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추억 살아있는 대전의 '보물산'
역사·추억 살아있는 대전의 '보물산'
다시보는 보문산
  • 백남우
  • 승인 2012.07.11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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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이 숨겨져 있는 보문산
산에 보물이 묻혀 있다하여 ‘보물산’이라 불리었다고 하는 보문산(457m)은 중구를 중심으로 11개동에 걸쳐 형성된 산이다. 백제의 중요 성곽인 보문산성, 장수부처, 보문사지를 비롯한 문화유적과 야외음악당, 전망대, 청년광장, 사정공원, 아쿠아 월드, 오 월드 등 유락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야트막한 산자락을 따라 약수터와 등산로가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70-80년대에는 대전뿐 아니라 옥천, 논산 등의 사람들도 즐겨 찾았다. 보문산 자락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깃들어 삶의 둥지를 틀고 골짜기마다 전설과 시민들의 애환이 스며있다. 대전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보문산의 대표적 문화유적은 보문산성이다. 둘레 280m의 퇴뫼형 석축산성으로 백제 후기에 축성됐으며 백제 부흥운동의 주요 거점이었다. 대전 동남부의 여러 산성들과 길목을 감시하는 목적의 매우 중요한 산성으로 1991년 백제계 산성 최초로 복원되었다. 또 다른 문화유적으로는 장수부처라 불리는 불상으로 큰 바위에 선각된 마애여래좌상이 있고 유회당 권이진 선생이 조상의 묘를 지키기 위해 지은 묘막인 여경암, 거업재, 산신당과 고려시대 사찰로 임진왜란 때 수많은 승병들이 모였던 보문사 터가 있다.

등산로의 역사산책
보문오거리 보문산 공원 입구는 아쿠아월드가 들어서면서 도로가 넓어졌다. 원래 대사천이 흐르던 곳을 복개하고 입구에 가로수 길이 형성돼 있었는데, 아쿠아월드 개장과 더불어 가로수와 인도를 없애 휑하다. 입구 오른편 커다란 음식점 자리는 대사동 별당이 있었던 곳이었다. 1942년 공주갑부 김갑순의 별장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한국전쟁 대전 임시정부 시절 이시영 부통령의 숙소로 사용되었고 전시 내각회의가 열린 역사적 건물이었다.

흉물로 방치돼 오다 아쿠아월드 개장 시 헐려 현재의 건물로 바뀌었다. 보문산 공원 초입에 들어서며 늘 느끼는 가슴 아픈 부분이다. 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옛 케이블카장과 아쿠아월드가 나타난다. 일제시대 방공호로 사용되다 석굴암이라 불리는 동굴형 암자가 있었던 곳이다. 70년대 보문산은 대전시내 학교의 단골 소풍 장소다. 아이들이 석굴암 동굴에 배를 타고 들어가면 벽면에 작은 불상들이 촛불에 밝혀있고 더 안쪽에는 불상이 안치돼 있는 유람장의 추억이 있었다. 그 후 80년대 충남도청에서 충무시설로 활용, 전시에 행정기관의 대피시설로 사용돼왔다. 그 후 거대한 수족관을 설치해 아쿠아월드로 개장된 것이다. 아쿠아월드를 지나면 1962년 세운 보문산공원 표지석이 나오고 길거리 역술가가 좌판을 벌인 가로수 길이 호젓하다. 맞은편에 새로 설치한 나무 데크가 오히려 눈에 선다. 조금 더 오르면 6.25 전쟁 대전지구 기념탑이 맞이한다. 1950년 7월 미군 24사단장 딘 소장이 직접 공산군 전차를 격파하고 중구 대흥2동(구 대전문화방송국 앞 삼거리)에 세운 기념탑을 1975년에 옮긴 것이다. 일본인의 별장을 개조해 만든 사찰과 구 그린랜드 터를 지나면 왼편 언덕에 을유해방 기념비가 보인다. 1946년 8월15일 대전부민이 뜻을 모아 대전역 광장에 해태석 한 쌍과 세운 것이다. 1950년 9월 한국전쟁 중 폭격을 당해 1960년 재건, 1971년 8월 이곳으로 옮겨졌다.

다시 야외음악당을 향해 조금 더 오르다 보면 연재 송병선 선생의 순국비가 서 있다. 송병선(1836~1905)은 회덕 석남동(성남동)에서 송시열의 9대손으로 태어났다. 1905년 10월 28일 을사조약이 체결된 후 이 조약의 폐기와 을사오적의 참형을 주장하다 뜻을 이룰 수 없자 음독 자결하였다. 순국 후 고종 황제는 문충공이란 시호를 내리고 1908년 어명에 의해 충북 영동에 문충사를 세웠다. 문충사는 송병선 선생의 순국 60주년에 출생지인 대전 보문산으로 이전했으나 이듬해 다시 동구 용운동으로 옮겨졌다. 일제 강점기 어두운 시절 지식인의 책임과 본분을 보여주었다.
 

1968년 건립돼 보문산 공원과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 한 야외음악당은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관중석 뒤편에는 포탄모양의 비석이 있다. 한 때 교과서에 실렸던 육탄 10용사 중 대전 출신 윤옥춘 상사의 전공비이다. 음악당을 마주보는 계단을 타고 오르면 대전지구 전적비가 나타난다. 중앙에 3.5인치 로켓포를 든 미군과 양쪽에 한국 군인이 조성된 모습이다. 1950년 대전지구 전투에서 산화한 영령을 추모하고 혈맹의 우의를 전하기 위해 1981년 12월 건립됐다. 대전의 역사와 함께한 보문산 공원에 외국인의 모습을 한 조형물과 그들의 전적비가 있는 모습이 무척 이채롭다. 이것이 현실이고 우리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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