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의 도전… 전직 기자, 바리스타를 꿈꾸다
지천명의 도전… 전직 기자, 바리스타를 꿈꾸다
최국장이 만난 사람 | 장희경 ‘에떼 에스프레소’ 대전대점 대표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2.09.28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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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경제주간지] 지역 언론사서 활동했던 기자가 바리스타로 새로운 인생 설계에 나서 화제다.

주인공은 에떼 에스프레소 대전대점 장희경(51) 대표. 그는 지난 17일 동구 용운동에 커피전문공간을 열고 미지의 영역에 도전중이다.

비록 개업한지 2주일밖에 안됐지만 바리스타로서의 성공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바리스타의 길로 들어선 것은 5개월 전. 요식업 관련 자영업을 구상하던 중 우연히 들른 서구 관저동 에떼 에스프레소 점에서 커피 맛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가격대비 커피 맛이 좋았고, 무엇보다 신문사와 비슷한 도제식 교육 방식이 맘에 들었다.              

장 대표는 “지난 5개월간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며 “문화적 소통의 공간, 누구나 와서 의견을 교환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1988년 대전일보 편집기자로 입사한 그는 1999년 기자의 길을 접고 새 길을 찾아 나섰다.

 

“내가 국장, 지점장이었는데…그런 생각 버려야 새로운 길 보여”

인생의 레이아웃 새롭게 그리다

선배를 만났다. 기자 선배다. 초년병 시절 신문편집을 배웠다. 10여 년 전 갑자기 기자생활을 접었다.  아버지 사업을 도왔다. 임대 사업도 했다. 2년 전 쯤엔 귀농을 준비했다.

그러던 그가 모든 유혹을 떨치고 바리스타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하얀 도화지에 인생의 레이아웃을 새롭게 그리고 있는 중이다.

대전 향토 커피전문 프랜차이즈, 에떼 에스프레소 대전대점 장희경(51)대표의 하루는 바쁘다.

창업한지 이제 2주일밖에 안됐으니 이해할 만하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새벽 1시까지 하루 17시간 이상 일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지난 21일 오전 그의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피곤해서일까? 입술 위쪽이 약간 부풀었다. 개업 이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나타난 육체의 반란이라며 웃는다. 자리에 앉자마자 “왜 이렇게 외진 곳에서…”라고 하자 “오히려 한적해서 좋다”고 말한다. 원래 귀농을 꿈꿔왔던 사람이라 복잡한 곳 보다는 한적한 곳을 원했고, 커피를 즐기는 젊은이가 많은 대학교가 옆에 있어 주저 없이 선택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임대사업도 해보고, 농사도 지어보고...

최재근 : 신문사 그만 둔 지 1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그동안 어떻게 생활했나요.

장희경 : 1988년 대전일보에 입사해 밀레니엄을 맞이하기 전해인 1999년에 회사를 그만뒀죠.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을 도왔고, 2007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사업을 정리해 빌라 임대사업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귀농을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개설한 ‘시니어스쿨’ 3개월 과정을 수료했죠. 농사도 지었습니다.

2년 전 쯤 대전 인근인 원정리에서 땅 300평 정도를 얻어 고구마도 심고 고추심고, 토마토도 재배했었죠. 하지만 그해 폭우가 내려 농사를 다 망쳤습니다. 그 때 느꼈죠. 농사라는 것이 열정과 노력만 갖고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준비도 철저해야 하지만 자본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 길로 농사를 접고 한동안 방황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 때가 49살이었죠. 이제 1년만 있으면 천명(天命)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인데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만난 것이 디 에떼 커피전문점입니다.

인연이라는 게 참 우습다고 했다. 지난해 건양대 평생교육원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긴 했지만 창업할 엄두가 나지 않아 접었었는데, 우연찮게 만난 커피숍으로 바리스타의 꿈을 본격적으로 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칼국수 집이나 족발집을 할 요량으로 서구 관저동에 상가를 보러갔다가 우연찮게 에떼 커피숍을 들어간 것이 인연이 됐다”며 “가격대비 맛도 좋고 인테리어나 서비스도 괜찮아 그 길로 본점을 찾아 갔다”고 말했다.

: 굳이 에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 우선은 대전에서 시작한 커피전문점이라는데 관심이 갔죠. 그리고 교육 방식이 신문사와 비슷했어요. 사수와 조수, 일 대 일 도제식인데다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쳤으니까요. 심지어 인간적인 수모를 느낄 정도로 강하게 시키는 데 매력을 느꼈습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함은 물론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본점 김영일 대표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풍부한 지식이 맘에 들었죠. 교육을 받으면서 약간의 혜택(?)도 받았고요. 두달 간 특별히 직접 커피를 내리고 판매를 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어요. 실전 경험까지 마친 셈이죠.

꼬박 5개월을 배웠다. 오전 9~11시, 오후 2~4시. 남는 시간에는 연습을 했다.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리는 샷, 탬핑 등을 수없이 반복했다. 자격증도 받았다.

무엇인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창업

: 그래도 오십이 넘은 나이에 창업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 원래 두려움을 모르는 성격(웃음)이예요. 닥치면 다합니다. 무엇인가 사람들하고 공유하고 싶었어요. 내가 만든 음식을 같이 먹고 싶었죠. 돈을 받지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쉴 수 있는 공간, 대화할 수 있는 공간, 거기에 덧붙여 좋은 커피를 같이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결심을 하게 된거죠. 

: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고용불안이 가중되면서 자영업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남보다 앞서 창업을 한 사람으로서 창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텐데요.

: 무엇보다 먼저 기존의 생각을 버리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내가 국장이었는데’, ‘내가 지점장이었는데’ 하는 생각은 한 올도 가지고 있으면 안됩니다. ‘나는 초보다 뭐든지 보고 배워야 겠다’라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접근해야 합니다. 또 혼자 판단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야 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해요. 이제 주역은 젊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새로운 흐름을 잡아내야 합니다. 업종도 거기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리고 현실적인 것은 돈입니다. 어떤 업종이든 시작하려면 자본이 많이 들어가게 돼 있어요. 그러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한테도 할 말이 있을 텐데요.

: 할 말이 없어요.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많이 배웁니다. 요즘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젊은이들을 접해보니 그것은 기성세대들의 기우더라고요. 젊은이는 젊은이들대로의 룰이 있고 흐름이 있어요. 우리가 간섭 안해도 그렇게 갈겁니다. 고집이나 집착이 없어요.

요즘 말로 하면 쿨하다고나 할까요. 생각도 자유롭고 개방적이에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죠. 일  예로 여기 커피숍에 사케라또라는 메뉴가 있는데, 모르면서도 아이들은 그 메뉴를 시키고 먹어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매뉴가 한정돼 있는데 여기는 거의 전 메뉴가 나갑니다. 우리보다 훌륭한 점이죠. 열정과 의지만 가미하면 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자격증 아닌 진짜 실력

정작 중요한 것은 자격증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란다. 자격증이 있으면 집착만 심해지기 때문이란다. 커피 맛이 왜 다른지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커피를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한 작업입니다. 커피콩을 볶고 갈아서 포터필터에 담아 누르는 탬핑을 하고 바스켓에 띄워 기계 버튼 누르면 나옵니다. 원리는 다 같죠. 그런데 왜 바리스타마다 커피 맛이 다른가? 그것은 미세한 손동작 차이 때문입니다. 좋은 커피 맛을 내겠다는 열정을 갖고 커피를 대하느냐, 아니냐의 여부에 따라 떫은맛도 나고 신맛도 나고, 좋은 맛도 나는 겁니다.”

: 앞으로 운영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 음식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커피는 기호식품이라 먹어도,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식사 후에 먹고, 친구들 만나면 마시는 식품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도 하나의 문화입니다. 따라서 문화를 담아내고 반영할 수 있는 철학을 세워야 합니다. 비록 체인점이지만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그러한 정성을 담아 운영할 계획입니다.

: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 앞으로도 이쪽 업계에 종사하면서 커피 만드는 기술을 더 쌓아야죠. 강의만 들었는데, 로스팅 기술도 배워야 하고요.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서 먹어보고, 잘되면 다른 곳에 내가 만든 공간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처럼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다양한 문화가 소통되는 공간으로, 이윤만 추구하는 장사꾼의 공간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소통하고 얘기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간으로, 그런 커피숍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커피는 아주 예민한 여자… 그런 정성을 담아 서비스

: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장 대표에게 커피는?

: 커피는 ‘아주 예민한 여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남자는 아무리 예민해도 여자의 감성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모든 문화의 저변에는 여성적인 감성이 깔려있다고 생각하고요. 그것에 가장 적합하게 표현되는 것이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굿모닝충청이 잘됐으면 한다. 날로날로 번창해서 언론을 주도하는 신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넨다. 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 평생의 꿈”이라고 했다. 커피숍도 그러한 일의 연장선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꿈이 자곡 차곡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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