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충남도 공무원 공로연수제 폐지 논란 
[김선미의 세상읽기]충남도 공무원 공로연수제 폐지 논란 
충남도 광역시‧도 중 처음으로 폐지, 공무원노조 철회 요구
시민 눈높이에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 고리 끊어 정상화해야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7.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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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학교라는 온실 속에서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온 사회 초년병 눈에 사회라는 곳은 말 그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맞닥뜨린 ‘원더랜드(wonderland)’ 같았다.

공무원 사회는 특히 일반적인 잣대로는 재단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상한’ 동네였다. 내 눈에는 그렇게 비췄다. 

사회 초년병 눈에 공무원 사회는 앨리스의 이상한 ‘원더랜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사례 중 하나가 승진시험을 준비한다고 근무를 하지 않는 일이었다. 

6급에서 공무원의 꽃이라는 5급 사무관 승진시험을 앞둔 이들은 아예 출근을 하지 않거나 출근을 한다 해도 업무가 아니라 시험공부를 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됐던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5급 승진시험을 폐지하고 다면평가제를 도입하면서 이제는 옛이야기가 됐다. 

일반 시민들 눈높이에서 근무를 하지 않는데도 봉급을 주는 ‘공무원 공로연수제’는 그야말로 다른 세상 이야기다. 공로연수제는 정년퇴직을 6개월 내지 1년 남겨둔 공무원의 출퇴근을 면제하면서 일부 수당을 제외하고는 봉급을 그대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일종의 장기 유급휴가인 셈이다. 해마다 공로연수에 투입되는 예산이 수천억 원에 이른다. 혈세 낭비라는 비난과 함께 안방근무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5급 시험공부 한다며 근무는 뒷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기도

공무원 공로연수제는 20년 이상 근속한 공무원이 퇴직 후 사회적응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1993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위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높아지면서 폐지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공무원 내부의 반발로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그대로 시행해오고 있다.

충남도가 최근 공로연수제에 칼을 빼들었다. 지금까지는 3급 이상 공무원과 부단체장을 역임한 4급 공무원은 퇴직 1년을 앞두고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현직에서 물러나 공로연수를 가야 했다.

도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17명의 공로연수 대상자 중 3명을 그대로 근무케 하는 ‘선별적 공로연수제’를 적용 그동안의 관행을 깼다. 내년 7월 인사부터는 공로연수 기간을 직급에 상관없이 6개월로 통일하고 2022년 1월 인사부터는 아예 폐지키로 했다. 공로연수제 폐지는 17개 광역시‧도 중 충남도가 처음이다. 

충남도 선별적 연수에 2022년 완전 폐지, 공무원노조 철회 요구하며 반발

충남도 공무원노동조합은 도의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하며 철회하지 않을 경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며 도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도 역시 “철회나 재검토는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어서 당분간 양측의 날 선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눈높이에서는 당장 폐지해야 하는 적폐이고 공무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공무원 공로연수제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노동 유임금’에 대한 비난도 비난이지만 공로연수제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공무원 인사 적체 해소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이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공무원들이 공로연수제 폐지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승진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급 1명이 공로연수로 그 자리가 공석이 되면 3급부터 8급까지 6명이 연쇄 승진을 할 수 있다. 

역으로 공로연수 대상자가 현직에 그대로 머물면 승진자리 6개가 사라진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승진이 1년 늦어질 뿐이다. 

취지와 달리 무노동 유임금에 공무원 인사 적체 해소의 도구로 전락 비난

공로연수 대상자가 모두 ‘무노동 유임금’의 혜택을 누리는 조기 퇴직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본인은 정년을 끝까지 채우고 싶어도 공로연수를 거부하면 후배들의 승진을 막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치부되거나 눈치가 보여 떠밀리듯 나갈 수밖에 없는 공무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1년 먼저 승진하고 1년 먼저 퇴직하는’ 것이 강제적 관례가 되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난에다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들이 조기에 퇴출되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반 직장인에게도 승진은 예민한 문제이지만 공무원 사회에서 승진은 가장 큰 보상인만큼 1년 먼저 승진할 수 있는 기회의 고리를 끊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 번만 고리를 끊어내면 제때 승진하고 제때 퇴직하는, 정년 보장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 

변경 시점에 놓인 대상자들은 “왜 하필 나 때 그러냐” 또는 “누구는 1년 먼저 승진해놓고 정년까지 보장 받는냐”며 반발하겠지만 말이다. 

무노동 무임금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중앙정부 해결 나서야 

‘무노동 무임금’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당장 폐지는 어렵다 해도 최소한 개선은 필요하다. 지금처럼 무조건적 조기 퇴출이 아니라 적어도 공로연수와 정년퇴직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은 해야 한다. 

또한 공로연수제 폐지 여부는 각 지자체 재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제도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다양한 안과 해결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정부 역시 중앙부처의 인사적체 해소용으로 이 제도를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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