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충청권 민주화운동 효시 대전 3·8민주의거 61주년을 기리며
[기고] 충청권 민주화운동 효시 대전 3·8민주의거 61주년을 기리며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 승인 2021.03.09 14: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굿모닝충청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대전 3·8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정과 부패, 불법적 인권유린에 대항해 대전지역 고등학생들이 민주와 자유, 정의를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불의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이다.

대전 3·8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 대전시 공설운동장에서 개최되는 야당부통령후보인 장면 박사의 선거연설회와 때를 맞추어 경찰의 저지망을 뚫고 대전고등학교 1,000여 명의 학생들이 독재타도와 학원의 자유를 외치며 시민들의 환호 속에 격렬하게 시위를 전개한 것이다.

본래 대전시내 고교생들이 연대해 시위에 참가하기로 했지만 사전 발각돼 경찰의 극심한 저지를 받는 가운데 보문고등학교는 3월 9일부터, 대전공업고등학교는 3월 10일부터의 학기말시험(당시는 4월에 새 학기 시작)으로 시위를 봉쇄했으며 9일 저녁에는 또 경찰에서 4개 학교 학생대표 24여명을 연행 구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10일에는 다시 대전 상업고등학교 학생 600여명이 자유당의 그릇된 정부통령 선거 전략을 규탄하고 구속학생 석방을 요구하며 학원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열렬한 시위를 감행했다.

대전 3·8민주의거 과정에서 수많은 학생이 총개머리판과 방망이로 얻어맞았고, 교복·교모·신발·소지품 등 잃어버린 물건이 수없이 많았으며, 논바닥에 가두어 놓은 인분통에 빠지고 넘어져 곤경에 처하거나 상처가 난 경우도 허다했다. 급기야는 100여명의 학생이 연행 구속돼 고초를 당했다.

1960년 3월 8일 대전고 학생들이 시위 도중 경찰에 의해 집단 연행되는 장면.
1960년 3월 8일 대전고 학생들이 시위 도중 경찰에 의해 집단 연행되는 장면.

한 달 이상을 피신하며 산 학도호국단 간부들도 있었고, 부상으로 오래 동안 병원신세를 지는 학생도 많았다. 특히 두 명의 교사(대전고 조남호, 금종철)가 수갑을 차고 곤봉세례를 받으며 경찰서에 연행되는 애끓는 장면이 있었는가 하면 경찰 방망이로 맞아 고막이 터지고 평생 불구의 몸으로 처절하게 살아가는 대전고 졸업생 송병준 씨도 있다.

대전고, 대전상고(現 우송고), 대전공고, 보문고, 대전여고, 호수돈여고, 대전사범학교 등

충청권 7개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민주적 저항 운동인 대전 3·8민주의거는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이며 지역민주화운동의 효시로 대구의 2·28민주운동, 마산의 3·15의거와 함께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어 역사적 교훈과 가치가 매우 크다. 그리하여 대전 3·8민주의거는 2·28대구민주화운동, 마산3·15의거 뒤를 이어 2018년 11월 2일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었다.

2019년 3.8민주의거 제60주년 기념행사는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되었으나, 2020년 3.8민주의거 제60주년 각종 기념행사는 코로나바이러스 19 사태로 취소되거나 무기 연기되어 3.8민주의거 정신인 자유·민주·정의·평화를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데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말았다.

지난 8일 오후 4시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개최된 3.8민주의거 61주년 기념식.
지난 8일 오후 4시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개최된 3.8민주의거 61주년 기념식.

불행 중 다행으로 3.8민주의거 제61주년 기념식은 20201년 3월 8일 오후 4시, 국가보훈처가 ‘푸른 들풀로 솟아나라’라는 주제로 대전광역시청 남문광장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대책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3·8민주의거 참가자, 정부 주요인사, 학생 등 99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요 인사들의 3·8민주의거기념탑 참배, 국민의례, 여는 영상, 편지 낭독, 기념사, 기념공연(주제영상, 헌시낭독, 대합창), 3·8찬가 제창 순으로 약 45분간 진행되었다.

먼저, 애국가는 3·8민주의거에 참가한 대전고등학교, 우송고등학교, 대전여자고등학교, 호수돈여자고등학교, 보문고등학교에서 학생대표가 1명씩 나와 선창했다.

여는 영상에서는 3·8민주의거에 실제 참가한 주인공들이 영상에 등장해 대전고에서부터 목척교를 지나 구 충남도청인 대전근현대사 전시관까지 이어지는 행진로 주요 거점을 직접 찾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어서 3·8민주의거 당시 대전고등학교 학도호국단 대대장으로서 학우들을 독려하고 의거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던 박제구님(‘63년 건국포장)이 60여 년 전 그날의 함성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작성한 편지를 낭독했다.

기념공연은 주제영상인 ‘넘어가다, 넘어지다, 넘어서다’ 상영, 헌시 낭독과 대합창 순으로 진행되었다.

주제영상은 충청지역 최초의 학생의거인 3·8민주의거의 배경과 의미를 주제로 학생들이 자유를 외치며 자신들을 막아섰던 장벽을 넘어가다가 경찰에 저지로 넘어지면서도, 결국은 권위주의를 넘어서는 일련의 과정을 담아냈다.

헌시는 기념식 주제이기도 한 최원규 시인의 ‘푸른 들풀로 솟아나라’를 배우 박상원의 목소리로 낭독했다.

대합창은 ‘우리들의 푸른 마음’이라는 곡을 성악가 길병민과 대전지역 학생 10명이 함께불렀고, 2·28민주운동의 대구 · 3·15의거의 창원 · 4·19혁명의 서울지역 학생 20명이 화면을 통해 비대면으로 같이 참여했다.

끝으로, 대합창 공연자와 현장 참석자들이 함께 ‘3·8찬가’를 제창하며 3.8민주의거 61주년 기념행사를 마무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8민주의거 61주년 기념 축사에서 “3.8의 정신은 ‘들풀 민주주의’입니다. 들풀은 혹한의 땅에 균열을 만듭니다. 얼어붙은 대지를 뿌리와 움트는 새싹으로 녹여냅니다.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를 눈부시게 꽃피울 수 있는 건 푸른 들풀처럼 솟아난 3.8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해, 3.8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기렸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3.8민주의거 61주년 기념일을 맞이해 “대전시와 정부는 3.8민주의거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을 기리고 후대에 계승하기 위한 의미있는 3.8민주의거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라고 말해, 조만간 대전 중구 선화동에 3.8민주의거 기념관 건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대전교육청은 3ㆍ8민주의거의 역사적 교훈과 가치를 학생들에게 내면화하기 위해 단위학교별로 교과수업 및 계기교육을 실시하고, 우리 지역의 민주, 자유, 정의 등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장소를 탐방하는 ‘대전민주시민탐방길’에 3·8민주의거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3·8정신을 대전·세종·충남·충북의 정신문화운동으로 승화시켜 지역사회 및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최대의 역점 사업인 3·8의거기념관을 선화동에 건립하고, 3.8민주의거로 희생된 애국 시민들을 전수 조사하여 국가유공자로 예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계간인『3·8민주의거』와『3·8민주의거 61년사』를 발간하는 한편, 3·8민주의거 61주년기념사진전을 개최하고 사진첩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백일장, 시 낭송회, 심포지엄 등 각종 기념사업을 차질 없이 적극 추진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오양선 2021-03-09 16:18:08
길병민 성악가님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본방사수 했지만 뜻깊은 3.8민주의거를 알게된 기념식 이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