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노무현 탄핵과 닮은 김정섭 소환
[노트북을 열며] 노무현 탄핵과 닮은 김정섭 소환
백제문화제 격년제 도입 빌미 '정치적 망신주기' 의도 엿보여…명분도 약해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0.05.05 1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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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김정섭 공주시장을 겨냥한 주민소환 움직임이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료사진: 공주시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김정섭 공주시장을 겨냥한 주민소환 움직임이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료사진: 공주시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공주=김갑수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있어 이런 저런 화제를 낳았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고졸 출신 변호사에서 시작해 청문회 스타에 이어 민주당 경선 승리,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등등 그에게 ‘승부사’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그가 가장 불행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기록될 줄은 미처 몰랐다. 집권 내내 그에게 쏟아진 언론보도는 저주에 가까웠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져도 노무현 탓”이란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정치권의 공세는 선을 넘기 일쑤였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대한민국 사회를 이끄는 주류의 입장에서는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한 마디로 그냥 노무현이 싫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오늘날에는 가장 호감이 가는 역대 대통령으로 국민들 사이에 기억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었던 주류…단지 김정섭 공주시장이 싫어서?

뜬금없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김정섭 공주시장을 겨냥한 주민소환 움직임이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냥 김 시장이 싫기 때문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탓도 크다.

<동양일보> 보도에 따르면 가칭 ‘김 시장 주민소환 청구 운동본부’(운동본부)는 이달 18일 시 선관위에 ‘청구인대표 증명서 교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신문은 “시 유권자는 약 9만2700여명이다. 이중 15%(1만3900여명) 이상 동의를 받아야 김 시장을 소환투표에 부칠 수 있다”며 “유권자의 3분의 1(3만90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김 시장은 파면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운동본부가 내세운 김 시장에 대한 퇴진 사유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오히려 숨겨진 의도를 드러내 보이는 소재가 되고 있다. 첫 번째 이유인 “백제문화제 격년제 개최 독단 결정”부터가 그렇다.

부여군이 주장해 온 격년제 개최를 김 시장이 수용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인데, 백제문화제의 기본 틀을 망각하거나 애써 외면하지 않고서야 이런 일을 벌일 순 없다.

주지하다시피 백제문화제는 충남도와 공주시, 부여군 이렇게 3자 체제로 개최되고 있다. 김 시장은 매년 개최의 피로도 등에 대한 부여군의 입장과 함께, 기존 틀을 확 바꿔야 한다는 충남도의회 등의 내부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격년제 도입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백제문화제 격년제 도입 논란의 본질은 3자 체제 유지 여부…‘동네 축제’ 전락 안 돼

그러면서 김 시장은 ‘누파구려 갱위강국(累破句麗 更爲强國: 여러 차례 고구려를 깨뜨려 다시 강국이 됨)’ 선포 1500주년을 기념해 2021년 대백제전을 치를 것을 요구, 관철시켰다.

비록 격년제 수용 결정에 앞서 시의회 등 좀 더 폭넓은 의견수렴 절차를 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백제문화제 개최의 3자 틀을 깨지 않고 오히려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 시장이 지난 3월 6일 시정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순순히 우리 것만 내준 것이 아닌, 취할 것은 취하고 백년대계를 생각해서 3자 체제를 깨뜨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라거나 “마치 품바대회처럼 된 백제문화제, 공주와 부여 간 백제문화제를 잘 가꾸지 못한 측면들을 올해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 사안의 본질은 “격년제 개최냐, 매년 개최냐?”가 아니라, 3자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깰 것인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3자 체제를 깬다는 것은 백제문화제를 ‘동네 축제’로 전략시켜도 무관하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여전히 부족함은 있겠지만 그나마 광역 단위의 축제로 만든 것은 백제문화제의 수준 향상에 일조한 측면이 크다.

기존의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가 재단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초대 대표이사까지 내정됐다. 2021년 대백제전이 과연 성공적으로 치러질지, 아니면 그야말로 ‘폭망’할지를 지켜보고 이런 일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공주시는 이미 백제문화제 격년제 도입과 맞물린 대체 축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적 망신주기’ 차원이라면 역풍 가능성…김정섭 시장, 교훈으로 삼아야

나머지 사안도 멀쩡한(?) 시장의 직을 빼앗을 만한 명분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공주보 해체-유지 입장 불분명”은 전략적 모호성에 가깝다.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시장이 어느 한 쪽의 입장에 서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경중을 따지기 힘든 농업과 환경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제2금강교 건설 지지부진”과 “호텔(관광 리조트) 건립 사실상 무산” 등은 김 시장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이자 백제의 왕도(王都)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문화재청장 등 정부 관계자를 탓할 일이다. 차라리 문화재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백제문화제 격년제 도입 문제만으로는 명분이 약하니 이것저것 가져다 부풀린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던 당시의 야당과 김 시장을 겨냥한 주민소환을 준비 중인 운동본부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그 싫은 이유가 언론을 통해 만들어진, 사실과 다른 이미지 때문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2년 여 남짓한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시장에 대한 ‘정치적 망신주기’ 차원이라면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시장이 이런 상황 자체를 값진 교훈으로 삼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소통의 참 의미는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사안이 발생했을 때 그 당사자들과 얼마든지 머리를 맞댈 수 있느냐에 있다.

어느 지방정부 못지 않게 공주시 역시 해야할 일이 산더미다. 부디 이번 사안이 주민소환제의 대표적인 악용 사례로 기록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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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미 2020-05-05 19:33:08
기자님의 의견에 100% 동감합니다.
시민소통위원으로 이 모든 사안을 논의하고 보고하는 정책보고를 지켜 본 바로는 김정섭 시장은 결코 독단적이거나 무엇인가를 미루는 분이 아닌 합리적이고 분명한 분이라는 걸 느꼈네요
모든이의 의견을 수렴하고 고민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위해 궁리하는 사람이더라구요 제가 만난 김정섭 공주시장님은 그랬습니다.
진정 공주의 긍정적 변화와 발전에 이기적인 욕심들은 조금 미뤄두셔도 좋을 듯한데 그분들은 늘 그렇게 살고 계신게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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