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과거에서 엿보는 올바른 리더십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과거에서 엿보는 올바른 리더십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1.03.23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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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관중

[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중국 5천 년 역사에서 최고의 정치가는 《관자(管子)》이고, 오늘날 중국인들은 《관자》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책은 《관자》입니다. 손문(孫文)의 삼민주의(三民主義)나 그가 주장한 예의염치(禮義廉恥)는 《관자》의 근본사상입니다. 바로 오늘 《관자》를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관자》는 관중(管仲,?~BC 645)의 존칭으로 그의 정치이념과 사상을 집대성한 책입니다. 관중이 지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 내용으로 보아 제(齊) 나라의 국민영웅인 관중의 업적을 중심으로 후대에 썼고, 한 대(漢代)에 걸쳐서 완성된 것이 아닌가 추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관자》는 친숙하지 않습니다. 조선은 성리학을 국교로 삼았고, 조선의 유학자들은 중국보다 논어나 맹자와 같은 학문에 순수하고 성스러운 가치를 추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것은 단지 관중(管仲)이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인 제(齊)나라의 환공(桓公)을 도왔다는 것이고, 친구인 포숙아(鮑叔牙)와 영원히 변치 않는 우정을 상징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관포지교
관포지교

저 자신도 그동안 《관자》라는 책을 보지도 읽지도 않았습니다. 2000년 초에 나와 2016년에 개정판을 낸 김필수 외 3인이 완역한 《관자》가 있고, 1990년 쯔끼호라 유즈루의 《관자》가 있습니다. 요즘 옥중에서 한 정치인이 읽는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관자
관자

부국강병의 정치인

《관자》는 춘추시대 중엽 사람으로 춘추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정치가 중 한 명입니다. 《관자》는 도덕주의나 이상주의가 아니고 세속적인 이익을 따르는 실리 사상입니다. 춘추전국시대는 대혼란 속에서 난세를 극복하고 평화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실리를 위하여 어떤 행동도 불사했습니다.

제나라 재상 관중은 제자백가(諸子百家)의 효시에 해당하는 사상가입니다. 공자(孔子)의 사상적 스승인 정(鄭) 나라 재상 자산(子産)도 자신의 롤 모델로 관중을 삼았습니다. 실제로 자산(子産)은 관중을 그대로 흉내 내어 부국강병을 강력히 추진한 결과 약소국 정(鄭) 나라를 강한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논어(論語)에서 공자는 관중을 인자(仁者)라고 최대의 찬사를 보냈으며, 맹자(孟子)의 민본주의(民本主義)도 관중의 통치술에서 나왔고, 사기(史記)의 사마천(司馬遷)도 관중을 이상적 인물로 서술하였습니다. 실제 삼국지(三國志)의 자부심 강한 제갈량(諸葛亮)도 평소 스스로를 관중에 비유하며 뛰어난 제왕과의 만남을 고대했었습니다. 

정치·경제·교육·군사의 지침과 철학서

국가를 경영하려면 다양한 사상과 폭넓은 정책이 실용적으로 융합되어야 합니다. 《관자》는 정치와 경제, 교육과 군사, 인간경영의 지침서이며 철학서입니다. 《관자》의 특징은 다양성과 포용성에 있습니다. 다른 학파의 주장을 적대시하지 않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법가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도가, 음양가, 유가, 병가, 잡가 등 다양한 사상이 발견됩니다. 

2차대전 전후 미국에서 실용주의(實用主義)가 풍미했는데 중국에서는 2000년 전에 이미 백성의 생활을 걱정하고 현실에 입각하여 사물을 보는 책이 나왔습니다. 그것이 《관자》입니다.

상인 출신 현실주의자

관중은 귀족의 후예였으나 태어났을 때는 몰락한 상태로 청년 시절은 빈곤하게 보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하였습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정치 상황 같은 정보를 깊이 숙지하였고 학문과 무예를 익히고 병법을 연구했습니다. 

관중은 재상 자리에 오르기 전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친구 포숙아의 도움으로 극복하였고, 그의 강력한 천거로 제(齊) 나라의 재상이 되었습니다. 관중은 상인 출신답게 시대의 변화를 잘 읽고 그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줄 알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관자》의 정치사상은 유교의 왕도정치론(王道政治論)과 다르고, 법가의 법치주의(法治主義)와도 차이가 있습니다. 《관자》는 법을 정치의 기본 원리로 중시하면서 도덕과 예의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정치가 곧 경제

그는 정치가 곧 경제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백성의 삶과 관련된 경제를 중시합니다. 족식지례(足食知禮), 사람은 창고가 가득 차야만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고 합니다. 백성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관자》의 경제사상을 도식으로 표현하면 부민(富民)→부국(富國)→강병(强兵)→패업(霸業)의 순서를 밟고 있습니다. 대체로 법가에서는 부국(富國)을, 유가에서는 부민(富民)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관자》는 양자를 모순관계로 보지 않고 부민을 통한 부국을 추구합니다. 

《관자》는 무릇 치국의 도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이른바 필선 부민(必先富民)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백성이 부유하면 치국 치민(治國治民)이 쉽고, 가난하면 다스리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는 전 인민을 고루 잘 살게 만드는 균부(均富) 사상으로 요약됩니다. 

필선 부민과 균부는 동전의 양면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백성이 부유하면 향리에 안거하며 가정을 중시하는 안향 중가(安鄕重家)의 성향을 보이고, 안향 중가의 성향을 보이면 관원을 존경하며 범죄를 두려워하는 경상 외죄(敬上畏罪)의 모습을 보입니다. 경상 외죄의 모습을 보이면 치국 치민이 한결 편합니다. 

그가 부민을 생략한 채 곧바로 부국강병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제 환공(齊桓公)의 성급한 행보를 제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관자》는 농업을 중시하되 수공업과 상업의 중요성도 충분히 인식하였습니다. 특히 세금을 무분별하게 거두어들이는 자를 지방관으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위민(爲民) 주의와 예의염치(禮義廉恥)

백성에게 주는 것이 도리어 받는 것이고 이것이 정치의 이치라고 봅니다. 바람직한 정치는 백성의 민심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목민 편에 의하면 정치가 흥하는 것은 민심을 따르는 데 있고, 정치가 피폐해지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데 있다고 합니다.

추언(樞言) 편에 의하면 《관자》는 천하를 다스리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백성을 사랑하고(愛), 백성의 이익(利)을 도모하고, 풍족(益)하게 해주고, 평안(平安)하게 해주는 것을 제시합니다. 제왕이 이 네 가지를 잘 활용하면 천하를 통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나라에는 네 가지 강령이 있습니다. 백성들에게는 예의염치(禮義廉恥)를 가르쳤습니다. 첫째는 예(禮), 둘째는 의(義), 셋째는 염(廉), 넷째는 치(恥)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가지가 끊어지면 위태로워지고, 세 가지가 끊어지면 뒤집어지고, 네 가지가 끊어지면 망한다고 합니다. 

예(禮)란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고, 의(義)란 출세를 위해 정의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며, 염(廉)이란 자신의 악을 감추지 않는 것이고, 치(恥)란 올바르지 않은 일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도를 넘지 않으면 상부의 지위는 안정되고, 정의를 버리지 않으면 남을 속이는 일이 없고, 악을 숨기지 않으면 그 행동은 완전하고, 올바르지 않은 일에 굴복하지 않으면 악한 일은 생겨나지 않는다.

《관자》는 군주는 존귀(貴)와 명성(名), 부유(富)를 삼가하고 조심하면 군주는 멸망하지 않고 오랫동안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존귀는 현명한 인재 등용하는 것이고, 명성은 적재적소에 좋은 관리를 배치하는 것이고, 부를 삼가고 조심하는 것은 토지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 했습니다. 권력의 세(勢)는 주택이나 토지정책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인성중심 철학사상

《관자》의 철학 사상은 노자의 도가사상과 유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점도 많습니다. 《관자》는 후에 순자(荀子)와 한비자(韓非子)의 철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관자》 철학의 중심 관념은 도(道)입니다. 도는 비어있고 형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덕(德)은 만물을 살찌게 하는 것이고. 도(道)가 머무는 곳으로 도와 덕은 서로 다른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인식했습니다. 일은 법(法)의 감독을 받아야 하고, 법은 권(權)에서 나오지만, 권 또한 도(道)에서 나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관자》는 인식에 대한 문제도 제시하였습니다. 인식 대상을 있는 그대로 사물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마음 비우고(虛)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바르고(正) 고요하여야 한다(靜)고 말하며 마음 수양을 강조합니다. 

불언 무위(不言無爲). 도를 간직한 군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생활하고 어떤 무엇에 의해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이 정(靜) 하면서 외물(外物)에 의해서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시스템 경영과 군신공치(君臣共治)

《관자》는 인치(人治)가 아니라 설정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공정한 법과 확고한 상벌체계를 구축하고 시스템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경영자였습니다. 평화와 번영은 하늘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 아니라 인간이 지혜, 노력과 의지로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관자》는 순수한 도덕으로 모든 것을 규제하려는 낭만적 이상주의도 아니고, 약육강식의 권력투쟁을 일삼는 차가운 현실주의도 아닙니다. 법(法)의 현실성과 예(禮)의 인간성을 함께 아우르면서 개인과 조직, 사회가 함께 번영하고 성공하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군도(君道)의 가야 할 길과 신도(臣道)의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일인자의 리더십이 군도이고, 이인자 리더십이 신도에 해당합니다. 군주의 장점을 북돋우고 결점을 바로잡아주어야 합니다. 군도는 신도의 뒷받침이 없으면 빛을 발할 수 없고, 신도 또한 군도의 지원이 없으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양자의 조화를 뜻하는 군신 공치(君臣共治)를 역설하는 이유이다. 

군도와 신도의 차이를 군주와 신하의 역할 분담에서 찾고 있습니다. 군주가 자신의 재능을 강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능력 있는 대신을 임명하면 조정의 일 또한 절로 잘 이루어지고, 나라의 환란도 쉽게 해소됩니다. 

“재능을 논하며 덕행을 헤아려 임용하는 것은 군도이고, 한마음으로 직책을 지키며 의혹을 품지 않는 것은 신도이다.” 

“군주가 아래로 관직의 세밀한 부분까지 간섭하면 관원이 책임질 길이 없고, 신하가 위로 군권(君權)을 침탈해 공히 명을 내리면 군주는 권위를 지킬 길이 없다.” 

군도를 지키는 군주가 덕행을 단정히 하여 백성에게 임하면서 자신의 지능과 총명을 추구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지능과 총명은 신하의 몫이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군주의 몫입니다. 군주가 군도를 명확히 밝히고, 신하가 신도를 신중히 지켜야 군신이 서로 다른 임무를 행하면서 다시 합쳐 완전한 하나의 몸을 이룹니다. 사람의 재능을 잘 살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지인(知人)은 군주의 몫이고, 사안을 잘 꿰어 직접 나서 열심히 일하는 지사(知事)는 신하의 몫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군주가 몸소 지사(知事)에 신경을 쓰면 공정하지 않게 되고, 군주가 공정하지 않으면 늘 포상을 후하게 하고, 처벌을 단호하게 하지 못해 나라에 법도가 없게 됩니다. 나라에 법도가 없게 되면 신민이 붕당을 만들고, 서로 결탁하여 사리를 꾀합니다. 나라에 늘 법도가 구비되어 있으면 신민이 붕당을 결성치 않고, 군주를 위해 충성을 바칩니다. 

끝으로 바른 나라는 뛰어난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관중의 리더십에서 찾고 있습니다. 관중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백성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치세(治世)를 갈망하는 사람들, 훌륭한 정치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관자》는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는 《관자》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바르게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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