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산의 춤이여 비상하라!
[특별기고] 아산의 춤이여 비상하라!
아산시 무용단, 25일 현충사 충무문 앞서 진혼무(鎭魂舞)
  • 김동복 시민리포터
  • 승인 2020.10.26 14: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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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동복 아산시 더큰시정위원회 문화체육분과 자문위원/굿모닝충청 시민리포터
사진=김동복 아산시 더큰시정위원회 문화체육분과 자문위원/굿모닝충청 시민리포터

[굿모닝충청 김동복 아산시 더큰시정위원회 문화체육분과 자문위원/시민리포터] 1597년10월26일(음력 1597년 9월16일)은 13척의 조선수군이 133척의 왜군과 맞서 싸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명랑해전이 일어난 날이다.

이순신 춤극 ‘비상’은 명랑해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춤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비장하고 처연하며 아름다웠다. 처연하다는 춥게 느껴지고 쓸쓸하게 느껴졌다는 뜻이다.

가을밤의 차가운 바람과 백의종군을 상징하는 흰색과 탐욕스런 왜장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조명이 그런 기운을 더했다.

현충사 안에는 충무공의 셋째 아들 이면의 무덤이 있다. 21살의 면은 명랑해전 이후 왜군의 간사한 보복공격으로 아산에서 아산사람들과 함께 맞서 싸우다 전사했다.

진혼무처럼 느껴진 이유는 면의 안타까운 죽음이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현충사 충무문 앞에서 펼쳐진 이순신 춤극을 보고 나서 귀한 아들을 잃은 슬픔을 적어 내려간 난중일기의 글을 다시 읽어 본다.

“저녁에 천안에서 온 사람이 집에서 보낸 편지를 전하는데, 봉함을 뜯기도 전에 온몸이 먼저 떨리고 정신이 어지러웠다. 거칠게 겉면을 뜯고 열이 쓴 편지를 보니 겉면에 ‘통곡’ 두 자가 쓰여 있었다. 면이 적과 싸우다 죽었음을 알고, 간담이 떨어져 목 놓아 통곡하였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어질지 못하는가?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어쩌다 이처럼 이치에 어긋났는가? 천지가 깜깜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영리하기가 보통을 넘어섰기에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게 하지 않은 것이냐! 내가 지은 죄 때문에 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서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냐! 너를 따라 죽어서 지하에서 같이 지내고 같이 울고 싶지만 네 형, 네 누이, 네 어머니가 의지할 곳이 없으므로 아직은 참고 목숨을 이을 수밖에 없구나! 마음은 죽고 껍데기만 남은 채 울부짖을 따름이다. 하룻밤 지내기가 한 해를 지내는 것 같구나.” 난중일기 1597년 10월 14일(음력)

이순신 춤극 ‘비상’이 펼쳐진 현재의 시간 2020년 10월 25일 현충사 충무문 무대는 시간과 장소가 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순신 장군의 끓는 심정을 호소하는 듯했다.

이면의 무덤 앞에서 백성들과 함께 강강술래를 통해 평화를 염원하는 피날레에서 아산시 무용단원들에게서 나지막이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환청일지도 모르지만 분명하게 들렸다.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며 코로나19의 위기를 이겨내고 최선을 다한 무용단에게 저승에서 장군과 면은 기뻐하실 듯하다. 귀하다 우리백성. 이승에서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귀하다 우리무용단.

극중에서 이순신 장군의 춤을 보며 이면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순신 역을 맡은 아산 출신의 젊은 주연 유승현의 춤은 어쩌면 면이 아버지에게 드리는 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이순신 장군의 삶과 죽음을 춤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현재의 일본과 과거의 왜군을 떠올리게 한다. 다양한 함의를 가진 무용극 비상은 충남의 대표적인문화상품으로 대한민국의 무용판을 흔들게 될 것이다.

좋은 남자무용수가 부족한 춤판에서 유승현 군은 그야말로 앞날이 기대되는 아산의 보배요 유망주임에 틀림없다.

이순신 춤극 ‘비상’은 실내공연보다 실외공연에 비중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실내공연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실내공연에서는 무용수 한명의 손끝과 발끝까지 동작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다면 실외공연은 장소와 사람들이 함께 극 전체가 던지는 메시지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나 충남콘텐츠기업지원센터 같은 곳에서 무대영상을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붙이자면 쉽지 않겠지만 방패춤을 좀 더 강한 남성춤으로 확장했으면 한다는 것 정도다.

문화예술이 꽃피는 아산이 자랑스럽다. 평화의 염원을 담은 듯 간절함이 있는 하얀 강강술래가 아픔과 슬픔을 달래는 우리 모두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총 예술감독을 비롯한 연출과 안무, 기획, 무대감독, 무용수, 조명, 음향, 의상, 분장, 작곡, 영상, 대본, 타악, 무술까지 한 분 한 분 모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순신 춤극 ‘비상’을 경험하도록 더 많은 충남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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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ragon 2020-10-26 15:40:25
일정이 있어 공연을 관람하지 못해 아쉬웠는데...너무나 생동감있는 사진과 설명에 속이 다 시원합니다. 김동복리포터님 감사합니다. 굿모닝충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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