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치유의 길…불교 순례길3] 서산 아라메길
[충남 치유의 길…불교 순례길3] 서산 아라메길
유기방가옥~개심사~해미읍성 18km 구간..."느림과 여유와 행복을"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1.04.0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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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치유와 힐링이 되길 기대하며 충남도내 불교와 천주교 순례길 15구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유기방가옥 수선화, 개심사 대웅전 목조아미타여래좌상, 해미읍성.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유기방가옥 수선화, 개심사 대웅전 목조아미타여래좌상, 해미읍성.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충남 서산시에는 ‘아라메길’이 있다. 아라메는 바다의 고유어 ‘아라’에 산의 우리말 ‘매’를 붙여 이름이 지어졌다. 2010년 1구간을 시작으로 현재 6구간까지 준공됐다.

지난달 30일, 백제의 불국토 자취를 따라 1구간을 걸었다. 1구간은 유기방가옥에서 개심사를 거쳐 해미읍성까지 이어지는 18km 구간이다.

유기방가옥.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유기방가옥.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출발점인 유기방가옥은 1900년대 초 건립된 일제 강점기의 가옥으로, 충남 민속문화재 23호 이기도 하다.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보존상태가 좋아 향토적, 건축학적으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은 이병헌·김태리 주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유기방가옥 수선화.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유기방가옥 수선화.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이른 봄이면 아기 주먹만 한 수선화가 하나둘 움을 틔워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보통 4월 초에 만개하는데 올해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일찍 꽃이 피었다고 한다.

유기방가옥과 수선화.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유기방가옥과 수선화.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흐드러지게 핀 노란색 수선화가 고풍스러운 고택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처럼 보였다. 바람이 불면서 살랑거리는 노란 꽃잎을 보면 세상 시름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수선화는 이달 말까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것으로 보인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이다.

유기방가옥에서 벗어나 오른편 언덕을 향해 100m가량 걸음을 옮기면 거대한 비자나무 한 그루를 마주하게 된다. 높이가 20m에 달해 고개를 젖혀 올려다봐야 할 정도다.

유기방가옥 비자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유기방가옥 비자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도 기념물 174호인 이 나무는 예민이씨 가문이 1675년 제주도에서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을에 뿌리 내린 비자나무가 다채로운 풍경을 더한다.

비자나무 인근에는 고려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여미리 석불입상이 자리한다. 뒤편에 울창하게 자라난 소나무는 독특한 석불과 어울려 멋스럽다.

여미리 석불입상과 소나무.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여미리 석불입상과 소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개심사로 향하는 길에는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마애여래삼존상이 있다. 국보 84호로 국내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마애여래삼존상과 마주 섰을 때를 기준으로, 왼쪽부터 제화갈라보살입상, 여래입상, 반가사유상이 조각돼 있다.

마애여래삼존상.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마애여래삼존상.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여래입상의 미소와 제화입상이 보여주는 만면의 웃음이 인상적이다. 여래입상은 올라간 입꼬리로 환하게 웃는데, 미소에서는 위엄보다는 천진함이 묻어난다.

인근에 있는 고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연관 있는 서산 한우목장(삼화목장)도 둘러보면 좋다.

서산 한우목장.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서산 한우목장.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벚꽃 명소로 알려진 개심사로 향했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야트막한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5분 정도 걸어가면 세심동 개심사(洗心洞 開心寺)라고 적힌 표석과 돌계단이 보인다. 개심사를 갈 때는 모든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계단을 오르라는 의미다.

개심사 일주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개심사 일주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여는 것도 순서가 있듯이 개심사로 들어서는 것도 순서가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은 길을 걸으며 마음을 비우고 깨달음을 얻는다고 해서 원효 깨달음의 길로도 불린다.

길 오른쪽에는 시냇물이 줄줄줄 소리 내며 흐른다. 구불구불한 길을 산책하듯 돌계단을 하나씩 오르다 보면 사찰 입구와 범종이 보인다.

개심사 범종각과 벚꽃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개심사 범종각과 벚꽃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범종 옆에는 화려하게 핀 벚꽃이 사찰을 지키고 있다. 범종각은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삼고 있다.

‘상왕산 개심사’라고 적혀 있는 안양루를 돌아 오른쪽으로 나 있는 해탈문을 지나면 조선 초기의 건물인 보물 114호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개심사 대웅전.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개심사 대웅전.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대웅전 내부에는 보물 1619호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있다. 대웅전 앞 5층 석탑은 정갈하고 소박하다. 사찰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단단한 느낌이 든다.

개심사 대웅전 내부에 있는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개심사 대웅전 내부에 있는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대웅전 좌측에는 스님들이 생활하는 심검당이 있다. 도 문화재자료 358호로 개심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건축 연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살려 지어진 심검당은 독특한 분위기를 품긴다.

기둥으로 쓰기엔 심하게 휘어지고 비틀어진 나무들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것만을 좇는 우리에게 소박하고 담백하며 곡선이 주는 느림과 여유의 철학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개심사 심검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개심사 심검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국내에서 유일하게 청벚꽃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명부전은 현재 지붕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라매길 1구간의 종착지인 해미읍성으로 향했다. 이곳은 천주교 박해의 역사가 담긴 곳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문한 곳이다.

해미읍성 회화나무(호야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해미읍성 회화나무(호야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해미읍성 중앙 350년 수령의 회화나무(호야나무)가 눈에 띈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를 매달았다고 전해진다.

동헌 우측에는 해미읍성에서 가장 높은 망루인 ‘청허루’로 가는 계단이 있다.

해미읍성 청허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해미읍성 청허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청허루 주변으로는 산책로와 함께 소나무 군락지인 향토숲이 조성돼있다. 충남의 아름다운 100대 소나무 숲이라고 한다.

해미읍성 소나무숲.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해미읍성 소나무숲.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산책로 곳곳에 설치된 평상에 앉아 소나무 냄새에 취해보자.

아라메길 1구간을 천천히 걸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자. 자연 그대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 [충남 치유의 길]은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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