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충남지역 국회의원 실종사건
[노트북을 열며] 충남지역 국회의원 실종사건
가덕도신공항 vs 서산민항 사태에 역할 안 보여…협의체 구성, 기자회견 가져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3.21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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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예산국회’가 마무리되면 중앙지와 지방지의 미묘한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목도하게 된다. (충남도 홈페이지: 왼쪽부터 문진석 국회의원, 홍문표 국회의원, 정진석 국회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어기구 국회의원, 이명수 국회의원, 이정문 국회의원, 강훈식 국회의원/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매년 ‘예산국회’가 마무리되면 중앙지와 지방지의 미묘한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목도하게 된다. (충남도 홈페이지: 왼쪽부터 문진석 국회의원, 홍문표 국회의원, 정진석 국회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어기구 국회의원, 이명수 국회의원, 이정문 국회의원, 강훈식 국회의원/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매년 ‘예산국회’가 마무리되면 중앙지와 지방지의 미묘한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된다.

주요 정당의 힘 있는 국회의원이 이른바 ‘쪽지예산’을 통해 특정 지역의 민원을 해결한 것을 비판하는 기사들 말이다. 이들 의원의 노력은 오로지 지역구를 챙기기 위한 몰지각한 행위 정도로 취급받기 일쑤지만 지역의 시선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A 국회의원, 정치력 발휘…수십년 묵은 숙원 해결”식의 기사가 지방지에 실리는 경우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유형의 중앙지 비판에 대해 지역구를 둔 정치인은 오히려 좋아한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한다.

“지역구만 챙겨” 중앙지 비판에 국회의원은 '반색'…지방지도 상반된 논조

모르긴 해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킨 부산‧경남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그런 대우(?)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 추산 최대 28조6000억 원짜리 가덕도신공항을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받지 않고도 추진할 수 있게 됐으니 이들 지역 국회의원들은 당분간 다음 총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오로지 부산시장 보궐선거만을 생각한 주요 정당의 야합이라는 말 외에는, 다른 식으로 이번 사태를 설명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충남도지사 보궐선거도 치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표결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대구수성갑)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대구‧경북의 입장을 대변해 온 주 원내대표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본회의장을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대구‧경북 국회의원 사실상 전원 반대…충청권은?

그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구‧경북 국회의원 총 28명(비례대표 1명 포함) 중 18명은 반대, 2명은 기권, 8명은 자리를 비운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28명 전원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한 셈이다.

반면 충청권(28석)은 어땠나? 청주공항을 보유한 충북 등 나머지 3개 시·도를 제외하고도 충남지역 국회의원 11명 중 대부분은 찬성표를 던지거나 다른 일정이 있어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청권(28석)은 어땠나? 청주공항을 보유한 충북 등 나머지 3개 시·도를 제외하고도 충남지역 국회의원 11명 중 대부분은 찬성표를 던지거나 다른 일정이 있어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홈페이지 화면 캡쳐)
충청권(28석)은 어땠나? 청주공항을 보유한 충북 등 나머지 3개 시·도를 제외하고도 충남지역 국회의원 11명 중 대부분은 찬성표를 던지거나 다른 일정이 있어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홈페이지 화면 캡쳐)

가덕도신공항 건설비의 0.18%에 불과한 서산민항(509억 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충남지역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며칠 뒤 국민의힘 이명수 국회의원(아산갑)이 비판 성명서를 냈고,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국회의원(천안갑)이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이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꺼냈을 정도다.

한편으론 28조6000억 원이라는 액수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서산민항을 비롯해 ▲부남호 역간척(2972억 원) ▲서천 브라운필드 국제환경 테마특구(4600억 원)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2448억 원) ▲국도38호선 연장을 통한 가로림만 해상교량 건설(2000억 원) ▲서해안 내포철도(1조5896억 원) ▲서해선 복선전철 삽교역사 신설(228억 원)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임에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3조7000억 원)와 충청산업문화철도(2조2494억 원) 등 충남지역 주요 현안을 모두 해결(8조8147억 원)하고도 19조7853억 원이나 남을 정도의 액수다.

28조6000억 원이면 서산민항 등 충남 현안 모두 해결하고도 남아

충남도의 2022년도 정부예산 확보 목표액 8조900억 원보다 3.5배 많은 규모다.

“충남에서 누군가는 찍소리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서산민항 건설비 500억 원이 부담이 되는 건가? 충남의 정치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 그냥, 충남이니까 그런 건가?”라는 맹정호 서산시장의 페이스북 글이 많은 충청인들의 공감대를 얻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충남을 비롯한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이 반드시 반대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누군가는 서산민항에 대한 정부와 당 차원의 후속 조치를 약속받았어야 했다는 얘기다.

충남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를 초월해 ‘충남공항(서산민항) 추진 협의회’라도 꾸리길 바란다. (자료사진: 서산시 제공)
충남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를 초월해 ‘충남공항(서산민항) 추진 협의회’라도 꾸리길 바란다. (자료사진: 서산시 제공)

예를 들어 지역자원시설세 화력발전분 신설이 이뤄진 2014년 당시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던 지역 국회의원들이 일종의 ‘끼워 넣기’ 식으로 충남이 이뤄낸 것만큼 똑같은 비율의 상승을 관철시킨 전례라도 적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충남지역 국회의원 11명 모두, 누구 하나 빠지지 않을 정도의 정치력과 중량감을 가지고 있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 최고위원, 국회 상임위원장감도 얼마든지 있다.

여야 초월 ‘충남공항(서산민항) 추진 협의회’ 구성…기자회견 가져야

그럼에도 이번 가덕도신공항과 서산민항 사태에서는 유독 존재감이 보이질 않고 있다.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도 모자랄 판에 모래알보다 못한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심지어는 ‘과연 어느 지역 국회의원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다.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되풀이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충남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야를 초월해 ‘충남공항(서산민항) 추진 협의회’라도 꾸리길 바란다.

그 시작으로 국회 소통관에서 11명의 의원 전원이 이번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이라도 갖길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국회의원(논산‧계룡‧금산)과 국민의힘 성일종 국회의원(서산‧태안)의 경우 각각 당 최고위원회의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충청인의 심정을 가감 없이 전하며 서산민항 조기 건설을 촉구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충청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크게 분노하고 있는데, 정작 이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 언젠가는 그 분노가 국회의원들을 향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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