 짝꿍과 함께 주간근무인지라 동행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근무 중 라디오를 통해 그 경비원이 지난 10월 7일 분신을 기도한지 꼭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마음이 미어졌던 것이다. 오늘도 경험한 거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경비원을 우습게 아는 경향이 없지 않다.

즉 ‘못 배웠고 또한 나이가 들어 딱히 할 일이 없으니까 경비원이나 한다’ 뭐 이런 식의 편견과 사시(斜視)가 동원된 굴절의 눈으로 본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틀린 것이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나는 엄연히 ‘대졸자’이다.

또한 수필가이자 언론사와 기관 등의 객원기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뿐이던가?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하여 공짜로 중국여행을 다녀왔는가 하면 지금은 폐지된 ‘퀴즈 대한민국’과 ‘우리말 겨루기’에도 출전하여 전국적 명성(?)까지를 ‘떨친’ 경력까지 지니고 있다.

분신 경비원의 사인은 해당 아파트에서도 소문이 짜했다는, 소위 ‘가진 자’의 경비원을 향한 인격모독 적 언행에서 기인했다. 삼가 경비원의 명복을 빈다.
돈 좀 있다고, 그래서 평일에도 골프까지 즐길 수 있다고 해서 없는 사람들을, 특히나 경비원 같이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허투루 보면 안 된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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