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71억원 짜리 출구 조사 유감
[특별기고] 71억원 짜리 출구 조사 유감
  • 고영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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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고영성 칼럼니스트
굿모닝충청 고영성 칼럼니스트

[굿모닝충청 고영성 칼럼니스트] 쓰리.투.원. 빵~~
투표 시간이 끝나자 마자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이 순간을 보기  위해 수 천만의 시선이 TV 앞에 운집한다.

방송사 카메라는 각 당의 선거 상황실에 카메라를 배치해서 이 순간의 표정을 담아낸다. 한 쪽은 환성과 환호가 다른 한 쪽은 침묵이 흐른다.

이런 광경은 언제부턴가 정형화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왔다. 궁금증을 드라마틱하게 현실로 연출해내는 과정이 되었다.

극적 순간을 방송사가 놓칠 리 없다. 흥행을 위해 방송사들은 선거 때마다 출구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21대 총선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출구 조사를 위해 방송 3사는 무려 71억원을 투자했다. 60여 만명의 표본 투표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표본의 크기가  워낙 커서 큰 오차를 보이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예상 당선자 수, 더불어 민주당 153~178 명, 미래 통합당 107~133 명, 여당 승리" 라는 TV 자막이 대문짝만하게 뜬다. 여당은 비례대표 포함  최소 153석에서 최대 178석의 의석을 차지할 거라는 예측이다. 야당은 최소 107석, 최대 133석까지 확보한다는 조사 결과다.

그러면 이 출구 조사가 맞았는가. 아니다.  최종 결과는 여 180석, 야 103석이니까 틀려도 한참 틀렸다. 최소와 최대 구간을 모두 벗어났다. 무려 25석의 여유 구간을 설정하고도 범위 밖이다.

그럼에도 여론 조사 기관들은 이번 출구 조사가 성공적이라고 자화자찬 하고 있다. 253개 의석 가운데 12곳을 제외하고는 당락자를 맞혀냈다는 게 그들의 자랑이다.

적중률 94.5%이니 자랑할 만도 하다. 예측조차 필요 없어 보이는 호남권과 영남권까지를 포함한 출구 조사지만 단순히 적중율만 놓고 보면 그 들 말대로 성공이 맞다.

이번에는 충청권을 보자. 대전,세종,충남북은 모두 28개의 선거구다. 이 가운데 6개 선거구의 예측 당선자가 실제 결과와 달랐다. 대전은 동구와 중구,대덕구가 틀렸다. 충남은 논산ㆍ 금산 선거구와 보령ㆍ서천 선거구의 당락자가 뒤바뀌었다. 충북은 청주 서원 선거구에서 틀렸다. 충청권 적중율은 78.6%에 불과하다.

표심의 유동성이 심한 곳이라서 그렇다고 이해는 한다. 하지만
당선자나 지지자들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살아 돌아 온 느낌이었을 것이다. 낙선자들은 천상에서 나락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출구 조사가 만들어 내고 있는 씁슬한 풍경이다.

출구 조사의 오류는 선거 때마다 반복돼 왔다. 다만 좀 나아지는 흐름이 있다는 점에 만족할 뿐이다.
그러나 예측 구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이번 출구 조사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오류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는 사실이다.

21대 총선의 투표율은 66.2%였다. 투표자는 2912만 명이었다. 이 가운데 사전 투표를 한 유권자는 1174만 명이다. 총 투표자 중에서 사전 투표를 한 비율은 40%를 웃돈다. 바로 이게 포인트다.

우리나라 출구 조사는 사전 투표를  한 사람들의 결과치를 반영하지 못한다. 사전 투표자를 대상으로 하는 출구 조사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물론  여론 조사 기관이 여러 데이터를 가지고 보정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한계가 있다. 무려 40%의 투표자를  배제한 출구 조사를 두고 정확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과욕인지도 모른다.

2012년 사전 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이 제도는 정착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선거를 할 수록 사전 투표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선거법은 여전히 사전 투표자를 대상으로 한 출구 조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유는 며칠 뒤 실시되는 본 투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다. 본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두렵다면 조사 결과를 대외적으로 노출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투표가 끝날 때 까지 조사 결과를 사전 공표하면 형사적 책임을 묻는 법을 제정하면 된다.

미국은 동부와 서부지역 사이에 세 시간의 시차가 있다. 동부지역은 서부 지역에 비해  투표가 일찍  종료된다. 그렇다고 해서 동부지역 출구 조사 결과가 서부지역 투표 종료 이후 발표되지 않는다. 즉각 노출한다. 대선 투표 결과도 각 주별로 순차적으로 그때 그때 발표한다. 국민의 알 권리가 먼저라는 취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선거 문화와 정서가 다르긴 해도 여론조사나 출구 조사와 관련해 미국의 조사 방식과 공표 방식을 장기적으로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의 투표가 어떤 결과물로 나타나는지 한시라도 빨리 알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신속히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해 주는 것은 일종의 국가 책무다. 국민들이 굳이 밤샘을 하며 개표 방송을 보지 않아도 될 수 있게 해주는 정책, 아무리 생각해도 매력적이다.
장편 소설보다 단편 소설을,장막극 보다는 단막극을  선호하는 건 비단 나 혼자 만의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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