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코로나19 장기화, ‘정신적 감옥’에 갇힌 우리
[노트북을 열며] 코로나19 장기화, ‘정신적 감옥’에 갇힌 우리
무너지는 공동체, 통째로 바뀌어 가는 삶… 확진자에 대한 ‘심리방역’ 절실
  • 황해동 기자
  • 승인 2020.06.29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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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자료사진/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질병이 세계의 역사도 바꾼다했던가.

전 세계에 만연해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류의 삶의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감염을 우려, 일상생활에 제약이 커지면서 불안과 무기력, 스트레스, 두려움, 공황장애 등이 일상을 감싸고 있다.

황해동 편집국장
황해동 총괄팀장

결혼식장이 텅 비었다. 장례식장 조문객의 발길이 한산하다. 모임에 나가기가 찜찜하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보면 피하고 싶다. 기침? 따가운 시선은 물론, 욕 얻어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스포츠, 공연, 전시, 취미생활… 모든 분야에 이른바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나 스스로부터 의심과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대중교통에서, 공공장소 등에서… 의심과 불안감이 큰 만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다.

의심과 불신, 불안감에서 초래되는 이웃과의 다툼과 실랑이가 생활 속 곳곳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경제를 무너뜨린데 이어 불신과 불안, 두려움으로 서로를 경계하는 시대를 만들며 지역공동체마저 무너트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달갑지 않은 신조어는 우리의 삶의 색깔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각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네이버 시사상식사전)

확진자들의 상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정작 본인이 피해자이면서도, 심한 정신적 충격에 공황상태에 다름 아니다. 또 자신으로 인해 또 다른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수인(囚人)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과도한 신상 털기와 인신공격이 확진자들을 나락으로 몰아가고 있다.

어찌 보면 감염을 우려하고, 예방해야만 하는 우리사회가 육체적 감옥뿐 아니라 정신적 감옥까지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허태정 대전시장이 공개한 한 확진자의 병상 편지는 이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편지를 쓴 확진자는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프고 우울하다. 지옥을 체험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도 피해자인데, 인터넷에 자신에 대한 유언비어가 나돌고 가족의 신상이 공개된 점과, 방송에서조차 자신이 사는 동네와 가족들 신상을 내보내는 실상을 개탄했다.

이 확진자는 이어 “동네 모든 가게가 텅텅 비었고, 길에 사람도 없다고 한다”며 “치료가 된다한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어떻게 고개 들고 살 수 있단 말인가. 난 코로나에 감염된 피해자인데,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죄인이 되었다”라고 씁쓸한 염(念)을 남겼다.

허 시장은 “확진자도 시민이고 충분히 고통 받고 있다. 고의로 걸린 것이 아니니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서, 필요할 경우 익명 검사 실시를 약속하기도 했다.

확진자는 물론이려니와, 접촉자, 접촉 의심 자까지 철저하게 검사하고 격리해야 함은 불문가지다. 더 이상의 감염과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 철저한 방역과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확진자를 죄인 취급해서는 안 된다. 증상을 숨기고, 동선을 숨기지 않았다면 그 역시 피해자다.

육체적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 이미 육체적 지료 지원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 많은 확진자들이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노력으로 완치 판정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 노력해온 효과다.

하지만 몸 상태는 완치가 됐어도, 정신이 건강해지지 않으면 정상적 복귀가 쉽지 않다. 건강한 사회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육체적 치료 지원과 함께 확진자들에게 대한 심리적 지원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신상공개의 최소화, 과도한 신상 털기와 인신공격 금지, 그들도 피해자라는 연대, 위로의 시선과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말 한마디는 무엇보다 효과적인 ‘심리 방역’이 될 것이다.

‘심리 방역’은 인정주의의 한계를 지닌 ‘동정’이 아닌, ‘공감’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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