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일기] 대한민국은 희망·기회의 나라가 아니다
[다문화 일기] 대한민국은 희망·기회의 나라가 아니다
나의 사랑 나의 코리아! 좌충우돌 ‘다문화 일기’ ⑯
  • 레마이딘
  • 승인 2015.02.17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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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레마이딘 베트남] 안녕하십니까? 저는 베트남 남부 까마우에서 온 레마이딘입니다. 2009년 10월에 한국에 입국하여 이제 제가 한국에 온지 만 5년이 넘었습니다. 눈 깜짝 할 사이,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버렸네요. 저도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생각이 안날 정도입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있었기에 사실 어떤 계획도 없이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저는 다른 이주여성들보다 훨씬 빨리 적응한 것 같아요. 한국 음식, 문화, 한글 쓰기와 말하기도 빨리 적응했습니다. 다만 겨울이면 매우 추운 한국 날씨만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먼저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시어머님의 표정과 손짓, 그리고 고함으로 저에게 말을 하였고, 한국 음식을 전혀 알지 못하였기에 시어머니께서 해주는 음식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물론 눈칫밥이었죠.(^^)

저에게 따뜻하게 대해 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믿었던 남편조차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는 안타까워만 했습니다. 첫 아이 한비를 임신하고 10개월간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우울증까지 생겨 더욱 힘들었고, 사랑스러운 한비가 태어나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비의 육아 이외에는 친구도,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없어 바깥출입을 하지 않은 채 대부분 집에서만 지냈습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조차 저에게는 부담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한국 사람들과 더불어 생활을 하기위해 사회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첫 걸음이 동네에 있는 새마을부녀회에서의 봉사활동이었습니다. 그 분들은 막내딸과 같은 저에게 관심을 보이고 애정을 심어주었고, 베트남에 있는 친엄마와 같은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3년 동안 허무하게 살아온 시간이 아까워 2년이라는 시간은 누구 보다 열심히 그 분들과 함께 독거노인 돕기와 불우이웃돕기 자선바자회, 거리정화청소, 소년소녀 가장 돕기 등등 저 또한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저 보다 어려운 이웃과 가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이방인의 모습이 아닌 대한민국의 한 일원으로 화장품 회사에 입사하여 열심히 세일즈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고객이 있지 않아 큰돈을 벌 지는 못하지만 하루하루 웃으며 다른 사람을 만나며 제 고객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를 처음 보았을 때, 새마을 부녀회 엄마들은 저를 불쌍하게만 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들이 “예뻐졌다. 웃는 얼굴이 예쁘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한다”라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노래연습도 많이 하고요, 밸리댄스를 하며 몸과 정신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어요. 그리고 토픽한국어능력 6급 시험과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그렇게 바쁜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자연히 아름다워지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 대한민국은 처음에는 기회의 땅 희망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제가 한국에 시집와서 느낀 점은 절망이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홀로 움츠리고 제 스스로 사람들을 멀리하였고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제 스스로 바보가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당당한 모습으로 거리를 나가 사람들을 만나며 밝게 웃고,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활발한 성격과 적극적인 도전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저 레마이딘을 한국 사람으로 그리고 희망과 사랑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 희망의 나라가 아닙니다. 이것은 분명 착각입니다. 그러나 준비하는 저 레마이딘에게는 대한민국은 긍정적인 생활과 내 스스로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할 때 기회와 희망의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 레마이딘은 앞으로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이 아닌 대한민국의 한 일원으로 우리 딸 한비의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자 합니다. 많은 격려와 박수 부탁드립니다.

※ ‘다문화 일기’ 시리즈는 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회장 박옥진, 042-825-7233)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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