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평행선 달렸던 두 사람, 한 목소리로 ‘갈등 해결’
[기획] 평행선 달렸던 두 사람, 한 목소리로 ‘갈등 해결’
[기획] 가로림만 찬-반 대표자 인터뷰…정부 지자체 갈등 해결 촉구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4.12.25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에너지를 통한 경제발전을 부르짖던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이 지난달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사업은 이미 30여년 전인 지난 1980년 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됐고,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2007년 가로림조력발전㈜이 설립되면서부터였다. 환경보전론자들과 개발론자들 간의 대립은 예상했던대로 뜨거웠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주민들 역시 찬반으로 갈라져 형제간의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정부는 지난달 사업자의 사업계획서가 미비하다며 반려를 최종 결정했고, 8년간의 지난한 싸움도 끝이 났다. 하지만 그 사이 충남 서산과 태안의 갯마을은 지역공동체가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부모님 제사를 따로 지내는가 하면 가족보다 가까이 지냈던 이웃사촌 간에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사업은 철회됐지만 주민들 가슴에는 응어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서로에 대한 앙금도 가시지 않은 채 냉랭한 겨울을 나고 있다. 그들을 찾아가 그동안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앙금 여전… 찬반주민들 껄끄런 동거
2. 평행선 달렸던 두 사람, 한 목소리로 ‘갈등 해결’
3. 충남도, 가로림만 갈등관리 손 놓았나?…도마 위
4. ‘만남’, ‘개발’…전문가들이 말하는 갈등 해결방법은?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가로림만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이하 가로림만 사업)에 대해 찬성을 외쳤던 사람들, 그리고 반대를 주장했던 사람들. 각각의 주민들 맨 앞에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했던 두 사람이 있다.

박정섭 가로림만건설반대투쟁위원장과 박형호 가로림만유치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 8년간 반대와 찬성, 무산과 건설을 외치며 평행선을 달렸다.

박 위원장은 건설 반대를 외치며 서산시청에서 서울 등까지 도보행진을 벌였다. 또 박형호 사무국장은 환경부의 문턱이 닳도록 방문,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관계자들에게 어촌 상황을 호소했다.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진 탓에 두 사람은, 아니 정확히 말해서 양 측은 서로를 헐뜯고 법적 분쟁까지 가는 등 그야말로 앙숙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싸우는 일은 사업이 무산된 이후 상대적으로, 표면적으로 적어졌다. 줄어든 싸움처럼 두 사람이 생각하는 주민 갈등도 잠잠해졌을까? 이들은 이에 대해 약간의 온도차를 보였지만, 여전히 갈등은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박 위원장은 “조력발전소 사업이 추진된다는 얘기에 마을들은 전쟁터가 됐고, 형님 동생하며 지냈던 사람 관계가 끊어지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봤다”며 “하지만 사업이 무산된 이후 갈등이 많이 사그라졌다. 지금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짓이며, 시간이 약이다”고 밝혔다

▲ 박정섭 가로림만건설반대투쟁위원장이 서산수협 서산지점에서 사업 추진으로 인한 생긴 갈등을 관광 산업 개발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다만 “(사업이 무산되면서) 반대 측은 기뻐하고 있지만 찬성 측에선 허탈감이 생긴 것 같다”며 “같이 만나 대화를 통해 갈등을 조절하자고 해도 잘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형호 사무국장은 “서산시 대산읍의 한 포구의 경우, 대부분 주민이 찬성했지만 어촌계장 등 소수가 반대해 심한 내분이 있었다”며 “또 반대한 주민들이 많은 지역에선 찬성 주민들이 여러 이유로 고소당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갈등이 심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국장은 이어 “반대했던 사람들은 지금 ‘찬성한 너네 때문에 시간과 돈을 썼으니, 책임져라’는 식의 주장을 피기도 해서 찬성했던 사람들이 위축됐다”며 “동네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해 이사하려는 사람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두 사람이 주장하는 갈등 치유는 어떤 것일까? 두 사람 모두 큰 틀에선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주민 갈등 해결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섭 위원장은 관광 개발을 통한 주민 생계유지를 하나의 방편으로 내놨다. 특히 그는 가로림만에 대한 갈등 치유 염원을 위한 기념물 건립 등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 위원장은 ”가로림만 자연 경관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관광 산업을 추진해야한다”며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한다. 현재 갈등이 치유되길 원하는 기념탑 등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를 통해 찬반 어민들이 합쳐지기를 기대해야한다”며 “치료는 돈 되는 사업을 해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다들 먹고 살만하면 그동안의 갈등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박형호 가로림만유치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이 서산의 보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지도를 보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사무국장은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지 것을 원치 않아 뒷모습으로 대체했다.

박형호 사무국장도 정부나 지자체가 마련하는 만남의 장을 강조했다.

박 사무국장은 “갈등이 깊은 곳은 해결이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지만 지금의 갈등은 평생 치유되기 힘들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 찬성과 반대 주민들이 간담회 등을 통해 모두 함께 모여, 이를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는 사업이 무산됐다고, 이 문제를 놓아버리면 안 된다”며 “여전히 수수방관하고 있는 충남도가 나서서 사회갈등연구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구소는 찬성했던 주민들의 이상과 반대 주민들의 주장의 절충점을 찾고, 세부적인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