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문화산책] 국가무형문화재 ‘활쏘기’ 긴급 점검
[정진명의 문화산책] 국가무형문화재 ‘활쏘기’ 긴급 점검
문화재청, 전통 ‘활쏘기’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 지정 관련
  • 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 승인 2020.08.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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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명 교두의 전통활쏘기 만작 궁체.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의 전통활쏘기 만작 궁체.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문화재청이 전통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활쏘기를 하는 전국의 2만여 국궁인에게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법과 사풍 등의 활쏘기가 오천년 역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전통활쏘기를 연구하고 계승해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온깍지활쏘기학교’ 정진명 교두로부터 활쏘기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 등을 연재한다./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전통 ‘활쏘기’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에서 4월 20일 문화재지정 예고(문화재청 공고 제2020-154호)를 거친 끝에 2020년 7월 30일 내린 결과이다.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지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활쏘기’ 밖에도 보유자나 보유단체 인정 없이 종목만 지정된 국가무형문화재는 현재 총 9건이다. △아리랑(제129호) △제다(제130호) △씨름(제131호) △해녀(제132호) △김치 담그기(제133호) △제염(제134호) △온돌문화(제135호) △장 담그기(제137호) △전통어로방식 어살(제138-1호)가 그것이다.

활쏘기가 이렇게 나라와 겨레를 대표하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오랜 세월 이 분야가 우리의 전통문화를 간직해왔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이 점은 문화재지정 이유에도 포함되었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대상인 활터 현장으로 가보면 될 일이다. 오늘날의 활터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문화를 간직한 공간인가?

활터에 가서 확인해야 할 것은 2가지이다. 활쏘기라는 행위(사법)와, 그 행위를 하기 위한 절차와 의식(사풍)이다. 사법과 사풍, 이 2가지에 지난 몇 천 년, 혹은 몇 백 년에 걸친 내력이 존재하며, 그 형식과 절차가 지금까지 제대로 이어지는지 확인되어야 국가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보람이 있을 것이다. 

활쏘기보다 더 먼저 문화재로 지정된 태껸이나 씨름판에서는 이런 자취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태껸꾼들은 오늘날에도 한복이나 쾌자를 약간 변형한 옷을 입은 채로 경기를 치르고, 씨름판에서는 팬티만 입은 알몸으로 경기를 하지만 막상 시상대에 오를 때는 두루마기 비슷한 옷을 걸친다. 이들이 이러는 것은, 그 옷이 꼭 편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복장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전통의 무게 때문이다. 태껸과 씨름이 아무리 스포츠화되었다고 해도 이런 전통의 자취를 벗기 어렵다. 국악을 비롯하여 한국 무용 같은 ‘전통’과 관련이 더 깊은 영역은 말할 것도 없다. 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부채라도 든다.

하지만 오늘날 활터에 가보면 어디를 전통이라고 해야 할지 그저 난감할 뿐이다. 심지어 활쏘기 대회는 ‘궁도대회’로 바뀌어버리고, ‘궁도대회’에 한복을 입고 나가면 당장에 쫓겨난다. 실제로 활터에서 몇 차례 일어난 사실이다. ‘궁도대회’라는 현수막 아래서 테니스 복장으로부터 유래한 흰 러닝셔츠와 흰 바지를 입은 궁사들이 양궁과 똑같은 몸동작을 하며 대회를 치른다. 화살이 과녁에 맞으면 불빛이 반짝거림과 동시에 딩동댕 소리가 나며 관중을 알리고, 심판은 뒤에서 맞았느니 안 맞았느니 마이크로 중계방송을 하면서 다음 차례를 재촉한다. 

이런 것을 대한민국의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놓았으니, 이 장면을 본 외국인들은 이것이 지난 세월 고구려 때부터 시작해서 조선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전해져온 전통문화라고 여길 것이 분명하다. 

이 해괴망측한 현장은 활쏘기가 ‘전통’의 속성을 버리고 ‘스포츠’를 향해 맹질주해온 지난 60여 년의 결과물이다. 해방 직후 활쏘기는 스포츠화를 선언하며 대중화의 한 방편으로 일본 유도에서 시작된 단급 제도를 도입하여 추진했고, 이것이 1970년대 접어들어 자리를 잡으면서 궁사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었다. 게다가 활을 쏘는 동작에 조금이라도 거추장스러우면 그것을 없애버리는 데 단 한 순간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팔찌를 비롯하여 옷은 물론 살수건 촉돌이 같은 부속물들이 불과 40여년 만에 활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과녁 맞히는 기능 하나만 달랑 남은 활터는 사격장으로 변했고, 과녁 맞히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궁도대회’의 깃발 아래 모여 상금을 건 경기를 치른다.(실제로 일부 활터에서는 과녁마다 번호를 붙여 1사로 2사로라며 사격장 용어를 그대로 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짚지 않을 수 없다. 활터가 전국체전 종목에 들어가고 스포츠로 규정되면서 활터 사람들은 대한체육회 선수등록을 하게 되었고 이런 행위는 마치 관행처럼 자리 잡아 신사가 입문하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묻지마 가입’을 시킨다. 오늘날 활터의 궁사들은 대부분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이며, 이에 따라 지난 60여 년 활터의 운영방식을 결정지어버린 것은 대한체육회 소속 ‘궁도’ 단체였고, 지금은 이들이 전국의 활터 위에 마치 제왕처럼 군림한다. 그 증거가 개별 활터의 풍속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공문을 내려보내는 행위이다. 더 심각한 것은 상위단체의 이런 만행을 현장 활터에서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감투 자리에 앉아 권력을 쥔 것으로 착각하고 경거망동하는 측이나 그런 수모를 수모인 줄도 모르고 순순히 당하는 측이나 ‘그래도 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무지막지한 세월이 60여 년 흘렀다. 그러는 사이 ‘활쏘기’는 전통문화를 버리고 사격으로 바뀌었다. ‘활터에 남은 것이라고는 사격술뿐’이라는 뜻있는 사람들의 한탄은 여기서 나온다. 

이런 활터의 분위기에서 보면 이번 ‘활쏘기’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건은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활쏘기 지정 과정을 주관한 것이 ‘대한체육회’가 아니라, ‘문화재청’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사건은 ‘활쏘기’는 ‘체육’보다 전통 ‘문화’가 더욱 중요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이런 결정 과정은 사격장으로 변한 활터 현장에서 당장 문제가 된다. 활터의 어떤 부분이 국가무형문화재가 될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활터에서는 ‘무형문화재’의 부분을 체육 행위인 ‘사법’에 두어도 말썽이고, 문화양식인 ‘사풍’에 두어도 말썽이다. 활터 문화의 핵심인 이 2가지 영역에서 현장은 이미 전통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벗어나 버렸기 때문이다. 

활터에서 지난 세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나 하는 것을 앞으로 몇 차례 연재를 통해서 확인 점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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