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발간됐다.
바로 윤희일 작가의 「코스모스를 죽였다」다.
현역 기자인 윤희일 작가는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의 특파원 시절, 치매환자들의 사례를 장기간 수집하고 분석 연구한 끝에 이를 픽션으로 재탄생시켰다.
윤 작가는 개인적인 비극이 어떻게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는지를 소박하고 간결한 문체에 담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치매에 관한 기사나 논픽션은 많지만, 그들의 실제 삶과 감정에 대해 이토록 섬세히 다룬 글은 드물다.
꾸밈없는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이 소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 부부의 절망과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담담히 그려내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글은 속도감 있게 읽히나, 그 여운은 길다.
주인공 부부는 교환일기를 통해 서로의 내밀한 감정을 전달한다.
부부의 교환일기를 함께 읽어가다 보면, 형식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야말로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또 다른 치매환자임을 각성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 문학의문학 관계자는 이 책을 이렇게 표현했다.
“치매가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현실. 오직 추억만이 다치지 않고 겨우 존재할 뿐이다.”
“실제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순수한 것에 대한 결핍감은 우리 모두가 절감하고 있는 오늘의 문제이다.”
한편 윤 작가는 경향신문에서 30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다. 사회부·경제부·국제부 기자, 도쿄 특파원 등으로 취재활동을 하며 간병살인, 자살 등 죽음에 관한 심도 있는 글을 써왔다.
한국 사회의 자살 문제를 다룬 책 「십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는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 번역·출판됐다. 2016년 「아빠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아」란 제목으로 중국에서 출판된 책은 그해 중국의 교사와 전문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책 100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노동·인권 등의 문제를 다룬 기사로 한국기자상, 가톨릭매스컴상, 인권보도상, 이달의 기자상 등을 수상한 윤 작가는 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목원대 광고홍보언론학과 등의 겸임교수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