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을 풍자하는 그림들…”혐오스럽고 저급하다”
광주민주화운동을 풍자하는 그림들…”혐오스럽고 저급하다”
- “썩은 대구대가리보다 못한 만평”
- 신명식 "표현의 자유, 비판의 영역에도 '금도' 있어"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1.03.2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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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소유한 '매일신문'(사장 이상택 신부)이 현 정부의 조세 정책을 풍자하는 만평에 5.18 민주화운동 당시 무장 공수부대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곤봉과 군화발로 짓밟는 사진을 묘사한 만평을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멸시, 모욕, 악질적 역사왜곡'이라는 지적과 함께, “썩은 대구대가리보다 못한 만평”이라는 분노를 폭발시켰을 정도다. 사진=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소유한 '매일신문'(사장 이상택 신부)이 현 정부의 조세 정책을 풍자하는 만평에 5.18 민주화운동 당시 무장 공수부대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곤봉과 군화발로 짓밟는 사진을 묘사한 만평을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멸시, 모욕, 악질적 역사왜곡'이라는 지적과 함께, “썩은 대구대가리보다 못한 만평”이라는 분노를 폭발시켰을 정도다. 사진=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최근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소유한 〈매일신문〉(사장 이상택 신부)이 현 정부의 조세 정책을 풍자하는 만평에 군사독재시절 사진을 묘사한 그림을 게재, 논란을 일으켰다.

대구지역의 대표적 극우매체로 평가받는매일신문이 지난 18일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한 《매일희평》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무장 공수부대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곤봉과 군화발로 짓밟는 모습을 비유한 만평이 실렸다.

이 그림을 그린 김경수 화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23일에는 ‘친문완장을 두른 코로나 계엄군이 8.15 광화문집회를 허용한 법원 판사의 머리를 곤봉으로 가격하며 진압하는 모습을 담았다. 툭 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만행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만평으로 카피, 창의력이라고는 1도 없는 모방에 충실함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언론사의 주인이 바로 천주교회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대놓고 정부정책을 반대하며 광주민주화운동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해서는 안 될 ‘만화 악행’을 범했기 때문이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멸시, 모욕, 악질적 역사왜곡이라는 지적과 원성이 치솟았다. 오죽하면 “썩은 대구대가리보다 못한 만평”이라는 분노와 비아냥이 나왔을까 싶다.

제 아무리 표현의 자유라고 해도, 몸서리쳐지는 광주의 악몽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그 아픔을 저급한 풍자의 소재로 쓰는 것 자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매일신문은 21일 현재까지도 이 혐오스러운 ‘만화 악행’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조차 없다. 다만 만평만 홈페이지에서 슬그머니 삭제했을 뿐이다. 해당 매체의 즉각 폐간을 요구하는 원성이 나오는 이유다.

매일신문의 김경수 화백은 지난해 8월 23일, ‘친문’ 완장을 두른 코로나 계엄군이 8.15 광화문집회를 허용한 법원의 머리를 곤봉으로 가격하며 진압하는 모습을 담았다. 툭 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만행사진을 만평으로 카피, 창의력이라고는 1도 없이 그저 모방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매일신문/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매일신문의 김경수 화백은 지난해 8월 23일, ‘친문’ 완장을 두른 코로나 계엄군이 8.15 광화문집회를 허용한 법원 판사의 머리를 곤봉으로 가격하며 진압하는 모습을 담았다. 툭 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만행사진을 만평으로 카피, 창의력이라고는 1도 없이 그저 모방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매일신문/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신명식 전 언론인은 "표현의 자유, 비판의 영역에도 금도가 있다"며 "23년 전 김경수라는 청년이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왔을 때,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 1면에 처음 발탁했고 나름 인기를 끌었는데, 오랜만에 근황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신군부의 광주 만행을 풍자로 이용하는 경우는 극우보수쪽에서만 일어나지는 않는 다. 진영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일어나는 현상으로 역시 같은 수준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진보진영의 대표적 만화가로 알려진 고군 씨는 지난해 12월 15일 트위터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선적 행위를 쿠데타로 해석해 비판하는 그림을 선보인 바 있다. 넉 장의 그림 중에서 유독 하나가 눈엣가시라는 지적을 받았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지성용 신부는 이날 《미얀마를 기억하며 떠오르는 광주...》라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매일신문의 만평과 관련, “이 사진은 지난 1980년 광주항쟁 당시 기록된 사진과 너무 일치한다. 왜 이랬을까?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거듭 물었다.

그는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이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돌아보아야 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중이라 한다”고 여론을 상기시켰다.

종교는 민중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주고 강자에게는 더욱 강하게 약자들에게는 연민과 사랑의 마음을 가져야 하거늘, 아직도 학살자에 대한 소송과 진정한 참회와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광주의 아픔을 이렇게 희화화해야 하는가?

이어 “종부세 대상자도 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한몫을 차지한 투기꾼들에게 세금을 내라는 것이 그렇게 못땅한 일이냐”고 묻고는, “잘 알고 그림을 그리든지…씁쓸하지만 교회쇄신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신군부의 광주 만행을 풍자로 이용하는 경우는 진영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일어나고 있어, 만화가들의 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신군부의 광주 만행을 풍자로 이용하는 경우는 진영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일어나고 있어, 만화가들의 신중과 창의력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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