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자신의 힘으로 수레를 끌라!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자신의 힘으로 수레를 끌라!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0.06.27 13: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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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1877~1962) 하면 《데미안》이 생각난다. 그런데 헤세의 작품은 그저 재미있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자아를 파고든다. 

《수레바퀴 아래서》이란 소설 제목이 흥미롭다. 《데미안》과 마찬가지로 《수레바퀴 아래서》는 성장소설이다.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청소년 시절의 방황과 입지를 이야기한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세 자신의 이야기로 본인이 방황했던 청소년 시절을 이야기 한다. “이 책에는 내가 실제로 경험하고 괴로워했던 삶의 한 조각이 담겨 있다.” 

헤세 자신의 이야기

《수레바퀴 아래서》는 주인공 한스 기베라트의 삶의 일대기를 서술한 것이다. 헤세는 주인공 한스를 통해 자신이 힘들어하고 결국 수레바퀴에 깔려 죽은 학교와 신학, 전통과 권위 등을 비판하고 탄핵한다.

헤세는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아버지의 간곡한 청으로 수도원 학교에 입학한다. 그는 시를 쓰는 것 이외에는 다른 것은 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7개월 만에 자퇴한다.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

그 후, 시계 공장의 직공 생활도 하다가 서점에서 일하며 문학의 길을 걷는다. 헤세는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 한스와 자신이 생각하는 삶을 추구하는 동급생 하일러의 삶을 다 경험했다. 

배경이 150년 전의 독일의 교육 현실이지만, 지금의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꿈이 무엇이든 오로지 일류 대학 입학을 위해 학원만을 다니고 공부하는 우리의 현실을 고발한다.

주위의 무거운 시선

한스의 아버지 요제프 기벤라트는 대리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보통 사람이다. 금전을 숭상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짓은 안 하고, 법이 허락하는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독서라고는 신문을 읽는 게 전부다. 

그의 아들 한스 기벤라트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였다. 슈바르츠발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이런 아이가 배출된 역사는 그동안 없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일찍 죽었다. 어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주인공의 삶은 달랐을 것이다. 

이 동네 주민들의 최고 야심은 자식들을 가르쳐서 가능하다면 관료를 만드는 것이었다. 오늘날 한국의 현실과 비슷하다. 

한스에게 하나의 좁은 길만이 있다. 주(州) 시험을 통해 신학교를 들어간 후, 튀빙겐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하여 목사나 교사가 되는 길뿐이다. 

한스 기벤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고통스러운 경쟁 속으로 보내질 유일한 학생이었다. 시험의 압박은 가볍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은 몸소 기차역까지 와서 배웅했고, 역장과 역무원들은 성공을 기원하는 인사를 했다. 

목사는 너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하고, 라틴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며 한스가 떨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모두가 한스에게 한 아름의 큰 짐을 어깨에 던져준다.

마음 졸인 무거운 시간 중에서 구둣방의 플레이크 아저씨는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시험은 운이 어느 정도 좌우하며 떨어져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신은 각각의 인간에게 서로 다른 뜻을 품고 있어서 그 인간에게 원하는 길을 가도록 한다”라고 말하며 격려했다

합격자 발표 전날, 한스는 무거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고 무서운 꿈에 시달렸다. 발표 당일 오전은 무척이나 길었다. 그는 걱정과 달리 주시험에서 당당히 2등에 합격한다. 

그동안 시험 때문에 좋아하는 낚시를 포기했고, 3년 동안 키웠던 토끼를 포기했고, 이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여겨볼 여유가 없었다. 

압박과 해방 또 압박

시험에 합격하니 그는 그 지역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는 신학교 모자를 쓴 채로 사람들이 부러움을 사는 사회 속으로 거의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시험에 합격한 후 맞이한 자유는 잠시뿐이었다. 목사님과 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방학기간 내내 앞으로 공부할 대수, 히브리어, 호메로스에 대하여 선행 학습을 해야 했다. 목사님 집에서 하루 한 시간, 교장 선생님한테서 하루 두 시간, 수학 선생님한테 일주일에 네 번 가야 했다. 

구둣방의 플레이크 아저씨는 못마땅해 했다. “네 나이 또래는 밖에서 충분히 운동을 하고, 휴식도 취해야 한다. 방학이 왜 있겠니?” 공부는 빈틈없이 진척되었다. 한스는 한 시간이라도 낚시를 하거나 산책을 하면 양심의 가책이 느꼈다. 

마울 브론 수도원에서 학창 생활을 시작한 그는 평소와 같이 열심히 공부하여 초기에는 좋은 성적을 거둔다. 그러던 중 헤르만 하일러라는 동급생 친구를 사귄다. 

헤르만 하일러와 한스 기벤트
헤르만 하일러와 한스 기벤트

하일러는 시를 좋아하는 시인이자 공상가였다. 그는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지식만은 풍부했다. 게다가 신학교의 고리타분한 생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항거한다. 

자신의 생각과 언어를 가지고 있었고, 휠씬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헤르만 하일러와 한스 기벤트라는 가장 어울리지 않은 결합이다. 낙천주의와 성실주의, 천재와 모범생이었다

“학교의 사명은 정부에서 정한 원칙대로 자연상태의 인간을 사회의 유용한 일원으로서 언젠가 병영의 주도면밀한 훈련을 통해 최고의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성질을 일깨우는 것이다.”

하일러는 교장 선생님에 대한 반항적인 태도와 동급생 루치우스와 다툼에서 감금형이라는 중형이 내려진다. 이제 그는 문제 학생으로 낙인을 찍혀서 특별감시를 받는다. 하일러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위험한 짓이고, 나쁜 평판을 초래할 수 있어 그에게 다가갈 자신의 용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행복은 잠시, 무거운 짐

한스는 호수 얼음판에 빠져죽은 힌두의 장례식에서 만난 하일러에게 죄의식이 싹텄다. 그는 자신이 일등이 되는 것에 집착하여 공부벌레가 되었지만 그 이상의 것을 몰랐다고 고백하고 하일러에게 친구가 되어주 길 간청하였다. “내가 네 주변을 맴돌기보다는 차라리 꼴찌가 되고 말겠어. 제발 친구가 되어줘.”
 
이후 둘 사이에 일종의 특별한 행복감과 은밀한 무언의 일체감이 넘쳤다. 둘의 결합은 사내들의 텁텁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스는 우정에 집착 할수록 깊은 행복감을 느꼈으나 학교는 점점 역겨워졌다. 선생님들은 감시대상인 하일러에 의해 한스가 나쁘게 감화되어 버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교장 선생님은 한스를 불러서 부드럽게 말한다. 

“피곤해 지치지 않도록 조심해라. 잘못하면 수레바퀴 아래에 깔릴 수도 있으니까." “성격이 정반대인 네가 왜, 하일러와 친한가?”를 묻고, 네게 좋지않은 영향을 줄 거라면서 멀리하기를 바랐다.

하일러의 우울증은 불완전하고 극심한 정신적인 변화로 이어져 싸움질이나 돌출 행동을 하였고, 한스도 그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리고 말았다. 

점점 학교 성적은 불만스러워지고, 그에 비례하여 하일러의 영향을 더 깊게 받고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를 멀리했다. 이제 한스는 더 이상 모범생은 아니고, 우등생으로서 친구들을 내려다 보는 위치도 아니다. 

한스는 독서나 공부를 할 때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교장선생님은 한스가 신경쇠약 증상을 보여 학교 주변을 산책하게 했다. 물론 혼자였다. 

한스는 이전과 다른 봄 풍경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사방에 피어나는 새싹의 색을 바라보고, 새싹의 향기를 맡고,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공기를 마시면서, 경이로운 마음으로 들판을 걸었다. 

하일러는 교장 선생님에게 불려가 한스를 만나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친구이기 때문에 누구도 막을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심한 말다툼 끝에 두 세 시간 감금당하고 한스와 함께 외출 금지를 당했다. 

그는 무단으로 학교를 나와 이틀 밤을 밖에서 보내고 경관에게 붙잡혀 학교로 왔지만, 전혀 반성 없이 불손한 태도를 보이자 학교는 퇴교처분을 내렸다. 

하일러는 떠나버린 후로 행방불명이 되었지만. 훗날 여러 천재적인 시도와 방황, 힘겨운 삶을 통하여 자신을 지키는 것을 배웠고, 비록 위대한 인물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훌륭한 인간이 되었다.

한스는 그일 이후 바리새인이 세금 징수원을 바라보듯 경멸로 가득 찬 곁눈질로 그를 바라보고, 학생들 사이에도 끼지 못하고 누구도 외면하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쏟아지는 비난에는 비굴하게 미소로 답했고 아버지는 놀란 마음으로 마음을 고쳐먹어달라고 탄원했다.

희망은 끝

한스는 더 이상 신학교도, 학문도, 야심적인 희망도 다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그는 믿음을 배신당하고 실망할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한스의 마음의 병은 더 깊어가고, 그 누구와도 친구가 없었고, 오히려 마을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학교와 아버지, 몇몇 교사의 잔인한 명예심이 상처받기 쉬운 소년의 순수한 영혼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짓밟아서 이렇게 처절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한스는 이제 지쳐 길가에 쓰러진 망아지로 더 이상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되었다. 그는 단지 신경쇠약일 뿐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방학 동안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틀림없이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말하지만 증세는 심해지고, 이제 아무도 모르게 가끔 죽음을 생각했다. 

청춘의 병으로 상처받은 영혼은 꿈 많던 어린 시절의 봄날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는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로 도망쳐 버린다. 많은 사람들은 그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끊어졌던 생명 줄을 이어 급속도로 성장하지만, 희망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어느 가을 날 과즙을 짤 때, 구둣방 아저씨 플레이크의 조카딸 엠마를 만난다. 저속한 듯한 아가씨지만 한스는 심장이 두근거릴 만큼 사랑에 빠졌고 잠시나마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는 얼마 안가 작별을 고하지 않은 채 떠나버려서 이제 슬픈 번뇌로 변했다. 청소년 한스에게 사랑의 비밀을 알게 한 일이다.

새출발과 종착지

아버지는 어느 날 기계공이 되는 것을 권유했고 한스는 마음이 없었으나 받아들렸다. 막상 작업복을 입고 보니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힘들게 공부한 것은 물거품이 되었고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오랜만에 소속감을 느꼈다.

한스는 어느 날 동료들과의 파티에서 술에 취했으며, 사과나무 아래의 축축한 풀밭에 누웠다. 온갖 불쾌한 감정과 괴로운 불안, 정돈되지 않은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부끄러울 만큼 풀이 죽고, 초라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는 밤새 한스의 귀가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으나 그는 그 시간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죽어서 싸늘하게 식은 채로 조용하고 천천히 검은 강 하류를 향해 떠내려가고 있었다. 

어떻게 물에 빠졌는지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사고인지 자살인지 모른다. 한스는 피로와 불안 때문에 스르륵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 지도 모른다. 꽃다운 청춘에 갑자기 꺾여 행복의 여정에서 억지로 끌려 나온 것이다. 

플레이크씨는 묘지를 떠나는 프록코트 무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가는 저 인간들이 이 아이가 이렇게 되는데 일조를 한 셈이죠.” 그들은 그에게 하찮은 명예심과 공허한 이상을 심어준 것이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이 글을 마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천재’라고 불리는 족쇄는 마음의 병만 들게 하고 심신을 힘들게 한다. 중간에 적응을 못하자, ‘주지역 시험을 통과한 대장장이’라고 조롱했으며 이로 인한 고통과 외로움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본다. 

우리가 아이들을 깔아뭉개는 ‘수레바퀴’는 아닌지 스스로 묻는다. 이 소설은 과열된 입시 경쟁으로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의지를 짓밟는 제도와 교육에 대한 비판, 공부에의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삶을 고발한 느낌이다. 대입을 앞둔 학부모가 꼭 읽어야 보아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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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2020-06-27 17:04:37
최고의 세일즈 입니다. 완벽한 요약과 전달까지 언젠가 꼭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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