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기본소득제 핵심 가치는 인간 존엄성"
[특별기획] "기본소득제 핵심 가치는 인간 존엄성"
[충남연구원: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⑤ 이원재 LAB2050 대표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4.04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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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대표 인터넷언론 <굿모닝충청>은 충남연구원 그랜드비전 연구단의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포럼을 총 12회에 걸쳐 지상 중계한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충남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기 위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이원재 LAB2050 대표는 “기본소득제가 마치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자'는 주장처럼 지금은 황당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머지않아 필수불가결한 제도가 될 것”라고 전망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이원재 LAB2050 대표는 “기본소득제가 마치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자'는 주장처럼 지금은 황당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머지않아 필수불가결한 제도가 될 것”라고 전망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특정 대선 주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의제가 어느새 전 국민의 관심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본소득제가 바로 그것인데, 코로나19라는 인류 역사상 초유의 위기 속에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은 계속되고 있다. “기본소득제로는 사회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거나 “근면 성실한 국민을 게으르게 만드는 제도”라는 비판들 말이다.

그러나 이원재 LAB2050 대표는 “기본소득제가 마치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자'는 주장처럼 지금은 황당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머지않아 필수불가결한 제도가 될 것”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특히 기본소득제의 핵심 가치가 인간의 존엄성에 있음을 강조하며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오후 내포신도시 충남개발공사 1층 ‘공간U’에서 진행된 충남연구원(원장 윤황) 주관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강연을 통해서다.

이 대표는 먼저 “여러분에게 ‘여성도 투표를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불과 100여년 밖에 안 됐다. 미국에서 여성참정권이 도입된 1924년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에 누군가가 ‘여성에게 참정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99%는 황당한 이야기로 들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게 된 것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부터였다”고 말했다.

이원재 대표 “기본소득제가 황당? 100년 전엔 여성참정권도 마찬가지”

기본소득제 역시 지금은 황당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언젠가는 인류 보편의 제도가 될 거란 얘기다.

이 대표는 “만약 10년 뒤에 우리 모두가 한 달에 100만 원을 그냥 받는 사회가 실제로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황당하게 들릴 것”이라며 “(그러나) 변화는 항상 물이 끓는 것과 비슷하다. 라면 물을 끓일 때 4분 40초 동안 조용하다 불과 2, 3초 만에 확 끓는 것이다. 기본소득제도 그런 변화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원재 대표는 “만약 10년 뒤에 우리 모두가 한 달에 100만 원을 그냥 받는 사회가 실제로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황당하게 들릴 것”이라며 “(그러나) 변화는 항상 물이 끓는 것과 비슷하다. 라면 물을 끓일 때 4분 40초 동안 조용하다 불과 2, 3초 만에 확 끓는 것이다. 기본소득도 그런 변화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이원재 대표는 “만약 10년 뒤에 우리 모두가 한 달에 100만 원을 그냥 받는 사회가 실제로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황당하게 들릴 것”이라며 “(그러나) 변화는 항상 물이 끓는 것과 비슷하다. 라면 물을 끓일 때 4분 40초 동안 조용하다 불과 2, 3초 만에 확 끓는 것이다. 기본소득도 그런 변화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이 대표는 기본소득제를 ‘모든 사람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모든 사람’이란 진짜 모든 사람을 말한다. 아기와 노인, 여성, 남성, 장애인, 범죄자, 수감자, 군인, 외국인, 국적이 없거나 주민등록이 없는 사람 등 보편성의 원리를 말한다”며 “어떤 제도도 보편성의 원칙을 완전하게 충족시키는 것은 없다. 구현하긴 어렵지만 기본소득제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람’이라는 규정에 대해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히 많은 복지제도는 사람이 아닌 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지급된다는 것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정기성과 현금성, 충분성은 플러스알파적인 논쟁”이라며 “여러 가지 논란은 있지만 어느 정도 정기성은 있어야 한다. 현금성 역시 그리 간단하지 않다. 지역화폐가 있지만 법정화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든 사람에게 지급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한다는 것이 기본소득제의 핵심 가치”라며 “어떤 제도도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의무교육도 마찬가지다. 무상교육이라고 하지만 전남의 외딴 섬과 서울 강남 대치동의 초등학생이 똑같은 서비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똑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간 존엄성 실현이 기본소득제 핵심 가치…소득격차 갈수록 심각”

이 대표는 ▲속도 ▲노동윤리 ▲재정을 기본소득제에 대한 핵심 논쟁 요소로 꼽은 뒤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서 혁신이 많이 일어나고 역동성도 있지만 소득분포는 사정이 다르다. 이것이 정당한가? 부당하다면 어떻게 고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와 LG화학,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들이 엄청난 부가가치와 함께 많은 일자리들을 만들어냈지만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는 것.

이원재 대표는 “모든 사람에게 지급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한다는 것이 기본소득제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이원재 대표는 “모든 사람에게 지급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한다는 것이 기본소득제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현재는 자영업과 배달서비스, 물류 등 오히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일자리들이 늘어나 극단적인 소득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나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혀 돈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그런 경제구조로 전환됐기 때문”이라며 “어느 순간 선진국들의 성장 동력이 꺾였고, 기술혁신이 일어나면서 일자리가 많이 없어지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저는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조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오히려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예를 들어) 이마트가 1992년에 들어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는데 20년 정도 걸렸다. 그러나 쿠팡의 경우 훨씬 덜 걸렸다. 쿠팡이 가진 물류체계는 우체국보다 나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시대의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만큼 사회경제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기본소득 받으면 게으르고 방탕하게 산다? 오히려 스티브 잡스 늘어날 것”

이 대표는 “10년 전만해도 특정 일자리에 대해 황당하다고 생각했었다. (예를 들어) 30년 전 제가 진로를 고민할 때만 해도 상담사를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는 반드시 상담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며 “그 시점에서 무엇을 중시하느냐를 생각하는 사람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대목에서 축구 전문 유튜버 감스트를 언급한 뒤 “중계를 통해 수억원을 벌었지만 아버지로부터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 지금이라도 취직해서 사람답게 살아라’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아직도 유튜버를 일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대표는 “기본소득을 받으면 공장에 취업하지 않고 게으르고 방탕하게 산다? 전혀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그 상황에 맞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이원재 대표는 “기본소득을 받으면 공장에 취업하지 않고 게으르고 방탕하게 산다? 전혀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그 상황에 맞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이 대표는 “기본소득을 받으면 공장에 취업하지 않고 게으르고 방탕하게 산다? 전혀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그 상황에 맞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비영리단체 주도로 ‘주문 실수 프로젝트’가 시행됐는데, 치매 어르신들이 서빙을 담당하는 식당에 가서 설령 주문과 다른 음식이 나오더라도 군말 없이 먹고 나오는 사례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여기서 무슨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모두들 나름대로의 생산과 노동을 하는 것”이라며 “손님은 치매 어르신을 존중해 자존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치매 어르신은 잘은 못하지만 이 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비영리단체는 이것이 가치 있는 일임을 알리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표는 특히 “여기서 시장적 가치는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는 이렇게 될 것이다. 노동의 개념이 바뀔 것”이라며 “스티브 잡스도 처음부터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일을 찾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프로페셔널-아마추어들이 큰 성공을 이룬 것으로, 앞으로 기본소득제가 도입된 사회가 온다면 이런 일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GDP 10% 190조 원으로 기본소득 재원 마련…한국서도 실험 하자”

전통적인 개념의 노동에 전념하면서 삶의 여유는 물론 창의적인 발상을 할 겨를조차 없이 살아가는 삶의 패턴이 기본소득제 도입과 맞물려 전혀 달라질 거란 얘기다.

“그야말로 새로운 경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독일 출신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언급한 노동과 작업, 활동을 거론한 뒤 “활동이란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에서 하는 것으로, 노동이나 작업과는 다르다”며 “미래에는 이 3가지가 무지개처럼 함께 펼쳐지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원재 대표는 독일 출신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언급한 노동과 작업, 활동을 거론한 뒤 “활동이란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에서 하는 것으로, 노동이나 작업과는 다르다”며 “미래에는 이 3가지가 무지개처럼 함께 펼쳐지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이원재 대표는 독일 출신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언급한 노동과 작업, 활동을 거론한 뒤 “활동이란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에서 하는 것으로, 노동이나 작업과는 다르다”며 “미래에는 이 3가지가 무지개처럼 함께 펼쳐지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이 대표는 5000만 명 기준 전 국민에 월 30만 원씩 지급할 경우 연간 총 180조 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기본소득제의 재원은 정부 재정이 아닌 GDP에서 나오는 것이다. 전 국민이 1년 동안 번 돈 1900조원 가운데 10%인 190조원을 만들면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다. GDP를 가계에 조금 더 가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복지재원 역시 복잡하지 않게 통합하고, 가능하면 현금수당도 기본소득제로 상당부분 통합할 경우 180조 원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그러나) 조건 없이 현금을 줄 경우 어떻게 될지 저도 장담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정책실험을 해야 한다.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 실험을 하고 1~2년 관찰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캐나다와 인도, 나미비아에서도 했지만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난항을 겪은 바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 대표는 “이제 한국에서도 실험을 해보자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생계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 골고루 나눠 갖는다면 굶어죽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산업혁명 이후 매달려왔던 경제적‧환경적 가치에 더해 한 단계 앞선 제도를 만드는 것이 기본소득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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