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충남도정 영이 서겠나?
[노트북을 열며] 충남도정 영이 서겠나?
인접 서산 공군부대 집단 감염 우려 속 대형 행사…KBS 상대 투쟁은 어쩌고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0.11.15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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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마음이 영 불편하다.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사안은 아닌듯하다. 지난 12일 오후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남문광장에서 진행된 ‘혁신도시 지정 기념 비전 선포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며칠 째 마음이 영 불편하다.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사안은 아닌듯하다. 지난 12일 오후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남문광장에서 진행된 ‘혁신도시 지정 기념 비전 선포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며칠 째 마음이 영 불편하다.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사안은 아닌듯하다. 지난 12일 오후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남문광장에서 진행된 ‘혁신도시 지정 기념 비전 선포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누구라도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쳐버릴 것 같은 조바심도 든다.

기자는 13일자 ‘양승조 충남지사 재선 출정식’ 기사를 통해 이번 행사가 혁신도시 지정이라는 도정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양대 도시인 천안과 아산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걸그룹까지 불러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13일 서산 공군부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는 이번 행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욱 커지게 만들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13일 오후 진행된 맹정호 시장의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서산시가 서울 동대문구보건소로부터 해당 지역 219번 확진자 A씨의 동선에 대한 역학조사 요청을 받은 것은 12일 오후 1시 49분이었다.

내포신도시 인접 서산 공군부대서 집단 감염 가능성 속 대규모 행사

A씨는 9일과 10일 해당 공군부대에서 강의를 했고, 이는 집단 감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연스럽게 충남도 지휘부가 이 사실을 몰랐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내포신도시와 해당 공군부대는 승용차로 약 30여 분 거리에 있다. 그러다보니 내포신도시에는 군무원 등 해당 공군부대에 근무하는 인원이 적지 않고, 출퇴근 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내포신도시 소재 학교들은 1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공군부대에 부모가 근무하는 학생들을 조기 귀가시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서산시는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의 역학조사 요청 직후 기본적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충남도에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있는 천안과 아산이 코로나19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감안한다면 ‘축배의 시간’은 잠시 미뤄두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12일 행사 전 충남도청 남문광장 모습)
충남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있는 천안과 아산이 코로나19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감안한다면 ‘축배의 시간’은 잠시 미뤄두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12일 행사 전 충남도청 남문광장 모습)

그러나 충남도 관계자는 “13일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관련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고, 도 지휘부에도 확진자 발생 이후 보고했다”며 “(현실적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소한 해당 공군부대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날 행사를 강행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행사 시작 시간이 오후 6시였고, 내외 귀빈까지 초청한 상태라는 점에서 이를 인지했더라도 취소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천안과 아산 코로나19 상황 감안해 ‘축배의 시간’ 잠시 미뤘어야

그러나 전국은 물론 충남의 코로나19 상황을 놓고 볼 때 이런 행사가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아찔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도내에서 예정된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된 것도 이 때문이다.

충남도의 입장에서는 매우 공교로운 상황이 벌어진 셈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이런 행사는 자제했어야 했다. 게다가 충남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있는 천안과 아산이 코로나19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감안한다면 ‘축배의 시간’은 잠시 미뤄두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KBS에 2억 원을 지원한 점도 목에 걸린 가시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자부담을 포함해 총 3억2000만 원 규모로 행사가 치러졌고 송소희와 인순이, 김태우, 미키위키 등 총 9개 팀이 공연을 펼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KBS 양승동 사장의 축하 영상 메시지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지원금의 많고 적음이나 공연의 수준에 있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충남도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내포신도시 충남방송총국 설치를 위해 KBS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13일 김명선 의장을 시작으로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제공)
충남도의회는 13일 김명선 의장을 시작으로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제공)

충남도의회는 13일 김명선 의장을 시작으로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도민들은 KBS 충남방송국 설치를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에 대한 지원은 한마디로 앞뒤가 맞지 않은 행정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도청 내에서도 이번 행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남방송총국 설치 투쟁 속 KBS에 2억 원 지원…조바심 아닌지?

더 큰 문제는 이런 일들이 누적될 경우 과연 충남도정의 영(令)이 서겠느냐는 데 있다. 이것은 이번 행사로 추가 감염자가 나오느냐는 것과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는데 “불필요한 모임은 자제해 달라”는 등 충남도 방역당국의 요구에 대해 과연 도민이 어떻게 반응할지 우려스럽다.

민선7기 들어 유독 되풀이되고 있는, 도 넘은 공공기관장 측근 챙기기 역시 도정의 신뢰를 흔드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변에 인재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얘기는 도정 안팎에서 흘러나온지 오래다.

이런 모습들을 목도하면서 양승조 지사를 비롯한 도 지휘부가 뭔가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역대 도지사에게는 볼 수 없었던 격‧오지 탐방도 그런 차원에서 마련된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시‧군을 찾아다닐 시간에 행정사무감사를 진행 중인 도의회 각 상임위에서 어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더욱 값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혁신도시 지정은 누가 뭐래도 양 지사를 중심으로 한 민선7기 도정의 최대 성과다. 그러나 그 성과는 도민이 자연스럽게 평가해 주면 될 일이다. “이걸 내가 했소!”라고 내세우는 순간 오히려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와 행정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책임의 강도에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신뢰와 직결돼 있다. 99가지를 잘 하더라도 한 가지를 잘못할 경우 혹독한 평가를 받게 되는 세상이다.

민선7기가 어느덧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기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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