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 세력의 과거사 지우기, 미국이 부추겼다
일본 극우 세력의 과거사 지우기, 미국이 부추겼다
[리뷰] 미국 이기주의 우회 비판한 다큐영화 '주전장'
  • 지유석 기자
  • 승인 2019.12.08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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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데자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주전장' ⓒ 시네마달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미키 데자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주전장' ⓒ 시네마달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먼저 독일 이야기를 해야겠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6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처음 유대인 집단학살이 자행됐던 아우슈비츠를 찾았다. 메르켈 총리는 아우슈비츠에서 헌화 한 뒤 이렇게 말했다.

"독일인들이 이곳에서 저지른 야만적 범죄에 대해 마음 깊이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국가 정체성의 필수적 부분입니다.“

우리로선 이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과거사를 부정하며 우경화로 치닫는 아베 정권의 일본을 말이다. 

현 아베 정권의 행태는 과거사 지우기가 일본이란 나라의 국가 정체성 같아 보인다. 바로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떠올린다. 

이 영화가 개봉된 시점은 7월. 영화 개봉을 전후로 이 영화는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군 위안부란 해묵은 이슈에 더해 미국내 친일 유투버, 아베 내각의 우경화 등등 수많은 이슈들이 잇달아 수면위로 떠올랐다. 

마침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국 여론이 들끓던 시점이기도 해서 반향은 더욱 컸다.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이 영화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앞서 수많은 쟁점들이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기에 여기에 말 하나를 더하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대목은 현 시국에서 곱씹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감독 미키 데자키는 일본이 한국·필리핀 등 피지배국 여성을 상대로 위안부 범죄를 자행했음에도, 이 사실이 냉전이라는 역사적 상황에서 은폐된 점에 주목한다. 

이 시기 역사를 되돌아보자.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을 물리쳤다. 그러나 전쟁 이후 냉전이 도래했고, 동북아에선 한국전쟁이 터졌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미국은 일본을 재무장시키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패전을 경험한 일본의 저항은 예상외로 완강했다. 이러자 미국은 기시 노부스케 등 일급 전범을 풀어줘 정치 전면에 내세웠다. (아베 신조 총리는 기시의 외손자다) 한편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끌어다 앉혀 국교 정상화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미키 데자키는 이 같은 역사를 쭉 설명하면서 국익만을 앞세우는 미국의 태도가 일본에서 위안부를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자의 발호를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참으로 예리한 지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지적은 비단 위안부 등 과거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일 갈등 ‘무관심’하던 미국, 지소미아엔 ‘민감’

다큐멘터리 '주전장'은 일본 극우 세력이 위안부 역사를 어떻게 부정하는지 추적한다. 감독인 미키 데자키는 국익만 우선시하는 미국의 행태가 극우세력을 발호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 시네마달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다큐멘터리 '주전장'은 일본 극우 세력이 위안부 역사를 어떻게 부정하는지 추적한다. 감독인 미키 데자키는 국익만 우선시하는 미국의 행태가 극우세력을 발호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 시네마달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11월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유지 결정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의 군사협력 필요성 보다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이뤄진 군사협정이다. 

이런 이유로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다가오자, 미국은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편 아베 정부는 미국 정부에 기대 지소미아를 유지하려 했다. 

결국 미국은 한일 간 갈등에서 책임 있는 중재자 역할을 하기보다 미국의 이익만 추구했고, 이 같은 행태는 결과적으로 아베 정권에게 힘을 실어준 모양새로 귀결됐다. 

앞서 인용했듯 메르켈 총리는 아우슈비츠를 찾은 자리에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국가 정체성의 필수적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피지배국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이 범죄를 국가차원에서 지우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과거사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전략적 이해를 위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니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미국을 상대로 '오해'를 바로잡겠다며 위안부 범죄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하나 분명히 해두자. 아베 정권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을 꿈꾼다. 그런데 이 개념은 별 거 아니다. 미군을 후방 지원하겠다는 게 아베 정권이 추구하는 보통국가의 본질이다. 

물론 90년대 중반 오자와 이치로 같은 우익 인사들을 중심으로 "미국은 언젠가 동북아에서 물러난다. 그 공백을 일본이 메워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 아베 정권이 만들려는 보통국가 일본은 어디까지나 미군의 앞잡이 노릇에 그칠 뿐이다. 만약 태평양 전쟁 때처럼 일본이 미국에 맞서려 한다면, 지금의 미일 협력은 금방 깨질 것이 분명하다. 

미키 데자키는 영화 마지막에 이렇게 묻는다. 

"남이 벌인 전쟁에 동참하고 싶은가?"

감독이 제기한 의문은 일본 아베 총리는 물론, 여전히 식민지 시대에 사고가 멈춰 있는 한국 보수(내지 극우) 세력이 곱씹어야 할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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