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시론》 정부와 의사협회의 합의를 본 소감

  -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한중 IP 전문가,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의 작가)

1.
일단 해당 합의를 환영한다.

그리고 국민건강이 위협을 받는 위험한 상황에서 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정부여당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2.
오늘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한 내용은 전공의협회에서 거부한 지난 2차 합의문의 내용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공공의료정책과 의사증원 관련해서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협의체에서 ‘해당정책을 함께 논의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사실은 집단 행동을 실행하기 전날 만들어졌다는 1차 합의문과도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코로나19가 안정화 될 때까지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이후 방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한다는 것과,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한다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이번 합의문에 몇 가지 추가된 조항들, 가령 전공의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 입법 추진 등은 일종의 명분일 뿐이지 구체성이 없다.

3.
내가 보기에는 조삼모사의 상황인데, 최대집이 원숭이 수준의 지능이라 정부에 속은 것일까?

아니다. 최대집은 외부와 행동에서 보여지는 과격함과는 달리 대단히 계산적인 사람이다.

내가 보기에는 최대집은 이 불법 진료거부를 이어가는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적어도 최대집은 국민여론이 의사들에게 극도로 안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더이상 진료거부의 명분도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최대집과 의협 입장에서는 애초에 이슈가 된 공공의료와 의대증원 정책추진을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받아낸 것만으로 자신들의 승리라고 생각했다.

4.
최대집 개인과 의사협회의 정치적 입지를 올리는 충분한 '전공'이었다. 그래서 첫번째 합의문에는 전략상 거절했지만, 지난번 두번째 합의문에는 서명을 하고 이 싸움을 마무리 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젊은 전공의협회에서 예상치 못한 아주 강력한 반대가 나온 것이다.

이번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많은데, 내 개인적으로 가장 심각하다고 느낀 부분은 최대집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의협의 극우화나 정치화가, 알고보니 젊은 의사들일수록 더 그런 성향이 강하고, 심지어 그들은 '일베'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조국 딸 가짜뉴스 사건에서 거의 확신이 되었다)

5.
가령 전쟁을 겪어본 세대, 혹은 전후에 극심한 가난의 고통을 겪은 세대가 공산주의에 분노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군사독재도 겪지 못한 지금의 20, 30대가 독재와 공산주의 타도를 외친다면 그것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건 남성이 여성에게 출산의 고통에 대해 역설하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모습이다.

지금 전공의들은 2000년도 의약분업 당시의 파업을 겪지도 않았는데, 마치 그 당시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투로 정부를 비난하고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대단히 기괴한 모습이었다.

6.
이번 의사들의 집단행동에는 의협보다는 이런 극우적 사상에 물든 젊은 의사들이 있었다. 전공의협회 박지현과 의대협(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협회)의 조승현이 그 중심에 있었는데, 그들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과 의대생들의 국시거부를 주도했다.

‘거꾸로 챌린지’ 같은 국민들에게도 모욕적이지만, 스스로에게 침을 뱉어 가면서 좋아하는 이상한 퍼포먼스의 배경도 자신들은 일반 국민들과 다르다는 특권의식과 이기주의가 결합한 이들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주도했다.

7.
하지만 이들은 과격한 모습만큼이나 실제 그만큼의 행동력도 보여주었다.

학생들의 경우는 실명 투표로 원하는 (국시거부의) 결과를 만들어냈고, 전공의 대위원들은 진료거부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1차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2차투표까지 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이른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따위는 무시하는 나쁜 행태까지도 서슴없이 보여주었다.

이들은 공공의료가 공산주의식 의료시스템이라는 확신에 차 있고, 공공의대에 입학하는 의대생들은 공부도 못하고 돌파리 의사가 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자신들 학교 성적에 대한 자부심까지 겹치면서, 자신들 집단행동의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애썼다. 심지어 가짜뉴스까지 만들고 배포해 가면서 말이다.

8.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들은 한낱 애송이들에 불과했다.

높은 수능점수 받았고 자신들의 전공 지식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외의 모든 면에서 대단히 어설펐다.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은 나이브함을 넘어 미숙했고, 일반 국민들 정서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조차 없었다.

겪지도 않은 2000년도 파업을 이야기하고, 의료 공산화를 이야기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문제까지 자신들 집단행동의 정당성에 부여하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했을까?

9.
내가 보기에는 '빌런(Villain)'이기는 해도 최대집이 그런 정치적 계산은 전공의들에 비해 몇 수 위에 있었다.

최대집은 이번 진료거부의 시작과 끝이 어느 지점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미래통합당과 안철수조차 의사들의 고충을 이해하다는 멘트와, 정부가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지 진료거부가 옳다는 언급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의료와 의사증원을 늘리고자 했던 것은 미래통합당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도리어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전정긍긍했다.

10.
같은 편인 미래통합당조차 의사들의 진료거부를 찬성하지 못하고 복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국민여론은 시간이 갈수록 의사들에게 적대적인데 전공의들은 어설픈 가짜뉴스와 일베뉴스나 퍼뜨리다가 그것이 들통나니 최대집이 보기에는 답답했을 것이다.

자신이 목표로 한 정치적 성과는 이미 다 이뤘는데, 그것을 막는 꼬꼬마들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가 오늘 의사협회장 자격으로 정부와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현명한 판단인 것이 일주일만 더 불법진료거부가 더 이어졌다면, 지금과 같은 국민적 관심을 받는 합의문도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책임과 굴복만이 존재했을 것이다.

11.
최대집과 박지현의 통화내용이 공개되었는데 들어보니 그들 내부의 암투도 흥미로웠다.

녹음상태로 보니 박지현이 녹취해서 공개한 것으로 보이는데, 선배의 권위로 누르면서 존칭문제 따위로 시비를 걸고 자신의 일은 끝냈으니 ‘이후 행동은 알아서 하라’면서 책임을 떠 넘기는 최대집이나, 아직 전공의 신분이라 학생 같은 말투를 쓰면서도 그것을 녹음해서 ‘최대집이 얼마나 나쁜 인간인지 보여주겠다’는 박지현의 속셈이나 너무 뻔히 보였다. 그래서 웃겼다.

12.
그 와중에 박지현 옆에 있던 다른 전공의는 “거봐 계속 (최대집 회장은 계속 이대로 진료거부를) 가기를 원하는 거잖아”라는 말을 해서 뿜게 만들었다. 하여간 의사들의 눈치는....

박지현의 다른 트윗을 보니 ‘안전가옥’ ‘기자들의 전화는 스탭들이 받는다’는 등의 말을 하던데, 어린 친구가 참 과대망상에 빠져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13.
이렇게 최대집은 자신의 원하는 성과를 모두 달성하고 책임도 피해서 달아났다. 표면적으로는 진료현장에 복귀하라는 정상적(?)인 멘트까지 남겼고, 박지현에게는 “니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면서 모든 책임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

하지만 최대집도 앞으로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젊은 전공의들뿐만 아니라 극우성향의 의사들에게 지지를 잃었다. 그리고 〈조-중-동〉에서는 앞으로 최대집을 더이상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조선일보〉에서 바로 최대집을 까는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어서와, 〈조선일보〉는 처음이지??

14.
최대집에 대한 탄핵발의안도 오늘 바로 제출되었다. 오… 어떤 훌륭한 분이 최대집을 탄핵했나 찾아보니,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인데 아주 주옥 같은 의사였다.

문재인 지지율을 떨어뜨려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조국을 고발한 적도 있었다. (첨부한 사진에 나와 있는 누워 있는 사람이 바로 임현택이다)

박지현과 임현택을 보니, 오늘만큼은 최대집이 정상적인 의사처럼 보이는 착시현상마저 생겼다.

제발 국민들에게 정상적인 모습의 의사를 보여 달라고...

15.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의사들을 대표하고 이끌어 간다는 것은 대단히 한숨 나오는 일이지만, 이런 사람들과 끝까지 협상을 포기하지 않고 합의문을 도출해 낸 정부의 인내심은 위대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의사들의 부적절한 진단행동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국민건강을 챙기는 것은 의사들이 아닌 정부’라는 것과, ‘의사들의 민낯’을 본의 아니게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훌륭한 의사들도 많이 있으니 이번 불법진료거부에 참여한 의사들이라고 해 두자. 

16.
나는 이후에 발생할 의사들끼리의 권력투쟁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 같다.

다만 공공의료정책과 성폭력 범죄자임에도 아무 문제없이 의사면허가 유지가 되는 현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될 것 같다. 민주당 180석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 주부터는 의사들 이야기가 아닌, 다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중심의 글을 써 나갈 계획이다. (나도 재미없는 의사들 이야기를 쓰려니 글 쓰는 재미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