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헛꿈’이 가로림만을 둘로 갈라놨다
34년 ‘헛꿈’이 가로림만을 둘로 갈라놨다
[기획시리즈] 가로림조력발전 무산 그후 현장을 가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4.12.23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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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너지를 통한 경제발전을 부르짖던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이 지난달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사업은 이미 30여년 전인 지난 1980년 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됐고,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2007년 가로림조력발전㈜이 설립되면서부터였다. 환경보전론자들과 개발론자들 간의 대립은 예상했던대로 뜨거웠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주민들 역시 찬반으로 갈라져 형제간의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정부는 지난달 사업자의 사업계획서가 미비하다며 반려를 최종 결정했고, 8년간의 지난한 싸움도 끝이 났다. 하지만 그 사이 충남 서산과 태안의 갯마을은 지역공동체가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부모님 제사를 따로 지내는가 하면 가족보다 가까이 지냈던 이웃사촌 간에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사업은 철회됐지만 주민들 가슴에는 응어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서로에 대한 앙금도 가시지 않은 채 냉랭한 겨울을 나고 있다. 그들을 찾아가 그동안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앙금 여전… 찬반주민들 껄끄런 동거
2. 평행선 달렸던 두 사람, 한 목소리로 ‘갈등 해결’
3. 충남도, 가로림만 갈등관리 손 놓았나?…도마 위
4. ‘만남’, ‘개발’…전문가들이 말하는 갈등 해결방법은?

 

▲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앙리의 왕산포구 모습.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대해 반대했다.

"동네서 쫓아내야" "예전처럼 정겹게 살아갈 자신 없다"
-비경제적 반환경적 조력발전 갈등 속 물거품
-지역공동체 풍지박산…회복에 장시간 소요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가로림만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이하 가로림만)은 지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충남 서산 대산읍 오지리 마을과 태안군 이원면 내리 마을 해안을 ‘연결’하는 조력발전소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업자의 바람과는 다르게 가로림만은 사이좋던 아래윗집 이웃마저도 찬성과 반대로 ‘단절’시켰다.

심지어 형제끼리 ‘건설이냐 무산이냐’를 두고 싸우면서 부모님 제사를 따로 지내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지난달 17일, 가로림만에 대한 공유수면매립계획 법정 유효기간이 만료돼 사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8년간 반목을 조장했던 원인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셈이다.

사업은 빠져나갔지만 주민들끼리 빚었던 갈등도 사라졌을까? 이전처럼 주민들이 서로 웃으며 만나고 있을까?

주민들은 이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산시 지곡면의 작은 어촌 마을인 왕산 포구. 44가구가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 주민들은 지난 8년간 어망 대신, 피켓을 들었다. 이 곳 주민들은 가로림만 사업 결사반대를 외쳤다.

지난달 29일 포구의 작은 구멍가게서 만난 5명의 주민들은 가로림만의 ‘가’자만 나와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어민 이상길(49)씨는 “지난 8년간 시위 다니느라 굉장히 힘들었다. 먹고 살기 힘든 어민들이 데모하러 갔으니, 엄한 곳에 시간과 돈 모두 써버렸다”며 “지금이라도 끝났으니 다행이지만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있던 또 다른 주민도 “지금까지는 서로 먹고 살려고 싸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우리를 안 건드렸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 살게 내버려두라”고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끼리의 대화에서는 갈등과 앙금이 여전했다. ‘아무개는 동네에서 쫓아내야한다’, ‘수협 아무개 의원이 찬성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갈등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 자칫 건들면 터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찬성했던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사업이 무산됐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는 작아진 것은 맞다. 이들의 마음 속 응어리도 여전했다.

▲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의 벌말포구 전경. 이곳 주민들은 2~3가구만 제외하고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서산시 대산읍의 벌말포구,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가로림만 사업을 찬성했다. 이 마을은 25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데, 이 중 2~3가구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반대했던 주민들과의 사이가 여전히 안 좋다”며 “사업이 무산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싸운 이웃들과 여전히 불편한 관계”라고 말했다.

포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한 80대 노인은 “나이 먹은 사람은 그렇다 치지만, (사업이 무산되니) 젊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할 것이 뭐가 있겠어”라며 “예전처럼 정겹게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한탄했다.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황인성 씨는 “가장 큰 문제가 주민 간 갈등인데 워낙 앙금이 깊어서 시간이 흘러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며 “누군가 나서 지역이 화합이 될 수 있는 여러 정책들을 펼쳐야 하는데 무조건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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