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충남아산FC 일련의 사태를 보며
[노트북을 열며] 충남아산FC 일련의 사태를 보며
여성 폭력·음주운전 선수 영입에 대표이사 고액 체납까지..."총체적 난국"
충남도·아산시 책임 있는 공식 입장과 후속 대책 내놔야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1.04.11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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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아산프로축구단 경기장인 이순신종합운동장. (사진=본사DB/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아산프로축구단 경기장인 이순신종합운동장. (사진=본사DB/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이하 충남아산FC)은 도민과 시민을 매우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충남시민사회연대회의 등 50개 단체로 구성된 ‘충남아산FC 료헤이 퇴출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8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 발언이다.

충남아산FC는 일본에서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료헤이 선수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이상민 선수를 영입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대표이사 A씨가 거액의 세금을 체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며칠째 마음이 영 불편하다.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사안이 아닌듯하다. 누구라도 기록해 두지 않으면 훗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쳐버릴 것 같은 조바심도 든다.

"충남아산FC 주인은 누구? 도민·시민 목소리 귀 기울여야"

충청권 현역 기자 중 충남아산FC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을 뽑는다면 1등할 자신이 있다.

비록 군경팀이었지만 무궁화 축구단(충남아산FC 전신)이 2017년 아산을 연고로 옮긴다는 소식을 접하고 누구보다 반가웠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충남에만 프로축구팀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2018년 기자는 대학생 마케터로 1년간 활동하면서 무궁화 축구단의 시작을 함께했다. 이듬해 기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축구팬의 한사람으로서 주말마다 아산 경기를 보러 갔다.

그러던 중 위기가 닥쳤다. 무궁화축구단이 같은 해 경찰청으로부터 선수 충원 중단을 통보받은 것. 성별, 나이 구분 없이 무궁화 축구단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아산’을 외쳤는데, 그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었다.

당시 팀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희생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겹기까지 하다. 기자도 팀의 존속을 위해 충청권에서 누구보다 관련 기사를 많이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궁화 축구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것에 대한 감회가 남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8년 당시 무궁화 축구단(충남아산FC 전신)의 존속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모습. (자료사진=본사DB/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2018년 당시 무궁화 축구단(충남아산FC 전신)의 존속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모습. (자료사진=본사DB/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시민구단 전환 후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 충남아산FC를 응원했다. 인구 33만 도시 아산에 축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올해 충남아산FC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이해 안 되는 측면이 많다.

데이트폭력 문제로 사실상 일본에서 퇴출된 료헤이 선수에 대한 퇴출 요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구단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위약금 지급으로 당장 퇴출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지난달 31일에는 충남도의회(의장 김명선) 본회의장에서 열린 도정질문에서 이선영 의원(정의당·비례)이 양승조 지사를 향해 도비 지원 중단 의향을 따져 묻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양 지사는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선수를 영입한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수긍했지만, 도비 지원 중단에 대해선 “기관 대 기관의 약속이다. 이걸 파기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지는 더 파악해야 할 것 같다”며 신중론을 밝혔다.

충남아산FC는 사태가 악화하자 8일 대표이사 A씨 명의로 “대표직을 걸고 문제가 되는 선수를 조속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체납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행동은 냉랭한 반응을 내놓았다. 9일 성명을 통해 “(A씨를) 충남아산FC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공정한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며 “충남아산FC 책임자는 도와 시다. 문제가 되는 선수들과 A씨의 퇴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 아무 의미 없어"...책임 있는 해명과 후속 대책 시급

사정이 이런데도 구단주인 오세현 아산시장은 아무런 해명이나 해결방안을 발표하지 않은 채 그 책임을 충남아산FC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오히려 A씨 체납 문제에 대해선 “개인 신상에 관련된 일이라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 체납 문제는 그렇다쳐도 걱정되는 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도 료헤이가 계속 경기에 기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만 내면 타인에게 저지른 폭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인가? 220만 도민과 32만 시민, 그리고 축구팬을 우롱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충남시민사회연대회의 등 50개 단체로 구성된 ‘충남아산FC 료헤이 퇴출을 위한 공동행동’이 8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 열었다. (자료사진=본사DB/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시민사회연대회의 등 50개 단체로 구성된 ‘충남아산FC 료헤이 퇴출을 위한 공동행동’이 8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 열었다. (자료사진=본사DB/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과거처럼 선수의 정보와 개인사를 일일이 파악하기가 어려운 시대도 아니다. 료헤이의 사건을 절대 모르지 않았을 충남아산FC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의 영입을 추진했는지 의문이다.

이쯤 되면 충남아산FC가 선수들의 도덕성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핑계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되는 선수의 영입을 정당화하려 든다면 프로스포츠팀으로서 지향해야 할 가치를 부정하는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프로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팬이 있기 때문이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아무 의미가 없다.

충남아산FC 사회적 감수성 부족…프로스포츠 존재 이유는 팬

돌이켜보면 충남아산FC는 지난해부터 사무국장 채용과 18세 이하 유소년 팀 감독의 자질 문제로 도의회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 지적대로 “충남아산FC에 대한 도 지원(5년간 100억 원)을 끊어야 한다”는 비판은 들어도 싸다.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계속되는 논란에 축구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확연히 줄어든 모양새다.

99가지를 잘 하더라도 한 가지를 잘못할 경우 혹독한 평가를 받게 되는 세상이다.

주지하다시피 충남아산FC는 매년 도비 20억 원과 시비 20억 원을 들여 운영되는 시민구단으로 공익성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 그러나 충남아산FC는 이번 사태로 공익성이 훼손된 것은 물론이고 인권을 무시한 스포츠 행정으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기자는 무궁화 축구단 시절부터 이 팀을 지켜보고 응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가 계속된다면 더는 이 팀을 응원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기 아닐까 한다. 도와 시, 충남아산FC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과 후속 대책을 내놓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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