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미국 러시아 실패한 금주정책, 무엇을 배워야...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미국 러시아 실패한 금주정책, 무엇을 배워야...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 승인 2020.08.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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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복잡계, 의도한 효과 거두려면 .....
미국과 러시아에서 실패한 금주정책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법과 제도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성찰 필요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에 따른 격리 혹은 재택근무권장으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구성원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상황이다. 그렇지만 강요와 필요에 의한 ‘가족 간의 늘어난 시간공유’는 가정폭력과 학대, 유기, 불안, 개인과 집단의 심각한 우울증 등의 부작용도 낳고 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로 국민들은 우울하고 불안하다. 알코올이 매개되면 상황은 복잡해지고 가족갈등은 심화된다. 술을 마시고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이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음주로 야기된 가족갈등은 봉합하기 힘들다. 치료시기를 놓쳐 장애를 유발하거나 암 등의 더 큰 질병으로도 이어진다. “술만 없었다면, 우리 가족도 위기를 넘겼을 텐데!”라는 음주 피해가족, 이웃과 관계자들의 판단과 회한은 금주관련 정책마련의 당위성을 제공한다. 음주 피해자 가족모임과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 의료인, 종교인 등은 반 음주세력의 선봉에 서는 것이 보통이다.

제 1차 세계 대전, 대공황, 근본주의와 현대주의 논쟁 등으로 혼돈을 겪던 미국인의 상당수는  술에 의존했다. 술 문제는 국가적인 문제로 부각되기에 이른다. 보수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추진된 미국의 금주법(The prohibition Law)이 마침내 1919년 통과되었다. 메이저 리그 선수였지만 술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다 구주를 영접하고 신앙인으로 거듭난 빌리 선데이는 “눈물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슬럼가는 우리의 추억거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교도소를 공장으로, 감옥을 옥수수 저장고로 바꿀 것입니다. 남성들은 비틀거리지 않고 걸을 것이고, 여성들은 미소 지을 것이며, 아이들은 소리 내어 웃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주법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미국의 사회적 병폐를 해결한 ‘특단의 약’이란 평가보다는 ‘실패한 실험’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여전히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금주법이 실제 알코올 소비를 증가 혹은 감소시켰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대전의 여파로 부족해진 곡물의 전용을 막기 위해 추진된 금주법은 성격이 다른 추진세력들이 합류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어졌다. 급격한 도시화에 거부감을 갖던 농민, 노동자의 음주문제를 생산성 저해라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해하는 산업자본가, 반이민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맥주산업종사자에 대한 거부감 등이 모여 금주운동의 동력으로 이어진다. 개신교와 기독교 여성 동맹은 금주법을 지지했지만, 이민자들과 가톨릭은 금주 운동 반대에 섰다. 당연히 정당도 편이 나뉘었다.

러시아 화가 바실리  페로프의 ‘수도원의 식사(1865-1876)’. 민중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지고 고충을 헤아려 줘야 할 신의 심부름꾼들이 세속과 화합하고 있다. 검은 옷의 사제들은 기름진 모습으로 모두 술에 취해 있다. 십자가의 예수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 화가 바실리 페로프의 ‘수도원의 식사(1865-1876)’. 민중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지고 고충을 헤아려 줘야 할 신의 심부름꾼들이 세속과 화합하고 있다. 검은 옷의 사제들은 기름진 모습으로 모두 술에 취해 있다. 십자가의 예수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

금주법의 지지자들은 이 법이 사회적으로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들이 원했던 방향, 법이 의도했던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술을 팔던 곳은 주류 밀매 점으로 바뀌었고, 밀매 점들은 대도시의 일상으로 전락했다.  이런 밀매 점들이 범죄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1920년에서 1933년까지 미국의 폭력, 조직범죄, 부정부패는 크게 증가했다. 마피아 세력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조직화되었고, 강도발생과 살인 건수는 폭증했다. 금주법이 시행된 시기에 음주운전자의 체포율은 80%이상 증가했고, 알코올 대용물인 아편이나 마리화나 · 코카인 등이 등장했다.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루스벨트의 대통령 당선으로 금주법은 없어졌지만, 마약과 조직범죄라는 폐해를 남겼다.

러시아에서 음주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러시아에서 400킬로미터는 거리도 아니다.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다. 알코올 도수 40도의 보드카 4병은 술도 아니다”라는 말이 생명력을 얻고 있는 나라다. 그런 러시아에서도 음주를 “도덕적 결함, 경제적 낭비, 근대 문명수용을 저해하는 방해물,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는 풍조가 1910년대부터 193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국민주인 보드카의 제조를 금주하는 것을 포함한 강력한 금주캠페인을 전개한 알코올리즘 반대 투쟁협회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사회주의 건설을 방해하고 국가의 권위에 도전하는 적대세력”으로 규정하였다.

러시아의 금주문제에 일대 전기가 찾아온 것은 정치투쟁에서 승리한 스탈린에 의해서다. 그는 금주운동이 안정적으로 세금을 걷는 것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금주운동을 무력화시키는 조치를 단행했다. 곧 보드카의 생산과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범죄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모든 정보를 통제한다. 더 황당한 것은 러시아 국민들의 음주파탄행위가 종식되었다며 “소련에서는 이제 알코올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통치자가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에서는 더 이상의 음주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고 공표하면서 러시아는 음주를 더 이상 사회문제화 할 수 없었다. 스탈린의 선언 후 밀주이건 합법적인 보드카이던 그 어떤 제제도 없이 유통이 되었고, 러시아는 음주 천국이 되고 만다.

강대국인 러시아와 미국의 예에서 보았듯, 음주문제가 단순히 기후나 풍토에 의해 규정되거나 고유한 문화전통에 포함되는 불변의 생활습관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음주는 경제적 이해관계는 물론이고 종교, 사회계층간의 가치 충돌, 정치적 권력투쟁, 문화, 삶의 양식, 행정력의 수준 등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변화했다. 두 나라의 정권은 자신들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음주문화나 금주문화를 만들어 대중과 시민들에게 부과하려 했다. 강압적인 이데올로기 앞에서 보통사람들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를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인 척 행동했다는 공통점은 갖는다. 또 일부는 기존의 방식대로 술을 마시는 순응주의를 취했다.

제도와 법을 만들려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출발한 정책과 법안이라 해도 예측 할 수 없는 역효과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새롭게 구성 되었다. 우리가 뽑은 일꾼들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법안마련에 충실해 줄 것을 주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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