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중독 시대, ‘올바른’ 뉴스 소비를 위한 해설서
뉴스 중독 시대, ‘올바른’ 뉴스 소비를 위한 해설서
리뷰] 저널리즘 대안 제시한 롤프 도벨리, ‘뉴스 다이어트’
  • 지유석 기자
  • 승인 2020.02.16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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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의 작가·경영인인 롤프 도벨리는 자신의 책 ‘뉴스 다이어트’에서 올바른 뉴스 소비법을 제시한다. ⓒ 갤리온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스위스 출신의 작가·경영인인 롤프 도벨리는 자신의 책 ‘뉴스 다이어트’에서 올바른 뉴스 소비법을 제시한다. ⓒ 갤리온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뉴스는 해롭다. 

얼핏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온갖 뉴스를 섭렵하고, 새로운 뉴스를 생산해야 하는 생산자 입장에선 무척이나 도발적으로까지 들린다. 

그러나 스위스 출신의 작가이자 경영인 롤프 도벨리는 뉴스의 해악을 설파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는 어서 뉴스를 끊으라고 외친다. 그는 자신의 외침을 정리해 책으로 내놓는다. 이 책이 지금 소개하려는 <뉴스 다이어트>다. 

롤프 도벨리는 무턱대고 뉴스가 나쁘다고 하지는 않는다. 전후맥락이 없는, 경우에 따라선 의도적으로 맥락을 감춘 ‘짧은’ 뉴스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매체가 던져주는 뉴스는 우리에게 한 입 거리의 사소하고 얄팍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중략)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장문의 기사나 깊이 있는 서적과 달리, 짧고 가벼운 뉴스의 소비는 우리에게 그 어떤 포만감도 주지 못한다. 깊이 없는 뉴스를  중독자처럼 먹어치운 부작용은 설탕, 술, 패스트푸드, 담배의 부작용과 유사하다." - 본문 20쪽 

'짧고 가벼운 뉴스의 소비'라는 말에 주목해보자. 어느 나라고 뉴스는 넘쳐난다. 24시간 뉴스는 우리 곁을 맴돈다. 뉴스를 안 보면 그만이라고? 몰라서 하는 소리다. 

동시대인들은 스마트폰, 테블릿, 노트북 등 스마트 기기를 '달고' 산다. 스마트 기기는 속보가 뜰 때 마다 부지런히 경보음을 낸다. '속보', '단독' 등의 머리말을 단 기사는 오감을 자극해 도저히 기사를 열지 않으면 배기지 않게 만들어 버린다. 

문제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뉴스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여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경우에 따라선 소비자 보다 광고주의 이익에 기여하는 뉴스도 끼어 들어온다. 다시 한 번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대부분의 뉴스 매체들은 시시콜콜한 이야기 더미와 요란한 사진, 그리고 충격적인 영상과 말도 안 되는 '사실'들로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뉴스 서커스'에 자금을 공급하는 광고업계 또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휘황찬란하고 시끌벅적한 뉴스에 적절한 광고들만 팔려나간다." - 본문 46쪽 

이 같은 경향은 보다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매체들은 미묘하고 복합적이며 추상적인, 전개가 더디며 정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내용들은 조직적으로 감춘다. 그 결과 이 정보들은 뉴스 소비자인 우리의 시야에서도 사라진다. 우리의 삶과 관련 깊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내용이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정보들 속에 담겨 있더라도 말이다." - 본문 47쪽 

기레기 저널리즘에서 벗어나려면?

전후맥락이 없는, 경우에 따라선 의도적으로 맥락을 감춘 ‘짧은’ 뉴스는 오히려 해악을 끼친다. 문제는 이런 뉴스가 넘쳐난다는 점이다. ⓒ Unsplash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전후맥락이 없는, 경우에 따라선 의도적으로 맥락을 감춘 ‘짧은’ 뉴스는 오히려 해악을 끼친다. 문제는 이런 뉴스가 넘쳐난다는 점이다. ⓒ Unsplash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기자가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신조어인 ‘기레기’로 매도되기 일쑤다. 그런데 이 책 <뉴스 다이어트>를 읽어보니, 다른 나라라고 언론 환경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에 저자 롤프 도벨리는 아예 뉴스를 끊으라고 조언한다. 심지어 스마트폰에 설치된 뉴스앱마저 모조리 지우라고 한다. 

문제 제기는 도발적이지만 그가 내놓은 방안은 사뭇 허망해 보인다. 오히려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수순 아닐까? 왜 언론 개혁 보다 소비를 끊으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처방을 내놓았을까?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개인이 저널리즘 산업을 이길 수 없는데다, 지금 같은 저널리즘 환경에선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매체가 만들어낸 매혹적이고 과대평가된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심사숙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이야기와 현실의 간극을 메울 만한 능력이 우리에겐 없다. 그러기에는 우리의 뇌가 너무나 나약하다." - 본문 50~51쪽 

"모든 언론인에게 가해지는 중압감은 점점 높아졌다. 많은 언론사가 기자에게 높은 조회 수와 '좋아요'를 겨냥한 기사를 써낼 것을 요구한다. 거기에 더해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야 한다. 이런 식으로는 질 좋은 기사를 써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 본문 79쪽

"언론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원인으로 언론사들의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이들을 통해 광고 수익을 얻으며 경영 기반을 흔드는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 등의 거대 기업들을 빼놓아선 안 된다. 

소비자들이 이들의 플랫폼에서 생의 일부를 낭비한 덕에 이 거대 기업들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언론인도 지금과 같은 비참한 상황에 책임이 있다. 뉴스 소비자인 우리의 행동도 바닥으로의 경쟁을 초래했다. 바닥까지 낮은 수준으로 치닫는 이 경쟁에서 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 본문 80쪽 

이 책은 뉴스 홍수 시대에 현명한 소비법을 권장한다. 특히 이른바 '유력' 매체가 종종 왜곡 정보를 쏟아내는 언론환경에 노출된 한국 소비자에겐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뉴스생산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롤프 도벨리는 생산자에겐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두 가지 해법이란 사실과 폐해를 낱낱이 보도하는 '탐사 저널리즘'과 큰 그림을 그리며 배경과 내막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해석 저널리즘'이다. 

롤프 도벨리는 지금의 언론환경에선 탐사 저널리즘과 해석 저널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탐사 저널리즘과 해석 저널리즘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세상 모든 뉴스 생산자가 고민해야할 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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